해인사의 700여 사부대중의 침묵은 한국불교의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희종 교수<사진>는 8월 20일 불교여성개발원 자비실에서 열린 94년 불교개혁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비상대책회의 제3차 토론회에서<관련 기사 있음, 하단 관련뉴스 기사 참조> ‘한국불교의 위기 상황과 재가운동의 역할’이란 주제로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우 교수는 “선수행의 상징인 해인사마저 총림의 상징적 위치인 방장의 위치가 선거로 이뤄지고 돈이 오가며 사법부에 호소하고 호법부에 진정하는 상황에서 현재 선방에 앉아 있는 많은 수행승들을 포함한 해인사 사부대중이 침묵하는 것이 과연 단순한 문제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발표를 통해 “권력에 의한 폭력적 상황에서 침묵하는 이들은 그 폭력 상황에 동참하는 것”이라면서 해인사의 신임 주지 임명이 마무리되자 최근 해인사의 한 스님으로부터 받은 문자를 통해 한국불교의 초라함을 느꼈다며 문자의 일부를 공개했다.

문자에는 “해인사를 정상화하는 과정에 불거진 잡음은 바다의 일렁이는 물결이며, 물결이 일렁대어 해인상이 안 나타난다고 해서 법보종찰 해인사를 탐욕종찰 직인사로 언론에 매도한 것에 대하여 해인사에 살고 있는 해인사의 대중 스님들의 분노가 폭발되었으므로” 버스를 대절해 서울로 올라오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우 교수는 “그 일렁이는 물결이 담을 넘어 사람을 손상케 했음을 모르니 후안무치(厚顔無恥)로다. 해인의 그 잡음이 대한민국 불자를 부끄럽게 하고, 한국불교의 위상을 떨어뜨린 것을 그리 지적해도 조고각하(照顧脚下)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초라하구나”라고 답장을 보냈다고 밝혔다.

우 교수는 “말사나 지방의 사찰이 아닌, 최소한 한국불교의 상징적인 법보종찰인 해인사에서 이렇게까지 후안무치한 모습이야말로 한국불교의 위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