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고속국도 제14호선 밀양-울산 간 도로건설공사 구간에서 발견된 울산 가천리사지<사진>의 원형 보존과 해당 구간의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대한불교 조계종(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11일 대변인 일감 스님과 문화부장 혜일 스님 명의로 된 ‘울산 가천리사지 유적 보존을 위한 대한불교조계종의 입장’을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조계종에 따르면 울산 가천리사지는 1만3천187㎡의 규모의 7~8세기 통일신라시대 사지로 추정되지만, 고려시대의 유물이 확인되고 있어 철저한 발굴조사와 유적의 보존이 필요하다.
 
가천리사지는 올해 두 차례의 문화재 전문가 검토회의에서 함께 발견된 봉성사지(88.84점)보다 더 높은 원형보존 평점인 94점을 받았지만, 도로공사 측은 봉성사지에는 터널 설치로 유적 원형 보존안을 제시했음에도 가천리사지 쪽의 공사를 강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계종은 입장문에서 “고속국도 제14호선 밀양-울산 간 도로건설공사 구간 중 6공구 구간의 가천리사지 유적은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사찰 유적의 특징을 보여주는 중요한 절터”라며 유적의 훼손 방지와 안정적 사지조사를 위해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두 사지의 명확한 성격과 가치를 밝히기 위해 정밀한 학술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정밀발굴조사 실시와 보존정비 방안 수립을 요구했다.

또 개발을 위한 졸속한 발굴행위는 문화재의 원형을 훼손하는 행위로 지양해야 한다면서 사지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정비방안을 마련하라고 덧붙였다.

조계종 문화부장 혜일 스님<사진 왼쪽>은 이날 오후 3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교계기자간담회를 열고, “가천리사지 유적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중요한 절터이기에 본 종단은 한국도로공사에 건설 중인 다리의 선회를 요구해왔으나, 공사 진척이 많이 돼 선형 변형이 어렵다며 현행 공사를 강행해 더 이상은 늦춰서는 안 될 것이란 판단으로 입장문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가천리사지와 밀양봉성사지는 불교계만의 중요한 유산이 아니라 후손과 함께 향유해야 할 소중한 유적으로 꼭 지켜야 한다”면서 “사지를 보존하기 위해 조계종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취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종 문화부는 앞으로 관련 시민단체와 연대해 공사 중단 등을 촉구할 계획이다.

울산 가천리사지 금당지.

울산 가천리사지 부속건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