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염화미소(拈花微笑) 법 제안에 앞서 총무원장 직선제 사부대중 연대회의를 출범해 총무원장 직선제를 주창해온 장본인으로서 종단 현실에 부딪쳐 직선제를 포기하게 된 것에 대해 종도 여러분께 참회합니다.
소납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도덕적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고 △문중과 계파정치의 전횡도 막을 수 있으며 △금권선거 등 파승가 행위는 물론이고 선거후유증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총무원장 직선제를 주창하였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 해 9월 2일 총무원장 직선제 실현 사부대중 연대회의 창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종단의 시절인연이 총무원장 직선제를 실현하기에는 역부족인 점이 많았던 게 사실이어서 총무원장 직선제 실현 사부대중 연대회의의 활동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불보살님들과 역대 조사님들의 가피와 법력에 힘입어 종도의 일원으로 살아온 소납으로서는 종단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원력을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조계종단은 1,600여 년 동안 청정승가 가풍을 유지해오면서 대중의 아픔을 위무하고 국가의 문화 창달에 이바지해왔습니다. 숭유억불의 조선 시대에도 우리 선조 스님들은 호국불교를 실천하심으로써 왜구 침입에 분연히 맞서 나라와 민족을 지키셨습니다. 또한, 질곡의 근대사에도 우리 선조 스님들은 청정승가를 구현하기 위해 종단 정화를 이룩하였습니다. 이러한 조계종단의 역사를 고려한다면 작금의 종단 현실은 매우 부끄럽고 죄스러운 현실이어서 역대 조사들의 영전에 참회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작금의 총무원장 선거제도는 금권선거의 폐해가 극심해 종단의 대외적인 위상을 실추시키고 있는 만큼 반드시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여, 소납은 가장 승가전통에 부응하는 총무원장 선거제도가 무엇일까, 하고 고민한 끝에 ‘염화미소(拈花微笑) 선거법’을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염화미소 선거법은 소납이 종회의장 소임을 맡을 때부터 어떻게 하면 종단의 선거제도를 개선할까, 하고 숙고한 끝에 얻은 결론임을 이 자리에서 밝히는 바입니다.
염화미소 선거법은 간단히 말해 엄정한 총무원장 후보자 검증을 거쳐 3인의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 뒤 종정(宗正) 예하께서 드높은 법력으로 염화미소(拈花微笑)하는 방안입니다.
염화미소 선거법은 종단의 오랜 전통인 대중공의 방식과 94년 종단 개혁의 산물인 민주화의 방식의 장점만을 선택한 선거제도이고, 작금의 종단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선거제도입니다.
염화미소 선거법이 실현될 경우 △문중과 계파의 난립을 막고 화합종단으로 거듭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행 선거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밀약이나 금권선거의 폐해를 막음으로써 삼보정재의 유실도 막을 수 있습니다.
또한, △종정 예하께서 염화미소로 선택한 신임 총무원장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누구의 물적 도움도 받지 않는 까닭에 자주적이고 민주적으로 종단을 운영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종단의 인사 과정에서도 인재를 적재적소에 임명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중앙종회 내 종책모임도 이해관계에 따라 반목하고 갈등하는 작금의 폐해를 없애고 종책 연구와 개발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습니다.
염화미소 선거법이 정착될 경우 종단은 △청정 수행 가풍이 정착되어 종도들로부터 신뢰받고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을 것이며, △자비행 실천을 통해 대사회적인 위상도 드높아질 것입니다.
다음으로 염화미소 선거법의 절차에 대해 간단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먼저, 총무원장이 되고자 하는 이는 누구나 후보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후보자들에 대한 엄정한 검증 단계를 거칠 것입니다. 검증 과정에서는 후보자 본인의 동의 아래 종단 호법부와 사회기구에 신원조회는 물론이고 1년간의 개인 사유 재산에 대한 조사도 거칠 것입니다.
이어서 선거인단에 의한 선거를 통해 득표 순위대로 계(戒), 정(定), 혜(慧) 3인을 선출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선거 1주일 뒤 원로회의 의원, 본사 주지, 종회의원 등이 여법하게 가사장삼을 수하고 배석한 자리에서 종정 예하께서 드높은 법력으로 계, 정, 혜 3인 중 1인을 염화미소하심으로써 종단의 행정부 수장을 선정하실 것입니다.
현행 간선제도를 유지하면서 총무원장 후보자들의 검증을 엄정하게 하고, 종정 예하께서 최종적으로 신임 총무원장을 염화미소하신다는 점에서 염화미소 선거제도는 작금의 종단 풍토에서는 최적의 선거제도라고 자부합니다.
또한, 총무원장 후보자들이 금권‧관권선거를 할 수 없도록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선거운동 기간을 두지 않음은 물론이고 공적인 자리에서 대중공양을 마련하거나 사적인 자리에서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즉각 후보자 자격을 박탈할 것입니다. 대중공양은 종단의 미풍양속인 보시문화의 일환임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부터 각종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표를 받는 조건의 대가로 변질됨에 따라 금권선거의 폐해 원인이 되었습니다.
물론, 가칭 염화미소 선거제도 협의회를 구성해 향후 올바른 염화미소 선거제도 마련을 위해 노력하다 보면 논의 과정에서 보다 좋은 방안들이 모색될 것이나, 종정예하께서 드높은 법력으로 총무원장을 염화미소하시는 방식만큼은 절대로 수정할 수 없는 것임을 이 자리에서 명확히 하고자 합니다.
염화미소 선거제도는 종단 권위의 상징이자 위없는 어른이신 종정 예하께서 행정부 수장인 총무원장을 염화미소하시는 게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선거인단을 몇 명으로 할지, 최종 후보자를 몇 명으로 할지,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을 어떻게 할지 등 세부적인 방안들은 염화미소선거제도협의회가 회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이 자리에서 위임할 것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또한, 염화미소선거제도협의회가 구체적인 방안들을 마련하고 나면 중앙종회에서 <종헌>과 <선거법> 개정을 통해 현실화할 수 있도록 여러 종회의원 스님들께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종회의장 스님, 각 부‧실장 스님이 배석한 오늘 이 자리에서 총무원장 스님에게 총무원장 선거제도를 염화미소 선거제도로 개선할 것을 정식 제안합니다.
불기 2558년 8월 10일
법등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