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를 훨씬 웃도는 무더위도, 외출을 방해하는 장맛비도 맥을 추지 못하는 불교철학 공부의 열기가 서울 강남 한복판을 한 달 넘게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미붓아카데미(대표 이학종)가 주최한 <21세기, 불교를 철학하다> 강좌에 평균 110명이 넘는 인파가 꾸준히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권오민 교수의 ‘지성불교’ 주제 강연이 있던 지난 7월 10일의 첫 강좌에는 정원 80명의 두 배에 가까운 150명의 인파가 운집해, 부득이 10여 명은 발길을 되돌리는 일까지도 발생했다.

<21세기, 불교를 철학하다> 강좌에 앞서 오픈 강좌로 지난 6월 30일 열렸던 <법성게 특강>까지 포함하면 5주째 불교철학 공부열기가 지속되고 있다.

강좌에 참석한 이들의 강연 내용에 대한 반응은 하나같이 ‘대만족’이다. 수준 높은 강의와 수강대중들의 집중도, 그리고 수준 높은 질문과 답변은 미붓아카데미의 강남 강좌가 국내 최고 수준의 프로젝트임을 입증하고 있다.

강좌에 참석한 불자들은 불교계에 이런 강좌가 개설됐다는 자체로 뿌듯하고 기쁘다며 이구동성으로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적지 않은 수에 이르는 이웃종교인들도 “이 강좌를 통해 불교가 철학적으로 매우 심오한 종교인 줄 알게 되었다”며 “혹서기에 불교철학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열기를 보며 불교의 저력을 실감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불교계에서는 이 프로젝트의 차별성과 시의 적절성에 대해 점차 평가가 높아가고 있고, 조계종 교육원에서 교육관련 스님들을 위한 이러닝 강좌의 콘텐츠로 활용하기 위해 미붓아카데미와 협약을 체결해 강좌 내용을 촬영 중에 있다. 불교계에서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기획이라는 찬사와 함께 불교의 지성적 흐름 회복의 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가고 있는 중이다.

이웃종교인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부흥회 등 이벤트성 행사가 아닌 아카데믹한 연속 강좌에 매회 100명이 훨씬 넘는 숫자가 참여하는 것은 기독교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강연을 마친 강사들의 반응도 매우 뜨겁다. 좀처럼 강연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난 권오민 교수(경상대)는 “쉽지 않은 강좌에 이런 정도의 열기와 호응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기회가 있으면 보다 정예화한 청중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미붓아카데미 스탭진에게 알려왔다.  

이 강좌에 참여하기 전에는 불교를 접하지 못했던 황설중 교수(대전대)는 “‘회의주의와 불교’ 주제의 강좌를 위해 두 달 가까이 고3처럼 불교(중관학)를 공부했다”며 “공부를 하면서 불교의 철학적 심오함에 놀랐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번 강좌를 계기로 관심을 갖고 불교공부를 해볼 계획이며, 특히 회의주의의 아타락시아와 불교의 열반의 상관관계를 연구해볼 생각”이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 강좌를 위해 작성한 초록은 황 교수가 참여하고 있는 철학 등재지에도 게재될 예정이어서 불교와 서양철학의 상호소통 열기가 철학계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세 번째 강좌 ‘중관논리와 역설’을 열강한 김성철 교수(동국대 경주캠)는 구름관중을 몰고 다니는 유일한 불교학자라는 정평에 걸맞게 궂은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120명에 가까운 청중이 운집했다. 특유의 정교한 논리와 빠른 언변으로 중관논리와 패러독스(역설)의 상호 관계와 차이점을 강의하는 90분 동안 청중들은 최고의 집중도를 보이며 스폰지처럼 김 교수의 강의를 흡입했다.

지난 7월 31일 네 번째로 ‘불교와 현대진화론’을 강의한 우희종 교수(서울대)의 강좌에는 본격 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100명에 가까운 청중들이 모여들어 현대진화론과 불교의 상관관계가 어떤 것인가에 이목을 집중했다. 우 교수는 미리 배포한 강의 초록과 현대진화론의 최근 연구성과까지 반영한 영상물을 제작해 청중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가히 전문가 수준의 질문들이 쇄도했고, 강연이 끝난 뒤에도 10여 명의 청중들이 남아 열띤 토론을 이어가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미붓아카데미의 <21세기, 불교를 철학하다> 강좌에 대한 열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소식이 차츰 교계에 알려지면서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 도법 스님 등도 시간을 내어 강좌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스님들은 강좌에 참여한 후 “마땅히 종단에서 해야 할 일을 미붓아카데미에서 하는 것에 대해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한 후, 이런 강좌가 보다 확산될 수 있도록 미붓아카데미 스탭진들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미붓아카데미 강남의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는 김현진 (주)마지 대표는 “불교와 세계 사상과의 대화를 모색하고 그를 통해 불교사상의 세계 사상사적 위상을 재검토하며 동시에 새 시대가 요구하는 불교철학의 가능성을 타진하겠다는 당초의 목적이 현실화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며 “동아시아 한국의 불교라는 자리에서 출발하여 인류 최초의 보편철학을 향한 탐색의 길, 그리고 원효·의상 이후 유명무실해진 지성불교 전통 회복의 길에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붓아카데미의 <21세기, 불교를 철학하다> 강좌는 여름휴가 피크기인 8월 7일에는 휴강하며 오는 8월 14일(금) 박창환 교수(금강대)의 ‘아비달마-경량부 인식존재론’ 주제의 강연으로 재개된다.

특히 박창환 교수를 시작으로 잇따라 진행되는 8월 21일 김재권 교수(능인불교대학원대)의 ‘초기유식의 인식론’과 8월 28일 배경아 박사(동국대 강사)의 ‘인도불교의 인식과 언어-다르마끼르띠의 언어철학’은 앞으로 한국불교학계를 이끌어갈 소장학자들이 펼치는 ‘불교철학의 정수’로 미붓아카데미 스탭진의 기획의도를 엿볼 수 있는 강연들로 주목된다.

미붓아카데미 이학종 대표는 “이미 불교학계에서 그 실력이 검증된 학자들이지만, 학교 강단이 아닌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강연 경험은 많지 않은 분들”이라며 “미래 한국불교학계를 이끌어갈 젊은 학자들이 펼치는 불교철학의 바다에 대중들의 뜨거운 호응과 참여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