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종단의 지도층 승려들의 범계 행위가 종단을 해체할 지경인 상황에서 범계 행위를 범한 타락한 승려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를 복권시켰다. 이는 그 수준의 범계 행위에 대한 공개적 사면이며, 이 조치는 앞으로 범계 행위를 행한 스님들에 대한 전례가 될 수밖에 없다.”(이도흠 한양대 교수)

“솔직히 고백하면 바라이죄를 운운하는 것이 도리어 시대착오적인 것이 아닌가란 생각을 해 본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개혁의 식물화는 조계종의 위기의 다른 이름이다. 종단은 최고 공식법정인 호계원이 오히려 파계를 부추기는 어이없는 사태에 직면했다.”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

“98,99년을 겪으면서 보수적 성향의 집단인 승가의 종권욕이 자주성을 어떻게 오염시켰는가. 그 나쁜 집단은 해가 갈수록, 종권이 바뀌어도 더 나쁜 집단을 확대 재생산하는 구조로 정착됐다.” (서동석 민주주의불자회장)

서의현 전 총무원장 판결을 통해 종단의 현 상황을 분석하고, 94년 개혁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토론회가 마련됐다.

‘94년 불교개혁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비상대책회의(이하 비대위)’가 7월 27일 오후 7시 서울 장충동 만해NGO센터에서 개최한 ‘서의현 사태 심층 분석과 길찾기’란 주제의 제2차 토론회가 그것이다.

이도흠 한양대 교수(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는 이날 ‘서의현 사태 복합적 의미와 운동방향’이란 주제 발표에 앞서 “불자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분노만 한다면 한국불교가 몰락하는 기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의미부여를 냉철하게 하고, 대응 방법을 논하려 한다”고 발제에 나선 배경을 밝혔다.

이 교수는 “서의현 전 총무원장의 재심 판결은 94년 개혁 정신을 전적으로 부정하고, 94년 개혁정신을 계승한 대한불교조계종의 정당성과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종헌과 종법의 위반이자 절차상 밀실야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문제 해결을 위해 총무원의 개입 대신 “삼권분립을 위해 문제가 있는 판결 과정에 주목, 호계위원이 스스로 사퇴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서의현 사태는 한 사람의 복권 의뢰가 아니라 무너지고 있는 절 집안이 청정 승가를 포기하는 선언이자 그동안 누적된 모순과 적폐의 표출”이라면서 “서 전 총무원장의 복권만 폐기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에 94년 개혁정신을 되살리고 청정승가를 구현하는 큰 길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방법으로 불자들이 연대해 범계행위에 대한 진상을 조사한 뒤 범계행위가 심한 권승들을 퇴출할 것을 주문했다. 또 범계행위를 범했거나 의혹에 해명하지 않은 승려가 있는 절에는 공양 거부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지역 사찰에는 "정부의 예산 지원을 단계적으로 거부하고, ‘권종유착’의 길을 원천봉쇄하고 자주성을 획득해야 한다"면서 사찰운영위원회의 민주적 운영을 강조했다.

또 스님들이 재정적․정치적 권력과 계파로부터 독립을 보장하는 제도개혁을 단행해야 하지만, 스님들도 문중과 계파를 떠나 정법대로 사고․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도 이날 ‘개혁과 반동의 기로에서 투쟁의 불씨를 본다’란 주제의 발표에서 “서의현 사태는 개혁에 대한 사망 신고인 동시에 종단 위기를 만천하에 공개한 사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 교수는 “세속적 권력을 둘러싼 권력투쟁은 더욱 격화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종단의 공적 문제에 대한 사부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희망의 새로운 가능성을 본다고 말했다.

그는 “서의현 사태는 불교운동 조직의 재건과 조직 간 연대를 시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면서 출재가가 함께 종단적 과제와 정치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할 수 있는 조직적 틀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면 권승들의 야합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보시의 선택권은 분명히 피지배 블럭에 있다”면서 청정한 교단이 아니면 보시하지 않는 운동이야말로 지배 블럭을 공격하는 무기라고 강조했다.

서동석 민주주의불자회 대표는 이날 ‘범계 또는 민중성, 그리고 아주 나쁜 경우’를 주제로 발표하며, “계율을 안 지키는 지도층이 부패한 권력을 보존과 전승시키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우리 역사를 살펴보면, 한국불교에서는 범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다”면서 “적어도 10.27법난 이후 권력에 기생하고, 종권을 둘러싸고 불타의 가르침을 저버린 불교계 인사, 승․재가의 인명사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인명사전에 출생과 성장과정, 출가, 사자관계, 범계 사연과 이후 조치과정 등을 수록해 행장을 드러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