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죽을 것인가 = 이 책의 저자 아툴 가완디는 우리가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면 대체 무엇을 위해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의학적 싸움을 벌여야 하는지 묻고 있다. 육체가 파괴되고, 정신이 혼미해지고, 마지막에는 가족과 작별의 인사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차가운 병실에서 죽어 간다. 그 모든 것을 희생한 대가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고작 몇 개월에서 1~2년 정도의 생명 연장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해서 얻은 약간의 시간 동안 우리가 ‘남은 삶’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혹독한 치료와 그에 따른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릴 뿐이다.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료하다.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연명 치료에 매달리기보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돌아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메시지가 더욱 강렬하고 가슴 깊게 다가오는 것은 그가 우리와 같은 선상에서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의사이자 학자로서 일반 대중들에게 가르침과 교훈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그가 세계 유력지에서 꼽은 ‘세계적인 사상가’라는 사실도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저자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혹은 우리 가족과 비슷한 이들이다. 젊은 시절 공장 직공이었던 사람, 간호사였던 사람, 가게를 운영했던 사람, 한두 명의 자녀를 키우며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아 왔고, 이러저런 소소한 일상의 기쁨에 만족해 온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이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원하는 것 역시 너무나 소박한 것들이다. 가족 및 친구들과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고, 주말에 있을 친구의 결혼식에서 들러리를 서고 싶어 하고, 사랑하는 제자에게 한 번이라도 더 피아노 레슨을 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는 저자의 아버지에 대한 일화도 담겨 있다. 저자 자신뿐 아니라 아버지와 어머니도 의사였지만, 그들에게도 생의 마지막 순간과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죽음을 외면하지 않고 한계를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

부키, 400쪽, 1만6500원

그 숲에 가고싶다 힐링하러! = “이타적 자아는 인간보다 식물이 월등하다. 억압과 배신도 없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나무를 만나는 것이 편하다. 나무가 모여 사는 숲을 만나는 것이 좋다. 나무는 가르치거나 훈계하려 하지 않는다.”

마누라보다 나무와 숲이 좋다는 저자 이우상의 나무와 숲 예찬론이다. 더 들어보자.

“남을 가르치려 하고 이익을 얻으려 하고, 베푼 것에 대한 보답이 부족하다고 얼마나 섭섭해 했던가. 말과 행동을 합리화하려 하고 하찮은 것과 동일시하려고 얼마나 안달했던가. 느린 걸음으로 숲으로 간다. 숲을 이루는 나무를 만나러 간다. 가는 길목에서 마주친 풀과 꽃에도 인사를 한다.”
 
그들은 목청 높일 줄 모르지만 은은한 향기를 뿜는다. 저자는 그들을 만나려 산하를 유람하며 그들과 교감하는 눈과 귀가 밝아졌다. 그 즐거움과 보람을 이웃들과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엮었다.

저자가 국내외 가볼 만한 숲 42곳을 찾았다. 영화 ‘아바타’ 숲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제주 비자림, 이몽룡이 조성한 담양 관방제림, 창공을 향해 용트림하며 나무와 돌이 상생하는 캄보디아 따 쁘롬 사원의 뱅골 보리수, 추억의 경마장을 떠오르게 하는 서울숲 이야기 등을 다뤘다. 책 말미에는 미래를 위해 산불로부터 숲을 지켜야한다는 취지를 담은 산불이야기 3편이 실려 있다. 각 장마다 실린 시원한 사진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저자는 소설과 동화, 시를 쓰며 다수의 역사기행서를 펴냈다. 나무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다룬 『숲에는 갈등이 없다』(2012년 발간)는 2013년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됐다.

다할미디어, 384쪽, 2만원

정으로 사는 거지 = 2014년 『불교문예』로 등단한 진석규 전 함안군수의 산문집이다.

어린 시절과 교직생활, 함안군수 재임 시의 경험 등을 담은 48편의 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진솔한 감정을 드러냈다.

저자는 “정을 붙일 데가 있어 삶은 더욱 즐겁고 생기에 찬 것”이라며 “정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마음의 설렘이고 환희이다. 친절하고 우호적이며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신기한 끌림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또 인간관계를 아름답게 하는 것은 ‘배려’라고 강조한다.

“배려는 불우이웃이나 노약자를 돕는 측은한 마음이 아니라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인간적인 소통을 위한 인간존중의 마음입니다. 배려를 통해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하고 서로에게 더 많은 위안이 되고 서로를 위해 더 큰 힘이 되어주는 관계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272쪽)

저자는 머리말에서 “문득 부질없는 생각이 들어 혼자만의 낙서로 쌓아둘까 망설이기도 했지만 나의 자손들을 위한 할아버지의 작은 흔적일 수 있다는 생각마저 지워버릴 수는 없었다.”면서 책을 펴낸 동기를 전했다.

불교문예, 296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