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소리
행담 스님, 글앤북
132쪽, 1만3000원

시집 <소리없는 소리>는 삼척 영은사 주지 행담스님<사진>의 첫 시집이다.

“행담 스님은 승려시인답게 선과 시가 조우하는 자리를 찾고자 용맹정진하고 있다. 그 시편들은 현학적인 기교랄 것이 없어서 다소 투박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내용만큼은 불법에서 조금도 벗어남이 없다.”

여기에 실린 시조시인 정휴 스님 추천사의 한 대목이다.

급하게 흐르는 강물 / 내가 본 강물은 이미 지나 가고.//
귓가에 소란스러운 천둥소리 /
새로운 비가 쏟아져 흘러와도 / 예나 지금이나 강물

-‘흐르는 강물’(111쪽)

이 작품을 놓고 정휴 스님은 “행담 스님의 작품은 우선 번다하지 않아서 좋다. 그리고 깨달음을 좇고 있다는 점에서 믿음이 간다. 전형적인 직관파에 해당한다.”고 평했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는 모두 87편. 선리(禪理)와 선지(禪旨)를 담고 있는 시를 포함해 산중생활 수행과 풍경을 비유한 산거시(山居詩)와 산정시(山情詩)가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또 시의 성격과 유형에 따라 △산사에 들어 온 자연 △깨침의 미, 깨침의 울림 △나그네의 말, 주인공의 말 △자유로운 바람의 말 △세상에 던지는 여시아문 등 5개 주제로 나눠 실었다.

표지 그림은 행담 스님이 직접 고래를 그린 것이다. 단순한듯하지만 격외와 해학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는 선화다. 일제 강점기 당대의 화가였던 설봉 지운영(1852~1935)이 외할아버지다. 이런 가계의 연유로 스님에겐 주체할 수 없는 끼가 숨어 있고 이것이 시와 그림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래서 두 번 째 시집은 선화를 곁들인 시화집으로 펴낼 계획이다.

시집 뒤쪽에 엄창섭 관동대 명예교수(수필가)가 시 해설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