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불교조계종 산악회(회장 엄홍길) 고원영 수석부회장(법명 圓門)이 최근 국내 사찰을 오가는 길 이야기를 모은 산문집 ‘저 절로 가는 길’<사진, 발행처 홍반장>을 펴냈다.
“우리 불교가 신명나고 마음 편해져 저 ‘절’로 가는 길이 ‘저절로’ 가는 길이길 소망한다”는 저자의 바람이 담긴 책이다.
이 책은 조계사, 금선사, 화계사 등 서울의 절길 10곳을 비롯,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절길과 등 전국 절길을 오르내리며 쓴 글 36편을 수록했다.
조계종 산악회의 전신이 된 2008년 다음카페 ‘서울불교산악회’를 운영하면서부터 매월 넷째주 일요일 정기 산행으로 700여 회 답사한 절 길 중 엄선해 추려낸 길을 최근 6개월 간 다시 답사하며 새로 기록한 것이다. 고 씨는 ‘저 절로 가는 길’에 참여한 연인원이 1만5천명에 달하며, 내포문화숲길은 20번, 북한산은 200번 이상 방문했다고 밝혔다.
책은 일반 사찰순례기와는 다르다. 한자가 많이 수록된 사찰 역사 위주의 책자를 탈피하기 위해, 불교문화를 비롯, 풍습과 문화, 인문학에도 주목하며 마음이 편해져 ‘저절로’ 가는 길을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부처를 알면 길이 보이고, 길을 알면 부처가 보인다’는 그는 21일 교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포교 다변화를 위한 대안’으로 이 책을 발간했다고 설명했다.
고원영 부회장<사진>은 “국토의 65%인 산에 자리한 절[山寺]길의 트래킹을 통한 포교 프로그램으로 불교 발전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고 싶다’는 마음이 출간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스페인에는 산티아고 길, 일본의 오헨로 길과 달리 우리나랑는 곳곳에 성지순례길이 있다”며 “사찰순례 길을 걸으며 자신의 문제를 불교적 성찰을 통해 해결하고, 주변의 나무와 풀과 곤충과 새가 어울어진 숲길을 거닐어도 얼마든 부처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주 시인의 동생 서정태가 회고하는 바닷길을 통해 선운사 가는길, 다산 정약용이 혜장 선사를 찾아간 만덕산 오솔길, 영국의 여행가 새비지 랜도어가 문수사를 찾아간 북한산 숲길, 도마뱀이 말을 걸어온 통영 연화도 연화사 가는 길, 불자라면 누구나 오르고 싶어 하는 봉정암 가는 길 등의 이야기로 “불자들이 스스럼없이 함께 하는 길이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고 씨는 “새로운 경지란 늘 가까이에 있다”며 서울 조계사의 순례길에도 주목한다. 혜화문에서 출발해 숙정문으로 이어지는 성곽길을 걷고, 삼청공원을 지나 가회동 언덕을 넘으면 조계사에 도달한다. 그 길엔 만해 한용운이 만년을 보낸 ‘심우장’을 만나고, 중학천이 흐르는 삼청동 칠보사에 들러 서울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느티나무를 찾을 수 있다.
촘촘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한 집필의 의욕은 1990년대 초반 잡지 단편소설 ‘책’으로 등단하며 2010년 장편소설 ‘나뭇잎 병사’를 발표해 오면서 갈고 닦은 문장력에서 기인한다.
474페이지에 달하는 긴 호흡에도 지치지 않는 건 최근 카메라로 담아낸 겨울 동 틀 무렵의 소백산과 지리산, 벚꽃 필 무렵의 쌍계사 가는 길 등 올 칼라로 수록된 사진 덕분이다.
“다른 사찰순례길 글을 오는 6월호 불교문화에 게재하고, 책의 2편과 3편을 준비할 계획”이라는 고 씨는 “앞으로 각 교구의 산악회와 연계해 국내 불교순례길 자료를 수집하거나 답사하고, 이를 통해 불자들을 위한 도보 순례 여행지를 선정하고 템플스테이와 연계한 걷기 프로그램을 개발해 침체된 우리 불교가 되살아 날 수 있는 ‘새로운 불자 10만 명 유입운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