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2559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대한불교 조계종(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5월 16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광복 70주년 한반도 통일과 세계 평화를 위한 기원대회(세계 간화선 무차대회)를 개최했다.

세계 20개국의 스님 등 종교 지도자 200여 명을 포함, 국내 종단 1만여 스님, 전국 불자 등 주최 측 추산 31만 명(경찰 추산 15만명)이 동참했으며, 이 같은 대규모 법회는 한국불교 역사상 처음이다. 

참석자들은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좌석을 가득 메웠고, 앞서 열린 연등행렬을 보러온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 자원봉사자, 소방인력 및 경찰병력 등으로 대회가 열린 종로 일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31만여 사부대중의 반야심경 독경, 석가모니불 정근은 연등과 장엄등이 곳곳에 배치된 광화문 광장을 한 소리로 메웠다.

본식이 시작되고, 세종대왕상 뒤편에 마련된 소무대에서 장엄한 법고가 시연되자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이 주장자를 들고 동자승 7명과 함께 무대로 올랐다.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조계사의 타종 5타 영상이 이어지며 대회가 시작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연단에 나와 지진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네팔 국민과 세월호 유족을 위로하며 ‘공존과 상생, 합심’을 골자로 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2015 불교 통일선언문'(이하 통일선언문)을 발표했다.

자승 스님은 “국가와 민족의 장벽도 허물어지고 있는 지구촌 시대에 분단체제를 계속하는 것은 시대착오이며, 민족의 발전과 번영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장애물이자 일상적 삶을 제약하는 멍에”라면서 “한국불교는 이러한 분단의 상태를 하루빨리 해소하기 위한 불교 통일선언을 천명한다”고 선언 취지를 밝혔다.

스님은 통일선언문 낭독을 통해 “남북갈등 해소와 통일을 위한 논리와 지혜를 존중과 상생, 평화로운 삶의 방식을 가르쳐준 연기법 등 부처님 가르침에서 찾겠다”고 밝혔다. 또 “‘공존’과 ‘상생’은 차이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면서 ‘나만 옳다는 자기중심적 마음을 내려놓을 것’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합심’은 마음의 본 바탕인 ‘일심’을 살펴 진실한 의지를 합쳐 나가는 것”이라면서 “불교도는 굳어져 버린 남북관계를 풀고 민족동질성 회복과 통일의 대업을 이룩하는 데 앞장서고, 한국불교는 공존, 상생, 합심의 통일논리에 따라 민족동질성 회복사업, 인도적 지원사업, 북한 불교문화재 복원사업을 적극 실천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통일선언이 마무리되자 박근혜 대통령이 영상메시지를 통해 대회의 개최를 축하해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국제 사회와 협력해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실질적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그 길에 우리 불자 여러분이 함께 하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이 돼 달라”고 전했다.

곧 이어진 죽비 소리와 선정으로 광장의 분위기가 엄숙해지자 진제 스님은 법어를 통해 지구촌의 참된 평화와 인류의 행복을 이루는 마음의 평화를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화두를 들고 참선해 참나를 깨닫는 수행법인 ‘간화선’을 제시했다.

스님은 “범부와 성인이 근본자리에서는 둘이 아니다”며 “누구든지 마음을 깨달아 참나를 찾으면 영원한 행복과 대지혜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초종교적 화합과 평화의 정신을 담은 세계평화기원문도 발표됐다. 이 세계평화기원문은 이날 앞서 열린 세계종교인회의에서 18개 국가 종교 지도자 20명에 의해 채택된 것으로 세계종교인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고, 지구촌의 모든 갈등과 대립을 종식시기 위해 협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위해 세계평화기원문에는 다섯 가지 실천방안을 명시했다. △내면 평화를 통해 서로를 존중․이해하고자 노력, 마음 닦는 수행에 힘쓸 것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이나 배타적 행위 반대, 종교간 대화와 교류에 적극 협조 △진정한 세계평화는 자연과의 조화로운 관계 속에서 가능하다는 사실 이해 및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존 실천에 적극 참여 △한반도의 통일과 지구촌의 모든 테러와 전쟁이 종식되기를 염원, 온 인류의 자비와 사랑의 심성 계발 △지구촌의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한 인도적 활동 적극 참여 등이다.
 
이어 어린이 30여 명이 무대에서 평화와 희망을 담은 노래 2곡을 합창하며 행사는 폐막을 선언했다.

17일에는 한반도 통일과 세계 평화를 위한 기원대회 참가자들이 조계사를 찾아 한국전쟁 희생자를 위한 수륙무차대재를 봉행한다. <관련 기사 있음, 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