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영 사진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박제된 과거, 정지된 현재’를 주제로 5월 5일부터 17일까지 서울 통의동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린다.

돗자리를 펴고 누워 선탠을 즐기는 남자, 스쿠터를 타는 여자, 유모차를 밀고 가는 아빠, 팔짱 낀 아이들, 사진 찍는 연인... 일상의 흔한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다. 이 사진들은 모두 경주 문화유적지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흔하지 않다. 웃통을 벗은 채 돗자리에 누워 선탠을 즐기는 남자의 솟아오른 흉곽은 그의 뒤에 왕릉의 능선처럼 봉곳이 솟아있다. 아빠와 아이의 유모차 사이에는 여전히 해독되지 않은 경주의 신비인 첨성대가 솟아있다. 현재를 포착한 사진이지만 과거의 시간이 스며있는 사진들이다.

사진가 이계영에게 경주는 ‘역사’와 ‘생활’이 함께하는 곳이다. 경주 곳곳의 문화유적지는 역사를 증명하는 실체로서 지난 시간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현존하는 오늘의 생활 배경이 된다. 이 지점에 주목하여 그는 작업을 시작했다.

작가는 경주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의 눈에 비친 경주는 광고 판매되고, 놀이처럼 즐기고 소비되는 대상이었다. 본질을 잃은 채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는 경주의 문화유적지들에서 이계영 작가는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흐르는 시간 속에 박제되어 멈춰진 과거를 본 것이다. 그는 순간을 담아내는 사진을 통해 현재 또한 단편으로 나누었다.

전시 제목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에서 멈춤이 의미 있는 것은 그 전까지의 역동적인 움직임 때문이다. 이계영 작가의 사진도 마찬가지로 시간의 축적 안에 하나의 단편적인 멈춤이기 때문에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사진평론가 이광수는 이계영 작가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한 장 한 장의 사진을 뜯어보면 죄다 그냥 아무나 찍을 수 있는 그런 사진들이다. 그런데 그것을 모아 놓고 보니 누구나 다 할 수 없는 이미지다. 잘 찍은 사진 한 장이 작품이 아니라 여러 장이 모여 잘 찍은 작품 하나를 이룬다. 이것이 이계영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이다.”

이계영 작가가 카메라에 담은 단편들을 다시 시간으로 연결하는 것은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몫이 될 것이다.

문의: 류가헌 02-720-2010

*작가 이계영은?

1968  부산 출생

학력
부경대학교 대학원 산업디자인학과 수학.
부산대학교 평생교육원 디지털사진아카데미 강사,

경력
2014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부산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 – 개인전
2013          고은포토1826 사진비엔날레 2013,
2011 - 2012   부산국제환경사진아트페어
이외 다수.

                                              #2 이계영. 48X72cm. pigment print. 2014

                                                  

                                              #3 이계영. 48X72cm. pigment print. 2014

                                              #4 이계영. 48X72cm. pigment print. 2014

                                              #5 이계영. 48X72cm. pigment print. 2014

                                              

                                              #6 이계영. 48X72cm. pigment print.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