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기 일인 4월 16일, 아우슈비츠 참극과 비견되는 대참사 1주년을 맞아 종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의문이 폭넓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조계종 포교연구실과 불광연구원이 공동 주관하는 포럼이 '한국 종교지형의 변화와 불교의 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이날 오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공동포럼에서는 토론에 앞서 운승용 박사(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가 '한국인의 종교관 변화추이 분석'을, 박수호 연구교수(덕성여대 지식문화연구소)가 '불자들의 태도와 종교생활'을 발표했고,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조사 결과(2014)를 데이터가 공개됐다.

윤승용 박사는 "현재 종교인구 지형은 불교 종교인구 비율만 하락하고 개신교와 천주교는 답보상태"라며 "앞으로 종교계는 양적 성장은 고사하고 현상을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박사는 특히 "불교의 경우 고학력층과 젊은층의 이탈현상을 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박사에 따르면, 불교는 10년 전 조사에서는 한국종교의 성장을 주도한 종교였지만 이번 조사(2014년 갤럽의 자체조사)에서는 불교인구만 감소했다. 윤 박사는 "10년 전 불교인구의 중가는 기수련, 명상 등 영성적 종교의 유행에 힘입은 바 컸으나 수련이나 명상 등 영성적 종교는 제도권 종교와는 다르다는 인식을 하면서 이번 조사에서는 불교인으로 답변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많다"고 분석했다.

윤 박사는 또 2002년부터 시작된 템플스테이 사업에 참여한 인구가 100만 명에 이르지만 불교인구가 감소할 것은 의외라며 불교는 스스로 찾아온 신앙대중들을 수용하지 못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윤 박사는 불교인구는 조직관리의 실패로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며 불교는 위기에 대한 감각이 없다고 꼬집었다. 개신교는 경성종교화, 불교는 연성종교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박사는 이어 호감종교로서 불교가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10년 전에 비히 크게 떨어졌고, 불교인의 신앙생활은 거의 연례행사에 가까운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박사는 이어 불교는 조직관리 실패로 증감을 반복하고, 문화적 패션에 의존하고 있어 문화가 바뀌면 흔들리고 있으며, 신앙수준이 연례행사에 머물러 비종교인 수준과 차별을 찾아볼 수 없으며, 대중결사나 승려교육 쇄신도 그 효과가 의문이고, 종단의 제도화나 조직의 민주성과 효율성의 한계를 내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승용 박사는 결론적으로 불교는 조직의 재구성을 신중히 검토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발표에 나선 박수호 교수는 여성이 10% 정도 더 많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불자의 비율이 높아지지만, 다만 남자는 50대부터 꺾이는 추세가 있고, 여성의 경우는 40대부터 급격히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천주교는 50대 냉담자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화이트칼라의 분포는 천주교가 가장 높고, 불교는 천주교의 절반 수준에 머문 블루칼라 중심, 주부 중심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의 불교인구 비율은 3%에 불과해 불교의 미래를 끌고갈 동력이 없다는 면에서 우려스럽다고 밝힌 박 교수는 불자의 교육 수준도 고등학교 졸업 수준으로 비교적 낮고, 신자의 분포도 영남에 집중되어 있으며, 수도권에서는 천주교와 개신교에 비해 크게 뒤쳐지고 있어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해탈을 긍정하는 비율이 매우 적게 나타난 것은 우려할 만한 현상이라고 진단했고, 수행에 참여한 적이 없다는 비율이 71%, 개인적 성찰이나 수련에 관심이 없다는 응답자가 58%에 달하는 것은 불자로서의 정체성 문제라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또 불자들의 개인생활에서 종교의 중요성을 타종교에 비해 현저히 낮게 평가하는 결과, 마음이나 평안에 더 높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종교적 정체성에 대한 문제점으로 분석했다.

이어 토론자들이 토론에 나섰다. 그러나 주로 교수들로 구성된 토론회여서 구체적인 포교 대안보다는 원론적인 방향제시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첫 번째 토론에 나선 고명석 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차드 멩 탄 초청 강연에서 확인된 것처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불교가 젊은이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종교로 부상하고 있다"며 "우리도 미국불교의 이런 흐름을 참고해 젊은이 포교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 연구원은 이어 "불교의 윤회관 재정립, 깨달음에 대한 현대적 개념 정립 마련, 30~40대를 타깃으로 한 포교전략, 구체적인 삶의 의미와 가치에 응답해줄 수 있는 불교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는 '2015년 한국인의 종교와 윤리, 그리고 미래'라는 제목의 토론에서 "20세기 넘어오면서 탈종교화와 탈도덕화는 세계적인 흐름이며 우리의 경우는 역으로 불교가 서구의 가톨릭의 현상을 나타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탈종교화의 흐름에서 불교도가 그래도 전체 인구의 1/4을 차지하고 있고, 아주 비관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 교수는 이어 "불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이고 불교를 보다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승가의 도덕성 문제가 불교의 이미지를 흐리게 하는 큰 요인인 만큼 계율회복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면 불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현장에서 포교하는 3, 40대 스님들이 포교에 손을 들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최근 들었다"면서 "포교 일선에 있던 스님들이 포교를 포기하는 현실을 보면서 무엇인가 포교정책과 포교일선의 현실이 동행이 불가할 정도의 갭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자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어 "불교의 가장 큰 과제는 사회적 신망과 자질을 갖춘 수행자의 확보"라며 "효과적인 신도교육, 조직화, 사회적 지지기반 확보, 문화와 수행 프로그램 개발 등에 대한 연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종교 인구가 50%에 이르고 있고, 이들의 종교적 성향이 불교와 가장 비슷하다는 점을 볼 때 가능성은 남아 있다"며 "수도권에 포교 거점사찰을 마련하고, 이들 사찰이 지방의 산중사찰과 연계하는 전략을 그 예로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포교의 두 전략은 문화포교와 수행포교이며, 이 포교전략을 어디서 누가 할 것인가의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는 '한국 종교의 변화 30년'이라는 주제의 토론을 통해 "한국사회가 안정되면서 3대 종교의 지배구조가 굳어지고 있으며 2023~25년쯤 베이붐 세대의 일선활동이 마감되는 시점에서, 또 통일 이후에 종교변화의 변수가 예상되며, 따라서 불교계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종교의 사사화, 즉 공공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사적인 문제로 이전되는 현상, 조직에서 개인으로 이전되는 변화 등을 세밀히 분석하고, 대안을 세워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박경준 동국대 교수는 "우리가 불교인들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나? 불교를 잘 모르는 사람을 불자로 봐야 하나? 불자들에 대한 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다만 불교는 현대과학과 매우 잘 어울리고 있고, 중국정부에서 불교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 불교인구 감소를 예상하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우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며, 당장 적용가능한 대안의 모색을 기대했던 청중들은 원론에 머무는 토론회에 실망했는지 상당수가 토론장을 빠져나갔다. 총론적 측면을 이야기해줄 학계의 전문가와 포교 일선현장에서 부딪히며 고민했던 일선 포교사들의 현장 목소리가 어우러져 실질적인 전략을 찾아내도록 하는 세밀한 기획의 필요성을 숙제로 남긴 토론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