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를 졸업한 불자들의 모임인 건국불자회(회장 우재영)에서 20년 가까이 한 달도 거르지 않고 진행해온 사찰 순례를 결산하는 책자를 만들어 출판기념회를 연다는 소식을 불교계에서 수십 년을 말뚝 신심으로 활동해온 원로 해산 민을식 거사(81, 이하 해산 거사)로부터 전해 들었다.
해산 거사는 교계에서 활동한 사람이면 거의 다 아는 불자다. 그는 젊은 시절 정치계에서 활동해온 그는 불자라는 이유로 YS계로부터 불교계를 상대로 활동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치적 이유보다는 그 자신이 독실한 불자라는 점이었다.
일선 활동에서 물러나 한동안 모습을 잘 보이지 않던 그가 교계에 다시 모습을 보인 것은 4년 전 조계종 제13교구 쌍계사 말사 하동 악양 보문사의 신도회장 시절이었다. 당시 그는 삼보정재를 지켜 조계종에 등록한 후 총무원장으로부터 공로패를 받았다.
그리고 1주일 전, 건국대 동문이기도 한 해산 거사가 4년 만에 나타나 건국불자회의 사찰순례집 출판기념회 소식을 전한 것이다. 해산 거사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도, 아니 4월 9일 저녁 출판기념회가 열리는 건국대 동문회관 행사장에 도착하는 순간까지도, 불자동문들이 만든 책자이니 책 모양을 낸 사진과 글이 반반쯤 섞인 회보수준의 책자가 아닐까 생각했던 것이 솔직한 선입관이었다. 노 거사의 부탁이니 행사장 취재요청을 거절할 수 없는 터라, 시간을 내어 출판기념회장으로 발길을 옮겼던 것이다.
편집과 집필을 맡아 책을 만드는 일을 주도한 심재추 박사로부터 <牛步千里 주말 사찰여행 - 산사에서 나를 보다>(디플랜네트워크)라는 제목의 두툼한 책자를 받아보았을 때, 비로소 기자는 왜 노 거사께서 직접 기자를 찾아 출판기념회 현장취재를 부탁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세련된 표지 편집과 장정이 첫 눈에도 이 책이 보통 책이 아님을 알게 했던 것이다.
책을 받아 살피면서 감탄이 절로 터졌다. 글이며, 사진이며, 디자인이며, 캡션 등이 건국불자회라는 노 불자 중심의 단체에서 만든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세련되고 탁월했다. 시판까지 고려해 책을 만들었다는 심 박사의 설명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책장을 넘길 때마다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불교의 대표적인 불교성지들이 빠짐없이 망라되었고, 전통사찰은 물론 근현대에 지어지 사찰이라도 새롭게 주목받는 곳은 포함시켰다. 사찰의 기본정보는 물론이고 빛나는 불교문화유산, 오랜 세월 사찰과 함께 해온 신비한 이야깃거리들이 풍부한 사진과 함께 실렸다.
특히 이 책에 사용된 사진은 다음카페 송화가족 운영자 김덕종 씨가 1300여 사찰의 약 6만 장에 이르는 사진을 흔쾌히 제공해주었고, 또한 사찰생태연구가 고 김재일 회장의 슬라이드 사진 2000장도 사용됐다.
이 책에는 전국을 서울 등 전국 8개권으로 나누고 다시 48개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에 소재한 사찰들을 빼어난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사찰은 예로부터 우리 마음에 안식과 휴식을 주는 마음의 고향이자 쉼터가 되어 왔다. 그러나 사찰을 찾아가는 즐거움을 알기 위해서는 그 안에 자리한 전각과 도량의 장엄물이 가진 의미와 가치를 알면 좋다. 대웅전, 극락전, 미륵전, 삼신당 등의 전각과 범종, 목어, 죽비 등의 법구는 저마다 고유의 용도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절의 구조를 이루는데 그치지 않고 깨달음을 이룰 수 있도록 인도한다. 전각 이외에도 사찰에는 불교문화를 이루는 다양한 장엄물이 있다. 탑과 불상, 탱화, 부도 등의 조형물은 종교적인 의미는 물론 예술성까지 겸비하여 산사의 고즈넉한 매력을 더해준다.”
이 책은 본격적인 사찰 순례에 들어가지 전에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사찰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게재해 사찰의 의미를 간략하지만 정확하게 제시해주고 있다. 사찰의 의미와 기원에서부터 산과 사찰의 관계, 우리나라와 사찰의 관계를 비롯하여, 한국 사찰의 종류를 삼보사찰, 5대 적멸보궁, 조계종 8대총림, 기도성지, 33관음 기도사찰 등으로 분류해 소개한다. 사찰의 구조에 대해서도 문, 법당, 탑, 법구, 불상 등으로 분류해 세세히 설명하고, 이어 일주문에서 법당까지 사찰 둘러보기를 통해 사찰을 참배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일러주고 있다.
본격적인 사찰 순례에 들어가서는 당해 사찰의 역사적 의미까지도 설명하고 있고, 팁으로 주변의 문화유적이나 볼거리, 들러야할 이색명소, 관련 인물에 대한 정보 등 알토란 같은 내용들을 짜임새 있게 배치해 놓고 있다.
건국불자회 고문을 맡고 있는 원행스님(월정사 부주지)이 축사를 하고 있다.
거액을 쾌척해 출간의 동력을 마련해준 건국불자회 사찰순례 기념집 발간위원장 채희영 동문은 이 책을 “마음을 비우고 사찰 찾아 떠나는 여행의 매우 훌륭한 길라잡이”라고 극찬하며 수고를 아끼지 않은 실무진을 격려했다.
건국불자회 우재영 회장은 “사찰여행의 색다른 맛을 전해줄 아름다운 책이 건국불자회에서 출간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많은 분들이 종교를 떠나 일상의 걱정을 내려놓고 잠시나마 산사의 매력을 접할 수 있도록 이 책을 들고 사찰여행을 떠나기 바란다”고 밝혔다.
건국대 동문불자들이 역량을 모아 훌륭한 책을 발간했다는 소식에 건국대 총동문회 정건수 회장도 행사에 참석해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잡은 사찰여행에 <우보천리 주말 사찰여행>이 매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 책을 통해 많은 분들이 사찰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고 즐겁고 행복한 사찰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축하했다.
이날 출판 기념회 자리에는 건국불자회 고문인 월정사 부주지 원행 스님도 참석해 축하를 했다. 원행 스님은 “건국불자회가 우리 사회를 정화하고 리드하는 소금과 목탁이 되어주기 바란다”며 “1997년 창림 이후 건국불자회가 매월 빠지지 않고 사찰순례를 하면서 기록하고 촬영한 사진과 경험들이 이 한 권의 책에 담겨 있고, 이 책을 받아본 일을 계기로 앞으로 사찰 순례에 동참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재추 박사는 이 책과 관련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공간으로 절만큼 좋은 곳도 없을 듯하다”며 “한 발자국씩 발걸음을 옮기노라면 산사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속세에서 겪은 고통과 번민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마음이 절로 치유됨을 느낄 수 있다”며 이 책의 활용을 독자들에게 권했다. 424쪽 25,000원. 문의: 02)518-34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