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녹취록을 몇 번이나 읽었으나 조계종을 전면 부정하거나 조계종 스님들이 세월호와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얘기한 적 없습니다.”
팟캐스트 ‘전국구’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정봉주 전 국회의원<사진 왼쪽>이 4월 13일 서울 우정국로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지난 3월 31일 바른불교재가모임 창립식 때 한 발언이 곡해돼 입장을 발표하게 됐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정봉주 전 의원은 당초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반대하는 불자들에 의해 우정국로로 밀려났다.
‘세월호의 아픔에 동참’하고자 삭발한 모습으로 등장한 정 의원은 “대한불교조계종이 청정불교로 거듭나야겠다는 생각에 발언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 “제가 언제 ‘김정일 집단과 똑같다’고 말했느냐”면서 “‘헌법 질서를 부정하고 파괴하면 김정은 집단과 다를 바가 무엇이 있겠습니까’라고 물은 것을 앞뒤 다 자르고 (일부 언론에서) 보도했다”고 일축했다.
이어 “최근 전국구 방송 생선향기에 나와 종단과 스님들 잘못을 지적한 도정 스님을 종단이 호법부로 소완해 조사하고 호계원에 재판을 회부했기에 변호인단을 꾸려 변호해주려 했는데 조계종 종헌 종법에서는 대한민국 변호사 누구도 도정 스님을 변호할 수 없다고 했다”면서 “그래서 대한민국의 법 테두리 밖에 있는 집단이 있느냐, 한반도 땅에서 오직 김정은 세력만이 치외법권적 위치에 있다고 비유해 얘기했다”고 부연했다.
또 “제가 언제 팽목항에 스님들이 안 계시다고 얘기했느냐”면서 “이 많은 스님들께서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려고 할 때 조계종의 지도부는 ‘농성을 접고 국회에 가서 특별법을 해결하라. 세월호 진상규명보다 민생이 우선이다’고 한 것에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계종 종무원 조합들이 자신들을 모욕했다고 주장하나 이들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한 사실이 없다”면서 “종무원 조합의 고소는 피해자가 아닌 제3자가 고소했기에 법적으로 고소할 수 없으며, 고소를 하면 방송에서 제기된 문제가 사실인지 아닌지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기에 총무원장이 직접 나서 고소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교도’란 ‘헛소문’에 대해선 “법명이 ‘만운’이며 88세인 신심 깊은 불자인 어머니 덕에 모태신앙으로 절에 다닌 세월만 40년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이야기가 지금도 포교 일선에서, 선방에서 열심히 수행하는 스님과 불자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사과 궤짝의 썩은 사과 한 알을 버리지 않으면 모든 사과가 썩는 것처럼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해 이 자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을 막던 일부 불자들은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화합해 전력을 다하기에도 모자란데 재를 뿌리고 있다’면서 기자회견의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으며, 김정은 비유도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의원은 “저의 발언을 두고 지난주 조계종 종무원조합을 비롯해 산하 단체의 성명이 잇따라 발표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죄송스럽게도 입장을 발표하게 됐다”면서 “숨어 있는 문제를 들춰낼 때는 아프지만, 조계종이 거듭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프란체스코 교황의 ‘불행 앞에 중립은 있을 수 없다’는 가르침처럼 문제제기를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13일 기자회견을 마치고 조계종 종회의원 도정 스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 이재화 변호사<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과 함께 기자들의 촬영 요청에 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