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북한 동포를 위해 첫 서예전을 연 월서 스님이 가난으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동남아 오지의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전시회를 마련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원로회의(의장 밀운 스님)는 4월 29일부터 5월 5일까지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천호 월서 선사 산수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정릉 본국사 주지 월서 선사가 지난 2007년 11월 연 ‘북한 동포와 외국인 노동자 돕기 서예전’ 이후 두 번째로, 동남아 오지 지역 학교 설립 및 장학금 기금 조성을 위해 마련됐다.

전시에는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간 ‘혼신을 다해’ 준비한 서예작 420여 점이 전시됐다. 경허․만공․효봉 선사 등 근․현대 선지식 스님들의 오도송, 열반송을 정통 서법으로 표현한 작품들로, 특히 스님이 ‘한 자라도 틀리면 다시 써 더욱 애착이 간다’는 5,500자를 기록한 ‘금강반야바라밀경’도 함께 전시돼 주목된다.

스님의 작품은 굳센 필치, 형형한 기세, 분명한 농담(濃淡)이 특징이다. 검은 먹만 사용하지 않고 다양한 색지, 문양지에 청(靑), 록(綠), 금(金), 은(銀) 등을 다채롭게 구사했다.

 
이번 산수전에는 월서 스님이 소장해 온 서암․벽안․구산․범룡․월하 스님 등의 작품도 찬조 출품됐다.

30여 년 붓을 잡아 온 월서 스님<사진>은 전시회에 앞서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무리 번뇌 망상이 들어도 서예[墨]에 임하면 번뇌가 가라 앉아 선묵은 하나[禪墨一如]”라고 강조하며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는 생각에 전시를 망설였으나 세납 80을 넘기며 마지막 서예전시가 될지도 모르는 시점에서 동남아 오지에서 열악한 여건과 가난으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었으면 하는 마음에 작품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원로서예가 구당 여원구 씨는 월서 스님의 작품에 대해 “씩씩하고 맑고 강한 글씨의 품격인 서품이 느껴진다”고 평하며 이번 전시를 축하했다.

개막식은 4월 29일 오후 3시 한국미술관에서 열리며, 전시회의 수익금은 전액 동남아 교육불사를 위해 기부된다.

한편 월서 스님은 1956년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금오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1959년 부산 범어사에서 하동산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월서 스님은 경주 분황사 주지, 중앙종회의원, 제8대 중앙종회의장, 호계원장 등을 거쳐 현재까지 봉국사 주지를 맡고 있다.

2008년 조계종 최고 품계인 대종사 법계를 품서 받은 후 ‘부처님을 믿는 나라에 굶주리고 배움을 중단하는 아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원력으로 국제구호 봉사단체인 천호월서희망재단을 창립,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네팔 등에 학교를 짓고 북한 동포와 외국인 노동자 돕기 운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되는 월서 스님의 작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