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팽목항 앞바다는 어둡고 차가웠다. 해군 수송기가 발포한 조명탄에 뒤집힌 배의 형체가 드러났으나, 짧은 순간뿐이었다. 짙은 어둠은 이내 배를 집어 삼켰고 바다에는 거센 파도만이 남았다. 먹먹하고도, 먹먹했다.

‘모든 사진은 부재의 한 표현’이라고 했지만, 부재하는 어제를 오늘의 현존으로 눈앞에 펼쳐 보여 주는 것 또한 사진이다. <팽목에 서다> 김홍지의 사진에서, 여전히 세월호는 바다 위에 선미를 드러낸 채다. 어두운 허공에 조명탄이 밝혀진 채다. 이희훈의 사진 속에는, 팽목항에서 사람들이 바다를 바라기 하고 서 있다. 최형락의 사진 속에서도 ‘팽목항의 그날’은 고스란하다.

세월호 참사 1주기 사진전 <팽목에 서다> 참여  사진가 김홍지, 이희훈, 최형락은 모두 ‘사진기자’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김홍지는 외신 로이터의, 최형락은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의 그리고 이희훈은 ‘오마이 뉴스’의 사진기자다. 때문에 직업적인 기민함으로 빠르게 현장에 뛰어들어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참상을 다른 이들의 눈앞에 시각적 현실로 전달할 수 있었다.

전시에는 이처럼 기자로서 기록한 팽목의 그날과, 기자이면서 동시에 ‘보도사진의 틀 안과 밖에서 시각적 사진미학’을 고민하거나(김홍지) ‘사회학적 관점에서의 사진 기록’을 추구하는(이희훈), 또는 ‘외면 받은 사람들의 눈빛을 기억하려 애쓰는(최형락)’ 사진가로서의 각기 다른 세 사진가의 팽목이 함께 담겨 있다.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세월호는 여전히 우리의 현실이다. 이번 사진전 <팽목에 서다>은, 지독히도 생생하게 그 현실이 현실임을 보여준다. 사진이, 그날의 팽목항 앞에 오늘의 우리를 세우는 것이다.

참여한 사진가들은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더 많은 세월호 관련 기록들이 세상으로 나오기를 바란다. 전시가 끝난 이후에도 이 사진들이 ‘현실’로서의 역할을 지속해가길 바란다. 더 많은 이들이 ‘팽목항’의 그 나날들을 기억함으로써, 저 거대하고 먹먹한 절망의 바다가 다시 어떤 희망으로 변환되기를 바라는 때문이다.

사진전 <팽목항>은, 4월 14일부터 19일까지 류가헌에서 열린다.

전시 오픈일인 4월 14일 6시에는 사진기획자 송수정의 진행과 참여사진가들을 패녈로 <세월호 1주년, 사진의 역할(가제)>이란 주제로 포럼이 열린다. 

전시 문의 : 류가헌 02-720-2010

참여 사진가 소개

-최형락 Choi Hyungrak
사진가로서, 외면 받은 사람들의 눈빛을 기억하려 애쓴다. '돈의 논리'와 '국가의 논리'가 망가뜨린 것들을 기록하며, 혹시 그럴 수 없는 것이 있는지를 찾고 있다. 4대강 사업의 허위를 기록한 책 <사진, 강을 기억하다>(2011, 공저) 등을 펴냈다. 현재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 기자로 일하고 있다. 

-김홍지 Kim Hongji
현재 외신 로이터(Reuters)의 사진기자다. 보도사진의 틀 안과 밖에서 시각적 사진미를 고민하는 사진가이기도 하다. 개인 작업으로는 관음증적인 자세로 천안함에 대해 집착했지만 완성은 못했다. 단체전은 몇 번 했는데 딱히 기억은 안 난다. 내게 사진은 게임과도 같고 나는 그 게임을 잘 즐기고 있다.

-이희훈 Lee Heehoon
사진을 통해 빈곤사회와 사회갈등을 질적으로 조사하는 사회학도이자 현직 기자다. 사진학을 전공한 후 사회학 석사과정을 통해 빈곤과 사회갈등 문제를 연구했다. IMF 이후의 서울 '쪽방'에 반영된 사회빈곤을 연구하고 사회학적 관점으로 사진기록을 해왔다. 현재는 오마이뉴스 사진기자로 사회현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 사진 역시 사회학적 관점의 스펙트럼 연속선상에 있다. 작년 한해 <문창극 '처음과 마지막'>으로 51회 한국보도사진상을 수상했으며 <불타버린 구룡마을>, <송전탑 아래 켜진 형광등>, <장관님 어디서 라면 드십니까> <문창극 '처음과 마지막' > <여당대표 앞 무릎 꿇은 세월호 유가족>, <검찰 출두한 '땅콩회항' 조현아>등으로 각각 사진기자협회에서 이달의 보도사진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