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가미 타이슈의 책을 번역한 조계종 교육아사리 원영 스님.
붓다가 말하는 인간관계의 지혜
타가미 타이슈 지음, 원영 옮김, 문예출판사
208쪽, 12,000원
<천수경>, <금강경>, <법화경>, <원각경>, <육조단경>….
불자들이 가장 많이 공부하는 경전들이다. 고승대덕의 법문을 자주 듣고, 이들 경전을 줄줄 꿰는 불자가 정작 생활인으로서의 삶은 순조롭지 못한 경우가 있다. 머리와 손발이 따로 노는 불교 공부에 다름 아니다. 이들이 반드시 살펴봐야 할 경전이 있다. <육방예경>이다.
고타마 붓다는 재가 신도 중 부유한 자산가의 자식이었던 싱갈라 청년에게 평화로운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쳤다. <육방예경>은 이 가르침을 제자들이 외워서 전승한 초기불교경전이다. 주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와 실생활의 지침이 담겨 있다.
붓다가 열반에 든 지 2,600년이 흘러 사람이 사는 환경은 많이 바뀌었지만, 우리가 품고 있는 고민은 붓다 생전과 다르지 않다. 이 책은 관계 맺기에 대한 붓다의 지혜를 알려준다. 친구 관계에서부터 가족 관계, 회사에서의 인간관계까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맺는 다양한 관계에 대한 붓다의 가르침을 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대적으로 해석해 놓았다.
저자는 코마자와 대학의 인도불교학자인 타가미 타이슈 박사다. <숫타니파타> 같은 초기 불교 경전을 인용해 <육방예경>의 설명을 보충했다. 불교가 중국어로 번역되면서 생긴 오류들을 고대 인도어 원전과 비교해가며 꼼꼼하게 바로잡았다. NHK라디오에서 대중을 상대로 한 저자의 강연이 이 책의 토대가 됐다. 쉬운 예와 간결한 문체로 서술해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보자. 붓다는 그때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던 여성출가를 허용했다. 누구나 붓다가 될 수 있다고 가르쳤다. 남녀차별은 본래부터 없었다. <육방예경>은 다음의 다섯 가지 내용을 가지고 남편은 아내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가르친다. ①존경한다, ②무시하지 않는다, ③도리에 어긋나게 하지 않는다, ④권위를 부여한다, ⑤장신구를 선물한다 등이다.
아내에게는 남편에 대한 사랑으로 ①일을 잘 처리하고, ②친족들을 잘 대우하며, ③도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④모은 돈을 잘 지키며, ⑤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성실하고 꼼꼼히 할 것을 가르친다. 여기에 다음과 같은 저자의 설명이 곁들여진다.
“이상적인 부부 관계는 각자 다섯 가지 항목을 실천함으로써 원만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요점은 서로의 인격을 인정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항상 갖는 것입니다. 부부는 원래 남남입니다. 성장 환경도 전혀 다르고, 사고방식이나 성격도 서로 다릅니다. 극단적인 말 같지만, 부부 관계는 물과 기름 같은 관계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죽을 때까지 두 사람이 잘 섞여 딱 맞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런 물과 기름의 관계를 서로 돕고 도우며 원만하게 살아가는 것을 단순한 사랑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93쪽)
붓다의 가르침은 친구와 가족뿐 아니라 사회에서 맺게 되는 관계에 대해서도 펼쳐진다. 붓다는 경영자가 다음 다섯 가지 항목대로 직원을 위해 애써야 한다고 설한다. ①능력에 따라 사업을 맡기고, ②식사와 임금을 지급하며, ③병이 낫을 때는 간병하고, ④맛있는 음식은 나누어 먹으며, ⑤적당할 때 쉬게 한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노사관계에 대해 저자는 <육방예경> 속 붓다의 말씀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붓다는 능력별 업무 분담, 급여 제도, 건강보험 제도, 사회복지 제도, 휴가 제도를 요구했습니다. 현대사회의 노사 관계의 모델을 제시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다섯 가지 항목은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성의를 나타내는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126쪽)
오래 전 붓다의 가르침이 아직도 현대인의 삶에 중요한 지혜를 줄 수 있는 이유는 평등과 자비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일본 최고의 불교 연구 권위자인 저자가 다양한 자료를 연구해 참신한 시각으로 불경을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육방예경>이 결론적으로 사섭법(四攝法)을 말하고 있다고 규정한다.
“보시(布施), 애어(愛語), 이행(利行), 동사(同事). 이 네 가지는 모든 붓다들이 공통적으로 전해온 가르침이며 국가와 사회와 가정에서 평화와 안녕을 실현하기 위한 훌륭한 교훈입니다. (…) 붓다는 이것을 인생의 지표로 삼으라고 설한 것입니다.”(204쪽)
번역은 일본 하나노조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고 BBS불교방송 라디오에서 ‘아침풍경’을 진행 하는 원영 스님<사진>이 맡았다. 전문성은 물론 대중의 목소리에 익숙한 장점을 살려 매끄럽게 우리말로 옮겼다.
스님은 ‘옮긴이의 말’을 통해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이웃을 배려하는 따뜻하고도 선한 마음을 일깨워주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면서 “어려운 때일수록 근본으로 돌아가 살펴보고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