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세월호 인양을 위해 종교계가 힘을 모으고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재를 지내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3월 23일 오전 10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예방하고, 정부에 세월호의 조속한 인양을 촉구를 위한 담화문 발표 등을 요청했다.

현재 세월호 참사 실종자는 단원고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 학생과 단원고 교사 양승진․고창석 씨, 권재근 씨와 아들 권혁규, 이영숙씨 등 9명이다.

실종자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는 “사건 발생 1년이 다돼 가는데 정부의 인양 발표가 없다”면서 “정부가 물살이 잠잠한 4~6월 실종자를 찾도록 조속한 세월호 인양을 저희를 대신해 (정부에) 꼭 말씀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이어 “불교계가 나서 국가가 책임지고 실종자를 찾을 수 있도록 인양 담화문을 발표해 많은 아픔과 희생을 겪은 분들에게 위로하고, 이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타종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자승 스님은 “저 역시 듣는 내내 마음이 답답하고 무거우며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서 “인양을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인양이 속히 이뤄지도록 종교계의 힘을 모아 적극 의사전달을 하겠다”고 말했다.

양승진 씨의 아내 유백형 씨는 “4월 16일 이후 1년 간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 속에서 살아왔다”면서 “저희는 힘이 없어 4,5,6월에 대통령이나 정부로부터 인양의 확답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살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뼈라도 만져보겠다는 게 소원”이라면서 조속한 인양을 간청했다.

박영인 군의 아버지 박정순 씨는 “자식이 보고 싶어 아직도 밤만 되면 잠을 못 잔다”면서 “밤이 무섭고 두렵다. 꼭 찾도록 도와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7살 권혁규 군의 이모 베트남인 판녹한 씨는 자승 스님에게 서툰 한국어로 “조카가 많이 보고 싶다”면서 “도와달라”고 부탁한 뒤 세월호 리본을 달아줬다. 이에 자승 스님은 노란 묵주를 판녹한 씨에게 직접 전달하며, 실종자 가족을 위로했다.

자승 스님은 “그 아픔을 절절히 느낄 수는 없겠지만 아픔을 같이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4월 14일 세월호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위령재를 지내고, 4월 16일 전국 사찰에서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실종자 귀환을 기원하는 타종을 하겠다”면서 “더 마음을 굳건히 갖고 이 마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건강을 유지하라”고 당부했다.

한편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자승 스님 예방을 시작으로 기독교, 천주교 등을 방문해 세월호 인양 촉구와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3월 2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을 찾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예방했다.

3월 23일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예방해 조속한 선박 인양을 촉구해달라고 부탁했다.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가 실종자 가족 입장을 대변하다 눈물짓고 있다.

권혁규 군의 이모 베트남인 판녹한 씨가 3월 23일 자승 스님에게 노란 리본을 달아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