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내뿜는 향기를, 그리고 좋은 기운을 듬뿍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3월 8일(일) 오후, 2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매월 복지시설을 찾아 봉사와 후원을 하고 있는 녹운회(綠雲會)의 봉사 및 후원 현장, 김포시 월곶면에 소재한 중증장애인복지시설 ‘가연마을’을 찾았다. 특히 이날은 녹운회가 창립된 지 22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함께 진행돼 더욱 뜻 깊은 자리였다.

녹운회, 푸른 구름처럼 어느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찾아 함께 하겠다는 의미를 가진 봉사모임이다. 녹운회는 지난 1993년 3월 동산불교대학 1기생들 20여 명이 뜻을 모아 창립됐다. 지금은 고인이 된 윤정인 초대 회장과 김영희 현 회장, 서경자 보살님 등이 주축이 되어 출범한 녹운회는 그해 4월 대부도 쌍계사 후원 및 봉사와 동국대 및 동대부고에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열정적인 후원 및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후원이나 봉사 가운데 한 가지를 하는 것이 관행이지만 녹운회는 창립 당시부터 십시일반 회비를 모아 후원금을 전달하고, 회원들이 직접 시설을 방문해 봉사하는, 즉 두 가지를 병행하는 패턴을 고수해왔다.

1994년 9월부터는 용인에 있는 연꽃마을을 후원했고, 1995년 1월부터는 원조 소쩍새마을을 후원하고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어 성남 자광원(1997년 3월), 군포 자제정사(1998년 2월), 의정부 선재동자원(1999년 8월), 안양 보현사(2006년 2월)를 차례로 찾아 후원 및 봉사활동을 펼쳤고, 2009년 9월부터는 김포시 월곶면에 위치 가연마을을 찾아 후원 및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녹운회의 후원 및 봉사 활동단체 선정에는 일정한 원칙이 있다. 그때그때 가장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단체(시설)을 찾아 후원 및 봉사를 하다가 그 시설이 안정적 운영단계에 오르면 구름처럼 도움이 절실한 곳으로 이동했다. 어려움을 겪던 시설들은 일단 녹운회의 후원과 봉사의 손길을 받으면 오래지 않아 약속이나 한 듯 자리매김했다.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을 22년 동안 녹운회의 후원과 봉사는 단 한 달도 거르지 않고 이어졌다. 물론 그 아득한 시간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연로하신 회원들 몇몇은 이승을 떠나 극락왕생을 하셨고, 만남과 헤어짐도 있었다. 금남(禁男)의 원칙을 고수했던 녹운회에 몇 해 전부터는 남자회원들도 참여하게 되었고, 마음도 모습도 예쁜 젊은 회원들도 함께 했다.

현재 회원은 12명. 이들은 매월 둘째 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12인승 승합차에 빼곡히 앉아 그들의 손길과 후원을 기다리는 이웃들을 찾는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거르지 않고 이어온 녹운회의 감동적인 보살행은 그러나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불자로서 당연히 실천해야할 보살행인데 내세워 자랑할 일이 못 된다는 녹운회의 불문율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불문율은 ‘자랑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녹운회의 활동을 세상에 알림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보살행의 발심을 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자’는 기자의 설득에 따라 지난 일요일 미디어붓다에 의해 22년 만에 깨졌다.

지난 20여 년 동안 녹운회의 회장을 맡아오면서 든든한 기둥이자 버팀목이 되어온 김영희 회장은 이날 창립 22주년 기념사를 통해 함께 해준 회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김 회장은 “한 달에 한 번 힘든 이웃을 위해 봉사하시는 우리 회원님들은 정말 훌륭한 분들”이라며 “여러분 덕분에 저 역시 포기하지 않고 이 긴 시간을 봉사할 수 있었기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며 그 공덕을 회원들에게 돌렸다. 이어 창립 22주년을 맞아 봉사라는 아름다운 두 글자를 실천해온 세 명의 회원을 선정해 공로패를 전달했다. 창립회원으로 한 달도 거르지 않고 봉사활동을 해온 서경자(75) 회원과 유일한 20대인 송지은 회원, 그리고 12인승 승합차 운전을 도맡아 해오고 있는 홍관표 회원은 이날 세상에서 가장 영광스런 공로패를 수상했다.

김영희 회장은 때때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없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너무나 열심히 후원과 봉사를 해주고 있는 회원들이 있어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수행의 반은 도반이 해준다는 말처럼 보살행 역시 다르지 않더란다.

이 특별한 자리에 가연마을 조선희 원장도 참석해 축하와 함께 “녹운회의 큰 후원과 지속적인 봉사가 ‘아름다운 인연 가연마을’ 운영에 큰 힘이 되고 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강원도 횡성으로 귀촌해 부득이하게 봉사활동을 하지 못하던 김영희 회장의 오랜 친구 양인화 특별회원도 가족과 함께 찾아와 녹운회 창립 22주년을 축하했고, 매년 초마다 적지 않은 후원금을 찬조해주고 있는 김형조 특별회원도 참석해 창립 22주년 기념행사를 더욱 빛냈다.

특히 이날 녹운회 회원들도 김영희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회장 모르게 회원들이 뜻을 모아 정성껏 감사패를 전하는 깜짝쇼를 연출한 것이다. 뜻밖에 회원들이 주는 감사패를 받은 김 회장의 눈가에는 물기가 비쳤다. 

그러나 창립 기념행사라는 의미가 튼 행사도 녹운회 본연의 행사인 후원금 전달 및 봉사행에는 차질을 주지 못했다. 봉사를 위해 최대한 행사시간을 단축한 녹운회 회원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다투어 봉사활동에 들어갔다. 오랜 방문봉사로 이미 친숙해진 아이들과 친구처럼, 엄마처럼, 누나처럼 살가운 분위기 속에서 능숙하게 휠체어를 밀거나 손을 잡고 거닐었고, 포옹하거나 간식을 정성껏 준비해 정겨운 대화와 함께 먹여주었다. 

녹운회를 상징하듯 연둣빛 조끼를 입은 회원들의 정성은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자아내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20대에서부터 70대까지 다양하게 구성된 회원들이지만 손발이 척척 들어맞았다. 대기업 직원, 유명 대학병원의 수간호사, 중견회사 대표, 자영업자, 요가 강사, 가정주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회원들의 구성은 녹운회 봉사활동에 큰 힘이 되어주고 있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의 가장 감동적인 보살행이 펼쳐진 이날, 가연마을에는 봄볕보다 더 따뜻한 햇살이 녹운회의 창립 22주년을 축복하고 보살행을 찬탄하듯 온기를 내려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