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총림 해인사(주지 선해 스님)는 3월 5일 오전 9시 30분 대적광전에서 동당 세민 대종사, 율주 종진 대종사, 주지 선해 스님, 승가대학장 원철 스님 등 대중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동안거 해제법회를 봉행했다.<사진>
이날 전임 방장 도림법전 대종사의 생전 부촉에 따라 서당 학산대원 대종사가 법상에 올라 법어를 통해 쉼 없는 정진을 당부했다.
대원 대종사는 법어에서 “일 년 중 첫 보름인 오늘 우리는 부럼이 아닌 보름을 깨닫는다고 해야 맞다”면서 “금년 동안거에 공부가 미진한 분은 다시 용맹심을 내 정진하라”라고 당부했다.
이하 해인총림 갑오년 동안거 해제법어 전문.
불기 2559년 갑오년 동안거 해인총림 해제법어
해인총림 서당 학산대원 대종사
(법상에 올라 묵연히 앉았다가 주장자를 들어 세 번 치고 들어 보이고는)
회마會麽? 아시겠습니까?
바로 즉시 알았다 하더라도 야호굴을 면치 못하며
만약 알지 못했다고 한다면 하늘 땅 사이만큼 거리가 떨어짐이로다.
알고 모르고를 전부 관계치 않는다 해도
평평한 땅에서 죽은 사람이 일어나지 못함과 같습니다.
필경에 어떻게 해야 옳습니까?
(조금 있다가 주장자를 한 번 치고 이르시길)
삼점은 흐르는 물과 같고 굽은 것은 벼를 베는 낫과 같습니다. 할!
금일 대중은 도리어 아시겠습니까? 만약 알지 못할진대 또 이르리라.
백척간두좌저인百尺竿頭坐底人 수연득입미위진雖然得入未爲眞
백척간두수진보百尺竿頭須進步 시방세계현전신十方世界現全身
백척간두에 앉아 있는 사람이
비록 그렇게 얻어 들어 갔으나 참진리가 못됩니다.
백척간두에서 한걸음 나아가야
시방세계에 전체 몸이 몽땅 드러나리라.
어떠한 것이 백척간두에서 한걸음 나아가는 소식입니까?
산승이 가로되 “북쪽에는 백두산이요, 남쪽에는 낙동강이라.”
모든 선객은 요컨대 아셨습니까?
척기미모유심난剔起眉毛有甚難 분명부견일호단分明不見一毫端
풍취벽락부운진風吹碧落浮雲盡 월상청산옥일단月上靑山玉一團
눈썹을 치켜뜨는 데는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하나의 백호 털을 분명히 보지 못하는구나.
푸른 하늘에 바람이 불면 뜬구름이 다하고
청산에 달이 뜨니 하나의 둥근 옥이로다.
동안선사에게 어떤 스님이 물었습니다.
“어떠한 것이 하늘인간의 스승입니까?”
동안스님이 답하시되,
“머리 위에 뿔이 온전치 못하고 몸 위에는 털이 나오지 않았다.”
금일 산승은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머리 위에는 보관이 없고 백호광명이 모든 세계에 통한다.”
오늘은 일 년 가운데 첫 보름입니다. 저녁에 첫 보름달을 제일 먼저 보면 소원성취 한다고 해서 산위에 올라가서 먼저 달을 보려고 많은 분이 산에 올라가고 합니다. 또 보름 아침에는 부럼을 깬다고 해서 밤이나 호두 땅콩을 깬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부럼이 아니고 보름을 깨닫는다고 해야 맞습니다.
보름달을 심성에 비유한 것입니다. 고인의 선사들께서 말씀하시길 심성을 깨달아 상락아정의 최고 행복을 누리고 살라고 하셨습니다. 금년 동안거에 공부가 미진한분은 다시 용맹심을 내어 정진하셔야 합니다.
만중관쇄일시개萬重關鏁一時開하니
체로진상토홍계體露眞相吐紅界로다.
납자하처심결해納者何處尋結解
철추만단뇌후광鐵鎚萬斷腦後光이로다.
만 가지 겹겹으로 잠겨있는 관문을 일시에 여니
체의 진상이 드러나니 많은 세계가 붉게 광명을 놓는도다.
공부하는 납자는 어느 곳에 해제 결제를 찾는가.
구멍 없는 쇠뭉치가 일체 만 가지를 모조리 끊으니 두뇌 뒤에서 광명이 나타나는구나. 할!
(주장자 세 번 치고 하좌하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