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서정주 탄생 100주년 기념 시낭송공연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가 오는 26일(목) 저녁 7시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열린다. 공연 제목은 미당의 시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에서 빌려왔다.
동국대(총장 김희옥)와 사단법인 미당기념사업회(이사장 김원)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공연은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연극배우, 시낭송가, 가수 등이 출연해 30편의 미당 시를 다양하게 들려준다. 그 동안 거의 낭송되지 않았던 만년의 시편들, 미당의 시작노트 속에 있던 미발표작들도 낭송된다.
시인은 민영, 정진규, 민용태, 문효치, 김초혜, 문정희, 유자효, 이시영, 김기택, 정끝별, 이영광, 박형준, 허혜정, 김행숙 등이 출연하고, 연극배우는 오현경, 전무송, 손숙, 윤석화가 출연한다. 시낭송가로는 김국화, 국혜숙, 오선숙, 지영란, 김경복, 이숙자(재능시 낭송협회) 등이 참여하고, 소리꾼 장사익, 명창 박정욱, 인디밴드 ‘커플디’가 함께하며 다채로운 무대를 꾸미게 된다. 김희옥 총장과 정각원장 법타스님(미디어붓다 사장)도 무대에 올라 미당의 미발표작을 낭송할 예정이다.
유자효 시인의 사회로 진행되는 공연은 서정주의 시 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작품들로 기획되어 있으며, 초연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서도소리 <배뱅이굿>의 전수자인 박정욱 명창이 들려주는 <신부>가 바로 그것. 서럽고 안타까운 신부의 이야기가 국악 가락으로 처음 소개된다. 박 명창은 올해 안에 서정주 시인의 시집 『질마재 신화』(1975)를 새로운 공연물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라며 서정주 문화콘텐츠의 탁월한 우수성에 대해서 국민 모두가 향유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또한, 이남호 고려대 교수는 헌사에서 “미당처럼 좋은 시를 많이 쓴 시인은 세계문학사에서도 그 예가 흔치 않다”고 했으며, 김원 이사장은 “사랑과 배려와 위로가 더 많이 필요한 시대에 서정주 시인의 목소리가 더욱 그립다”고 인사말을 건넨다.
한편, 이번 시낭송공연은 강소천, 곽종원, 박목월, 서정주, 임순득, 임옥인, 함세덕, 황순원 등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가 선정한 탄생 100주년을 맞는 문인과 관련된 행사 중 첫 번째로 열린다.
미당기념사업회는 올해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의 총감독을 맡은 윤재웅 동국대 교수는 “문화융성 시대정신에 걸맞게 계절에 한 번씩 차별화된 미당 시낭송 공연을 준비 중”이라며 “우리 국민 모두가 문화예술을 친근하게 사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공연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18시 30분부터 선착순으로 입장 가능하다. 자세한 문의는 동국대 전략홍보팀(02-2260-3023)으로 하면 된다.
*이남호 교수의 헌사:
“한국시의 궁륭: 미당 탄생 100주년에 부쳐”
미당 서정주(1915~2000)는 60여 년 동안 고전의 반열에 올릴 만한 시집을 여러 권 출간한, 한국 문학사에서 가장 큰 시인입니다. 미당처럼 좋은 시를 많이 쓴 시인은 세계문학사에서도 그 예가 흔치 않습니다. 미당의 남긴 15권의 시집은 제각기 시의 밤하늘에 빛나는 큰 별들입니다.
그의 첫 시집 『화사집』은 혁명적인 시 세계를 보여 줍니다. 그곳은 선악(善惡) 이전의 혼돈과 성적 충동과 심연을 알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어둡고 혼돈스럽고 알 수 없는 에너지가 가득합니다. 그리고 이 에너지가 있음으로 해서 세계는 창조와 갱신과 생명의 힘을 얻습니다. 『화사집』은 우리 내면에 억압되어 있던 이러한 세계와 에너지를 새롭게 발견하게 해 준 시집입니다.
『화사집』이후 미당은 새 시집을 낼 때마다 새로운 시적 세계를 창조합니다. 『귀촉도』는 다시 고향에 돌아온 듯 익숙한 세계를 보여줍니다. 그 세계는 그리움과 슬픔과 전통적 서정이 아름답게 반짝이는 곳입니다. 『귀촉도』는 놀라운 미적 체험을 하게 해 주는 시집입니다. 그 다음 『서정주 시선』에서 미당은 용서와 포용과 위로의 세계를 열어줍니다. 『서정주 시선』은 삶의 고달픔과 비천함을 감싸 안고 거기서 삶의 아름다움을 이끌어 내는, 매우 고귀하고 따뜻한 마음을 보여 주는 시집이라 하겠습니다. 그런가 하면『신라초』에서는 신라정신에서 한국적 사유의 원형을 찾아내고, 『동천』에서는 겨레의 삶 속에 녹아있는 마음과 정서와 지혜를 노래합니다. 이러한 시집들은 모두 국보급 문화재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미당의 시세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 국보급 문화재를 창조해냅니다. 그의 상상력은 유년의 고향의 기억을 변용하여 한국의 신화를 새롭게 창조합니다. 그것이 『질마재신화』입니다. 우리는 『질마재신화』에서 우리 겨레가 오랜 전부터 지니고 살았던 삶의 방식과 가치를 웃음과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그 다음 『떠돌이의 시』에서는 넉넉한 여유와 풍류의 정신으로 세상의 고달픔을 넘어서는 경지를 보여주고, 『서으로 가는 달처럼』에서는 미당 특유의 세계견문기를 펼치고 또 『학이 울고 간 날들의 시』와 『안 잊히는 일들』겨레의 과거와 자신의 과거에서 소중한 것들을 찾아내고 기록해둡니다. 이 때 쯤 되면 이제 미당도 고희가 됩니다. 고희를 넘긴 미당은 이후 돌아가실 때까지 10년 동안 『팔할이 바람』『산시』『늙은 떠돌이의 시』『80소년 떠돌이의 시』등의 시집으로 세상을 굽어보고 보듬어 안으면서 자신의 삶을 시로 만들었습니다. 미당이 남긴 많은 시들은 한국시의 궁륭천장이 되었습니다.
미당의 시적 상상력은 무소불위요 미당의 시적 언어는 천의무봉입니다. 미당은 우리말을 가장 능수능란하고 아름답게 구사한 시인이며 또 그의 시에는 우리 겨레의 마음이 가장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미당의 시를 읽으면서 우리말의 가장 아름다운 꼴을 만나고 또 우리 겨레가 지닌 독특한 심성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미당이 있음으로 해서 한국문학사는 한층 풍요로워졌고 또 한층 자랑스러워졌습니다. 미당의 시는 20세기 한국인들이 받은 가장 큰 선물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