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1월 1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조계종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소통과 화합, 혁신으로 종단 미래를 준비하고, 희망의 한 해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자승 스님은 신년사에서 “종단은 안으로는 소통과 화합, 혁신을 기반으로 종단 미래를 준비하고 밖으로는 화쟁을 기반으로 공존과 상생, 합심의 새로운 기운을 사회에 불어넣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올해 ‘자비와 화쟁으로 이웃과 함께 하겠다’고 발원하고, △사회와 이웃을 향한 나눔과 봉사의 불교 △지혜와 자비를 구현하는 사부대중 공동체 △불교중흥을 위한 지속적 종단 혁신을 중점 종책과제로 삼았다.
또 핵심과제로 조계종 총본산의 성역화, 승려복지, 중앙․교구 균형 발전을 꼽았다. 올해는 특히 100인 대중공사로 인해 지난해부터 꾸준히 발표해 온 ‘소통과 화합’ 기조에 혁신을 포함시켰다.

1월 1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올해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100인 대중공사 … “신뢰 받는 종단 거듭나겠다” 의지
자승 스님은 신년사에서 “1월 28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종단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를 시작한다”면서 “종단 운영과 관련한 모든 의견을 공유하고 해결점을 함께 찾는 원융회통의 전통을 펼쳐 신뢰받는 종단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를 총괄하는 기획실장 일감 스님은 “100인이란 많은 인원이 함께 토론해 본 적은 종단 역사상 처음”이라면서 “기존 토론회가 발제자와 토론자가 정해졌다면 100인 대중공사는 그 범위를 종단 집행부와 불교계의 책임자, 재가단체와 시민사회단체로 열어놨다”고 부연했다.
일감 스님은 대중공사에는 교구본사 주지 스님 25명 이상, 종회의원 대부분이 참석할 예정이라며, 종단의 집행부에 대해 반대나 비판 의견을 낸 이들도 함께 하자는 서한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팩스 등으로 전달해 열린 토론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10여 차례 진행된 대중공사에서 모아진 의견은 현장에서 총무원장 스님과 부장 스님의 의견을 바로 구하거나 입법화시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공존과 상생, 합심 기반 불교통일선언 준비
자승 스님은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국불교의 통일 사상인 화쟁을 바탕으로 ‘공존과 상생, 합심’을 기조로 하는 불교통일선언을 발표하고, 올바른 국가차원의 통일론이 정착되도록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대중적 통일 담론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자승 스님은 “통일이란 말을 남과 북에서 정치‧학문 분야 등에서 써 왔고, 신세대들은 관심조차 미비한 상황이라 통일 정체성을 분명히 세우기 위해 통일담론을 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님은 남북 교류는 정치적으로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으나 KCRP나 종단 차원에서도 준비하고 있으며 정치적으로 남북관계가 원활하다면 종단에서도 더불어 잘 풀릴 것이라고 낙관했다.
◆ 5월 무차선대법회 역사문화관광자원조성사업 추진
자승 스님에 따르면 견지동 역사문화관광자원조성사업 추진도 본격 추진된다. 경복궁과 견지동, 인사동을 잇는 역사문화관광벨트를 만들어 민족문화의 전통을 계승해 발전시키고 미래가치를 재창조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또 오는 5월에는 전 세계 불교지도자와 조선불교도련맹 관계자들을 초청해 세계평화와 국민화합을 위한 기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간화선의 선근을 세계만방에 선양하기 위한 무차선대법회와 무형문화재인 연등회 행사를 조화롭게 배치해 인류의 평화로운 공존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기원대회를 준비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자승 스님은 “지난 1월 9일 신년하례법회 때 종정예하에 최종 일정과 시간, 장소를 보고했으나 아직 최종안이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1월 중 최종 세부안이 결정되면 추후 계획을 밝히겠다”고 부연 설명했다.
1월 14일 열린 조계종 신년기자회견.
◆ 희망과 감동 주는 자비나눔 행사 지속
자승 스님은 “조계종은 세상과 공감하며, 희망과 감동을 나누는 자비나눔 실천에 앞장서겠다”면서 “그동안 진행해왔던 자비나눔 행사를 지속 추진하고, 보다 광범위하고 다양한 각계각층의 분들과 함께 희망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아름다운 동행을 통해 추진되고 있는 탄자니아 농업기술학교 건립 등 해외구호지원 사업도 지속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치기도 했다.
조계종은 템플스테이의 사회적 공익적 가치 구현을 위한 사회소외계층, 취약계층에 대한 체험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종단은 화쟁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갈등 현안에 대한 불교적 해법창출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고 노동위원회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자승 스님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 문제에 대해 “오래 동안 종교계가 노력해 왔고, 도법 스님도 2년 전 무한한 노력도 했는데 정치적 쟁점이 흐려지면 노사가 관심 밖이 되는 등 쉽지 않다”면서 “7대 종교인 모임에서 쌍용차가 신규 직원 채용 시 해고 노동자 중에서 새 직원을 임용하라고 권하는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 범계에 중징계로 엄중히 처벌
일부 스님들의 범계 행위에 후속조치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상좌들이 물의를 일으켜서 부끄러움을 갖고 있다. 범계 시 누구라도 호법부에서 엄중하게 중징계로 처벌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총무원장 선거제도 개선안 마련에 대해서는 오는 15일쯤 특별위원회가 열린 뒤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승 스님은 이날 “때로는 거센 비판과 질타가 이어질 수도 있고, 희망과 감동이 일수도 있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고 소통과 화합, 혁신, 공존과 상생, 합심의 마음으로 꿋꿋하게 국민과 불자 여러분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동국대 총장 선출, 선학원과의 갈등 등 민감한 사항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자승 스님은 동국대 총장 선출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질문에 “답변은 적절치 않다”면서 “학교법인 이사장 스님과 이사진이 이사회를 현명하게 마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진행형인 선학원과의 갈등에 대해서는 “총무부장이 총괄한 위원회가 구성되면 1월 말 2월 초에 위원장이 직접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