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대사 대승기신론소 투르판 본 단간과 원효대사 <대승기신론 별기>가 독일과 일본에서 발견돼 원효대사 탄신 1400주년을 앞두고 대승기신론소 정본 발간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동국대 불교학술원은 신라시대 고승 원효대사의 대표 저술인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의 중국 투르판 필사본 단간이 중국 상해 사범대 딩위안(定源) 교수에 의해 독일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는 신라승 원효의 저술이 중국의 서쪽 끝인 투르판까지 전파되어 유행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획기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동국대 불교학술원 HK연구단(단장 김종욱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은 1월 12일 오후 2시 동국대 대학본관 4층 로터스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딩위안 교수의 초청강연을 통해 밝혔다.

원효대사의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는 2010년 딩위안 교수가 영국 런던의 대영도서관에서 20세기 초 영국의 오럴 스타인(1862~1943)이 가져온 돈황 문서들을 검색한 결과 15행의 단간이 발견된바 있고 이어 중국 베이징대의 소장문서에서 5행,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동양학연구소 소장문서에서 3행 · 10행 · 9행의 단편을 추가 확인한 바 있다.

이번에 독일에서 발견된 단간은 돈황 본이 아니라 중국 투르판 본으로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의 여러 이본(異本) 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되며 필사 시기도 돈황본과 비슷한 시기인 8세기~10세기 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투르판 본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 단간의 발견으로 원효대사의 명성과 사상적 영향이 중앙아시아 돈황과 투르판까지 미쳤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동국대 불교학술원 HK연구단 교수 김천학 박사는 원효대사 <대승기신론 별기>를 일본에서 발견했다고 아울러 발표했다.

김천학 교수와 일본 가나자와문고 도츠 아야노(道津綾乃) 주임학예원, 도요(東洋)대학 동양학연구소 오카모토 잇페이(岡本一平) 객원연구원이 일본 가나자와(金澤)문고에서 현재 유통본보다 300년 이상 앞선 가마쿠라시대의 《대승기신론별기》 사본을 최초로 발견했다. 이는 현존 최고(最古)의 󰡔별기󰡕 사본이며 현재 유통본과 많은 부분이 차이가 난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가나자와문고와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HK사업단은 이번에 발견된 별기 사본을 공동으로 연구 진행 중이다.

《대승기신론별기》에 대한 연구는 19세기 후반 일본을 통해 들어가 중국 난징(南京)의 금릉각경처(金陵刻經處)에서 간행된 《대승기신론소별기회본》을 대상으로 했다. 이 《회본(會本)》을 19세기 말-20세기 초 해인사에서 구해 복각한 것이 현재 한국불교전서의 저본이 되었으나 《대승기신론별기》의 일부분만 수록되어 있는 한계가 있었다. 《회본》과는 별도로 17세기 중반 일본 간본(1659년 萬治 2년본)을 저본으로 한 《대정신수대장경(大正新修大藏經)》 본도 유통되고 있다.

《대승기신론》은 대승불교의 논서로 이론과 실천 양면에 있어서 불교의 여러 교리사상을 받아들여 작은 책 속에 대승불교의 진수를 요약해 놓은 것으로서 높이 평가되고 있으며 중국 · 한국 ·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불교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책이다.

《대승기신론소》는 《대승기신론》에 대한 주석서로는 1,000여 권이 있으나, 원효대사의 저술이 가장 잘 되었다 하여 중국에서는 《해동소(海東疏)》로 불리고 있다.

《대승기신론소별기》는 《대승기신론소》의 초고(草稿)에 해당하며 원효사상의 이론적 기초를 살필 수 있는 대표적인 저술이다.

동국대 불교학술원은 이번 《대승기신론소》 및 《대승기신론소별기》 발견의 의미와 향후 과제와 관련해 판본 비교와 교감을 통한 텍스트의 원형과 사상을 복원하는 ‘정본화’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국불교전서》에 수록된 《대승기신론소》는 일본의 1696년(元錄 9)본을 저본으로 한 대정신수대장경본을 수록했으나, 돈황 및 투르판 사본과는 800년 정도의 시간차가 나므로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고, 8세기 이후 동아시아 불교주석서에서 원효 소 인용 부분을 조사해 비교 검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가나자와문고에서 발견된 가마쿠라시대의 最古 《대승기신론별기》 사본과 현존 유통본을 비교한 결과 350군데 이상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확인된 만큼, 8세기 이후 동아시아 불교주석서에서 원효 별기의 인용 기록을 조사하여 비교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천학 교수는 “기존의 《별기》 저본에는 ‘往而不遍(徧)’으로 나오는데 이번에 발굴된 사본에는 정확히 ‘往而不返’으로 기재되어, 원효가 󰡔장자󰡕를 자주 활용하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기존의 《별기》 저본에는 ‘十卷意者。欲明七識。是浪不非海相。在梨耶識海中故有生滅’으로 되어 있지만 발견한 사본에는 ‘十卷意者。欲明七識。是浪非海。在梨耶識海中故有生滅’로 되어 있어 불(不)과 상(相)이 없으며 이 경우 다른 해석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존의 《별기》 저본에는 ‘本由不覺。動心無起’으로 되어 있지만 발견한 사본에는 ‘本由不覺。動心起’이라고 하여 無가 없으며 이 경우 반대의 해석이 된다”고 덧붙였다.

《대승기신론소》와 《대승기신론별기》는 한국불교 최고의 철학서로 간주되고 있으며 정본에 입각한 재번역과 사상의 복원이 요구된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

*원효는 누구인가?

원효(元曉, 617-686)는 한국이 낳은 대표적인 사상가다. 그는 당시 유통된 불교 경론에 대해 거의 빠짐없이 방대한 주석을 남긴 동아시아 최대의 불교 저술가이며 중국과 일본에 미친 사상적 영향이 매우 크다.
특히 원효의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 관련 주석서는 중국 화엄종 교학을 집대성한 법장(法藏)의 󰡔대승기신론 의기(義記)󰡕의 전형이 되었고, 일본에서도 나라시대 이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우리 역사에서 원효는　잊혀진 인물이었다. 고려시대에는 대각국사 의천(義天)이　원효를 화쟁(和諍)국사로　추앙한 바 있지만 고려 말의　화엄종승 체원(體元)이　원효의 『대승기신론소』를　일부　인용한 것이 고작이다. 유명한 고려 팔만대장경에도 원효의 저술은 들어있지 않고 다만 󰡔금강삼매경론(金剛三昧經論)󰡕만이 보유편에 수록되어 있다.
조선시대에도 간경도감이나 사찰에서 많은 불서들이 간행되었지만 원효의　저술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원효의 저술이 조선시대에는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근대 이후 원효가 다시 부활하였다. 이는 원효 저술 대부분이 일본에 전해져 왔고 그것이 식민지시기에 들어 국내에 소개되고 연구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 원효 관련 연구 논저는 2,000편을 넘는다. 이는 한국불교의 연구 분야 가운데 단연 1등으로 퇴계 이황이나 다산 정약용과 비견된다. 즉 역사상의 불교 관련 인물 중 단연 최고의 인지도와 인기를 가진 이로서 한국은 물론 일본과 중국 학계에서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 많은 원효 관련 연구 가운데 텍스트 유통 문제를 문헌학적으로 접근한 연구는 거의 없으며, 믿을만한 정본 자체가 정립되어 있지 않아 많은 연구가 사상누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근대불교학 연구가 시작된 지 이미 100년이 지났지만 원효를 새롭게 조명하고 그의 사상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작업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