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7일 오후 서울 도봉구청 2층 대강당은 약 1천 명의 대중들로 꽉 들어찼다. 도봉교양대학 45강 '혜민스님과 함께하는 마음 치유 콘서트'를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대중은 20~30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 어르신들까지 다양했다. 엄마 손을 잡고 온 초등학생, 지팡이를 짚고 온 할아버지, 군복을 입은 군인들도 보였다. 마련된 500석에 앉지 못한 이들은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아 스님을 기다렸다. 강당은 앞쪽부터 무대 뒤까지 이동조차 어려울 정도로 빽빽이 들어찼다.

객석을 모두 채우고도 뒤쪽조차 진입이 어려워지자 구청 측은 대강당에 들어오지 못한 이들을 위해 2층 로비에 스피커를 설치해 밖에서도 누구나 콘서트를 들을 수 있게 했다.

이어 혜민 스님이 뜨거운 박수 속에 무대에 등장하며 마음 치유 콘서트가 시작됐다. 스님은 농담을 던지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는 등 능숙한 진행 솜씨를 발휘하며 청중을 사로잡았다.

스님은 ‘삶이 우울한 이유는 못 놀아서’라는 이유를 대며 옆 사람과 함께 하는 즉석 게임을 권했다. 스님이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동요를 부르자 대중들은 박자에 맞춰 옆사람의 손을 잡고 피하는 놀이를 했다. 이내 여기저기서 웃음보가 터져 나왔다.

12월 17일 도봉구청 대강당에서 혜민 스님이 "내가 나를 사랑하기 시작하면 세상도 나를 사랑하기 시작한다"면서 세상을 포옹하듯 청중과 함께 팔을 벌리고 있다

이어 동영상이 상영됐다. 스님은 “나만 잘 되는 게 행복이 아니라 친절을 베풀었을 때 같이 행복한 것을 보는 것이 행복”이라는 주제를 전달했다.

자존감으로 화제를 돌렸다.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듣고, 공감해 준 다음 하고 싶은 얘기를 하라”, “아이에게 사소한 성공의 경험을 말한다”.  아이의 자존감 높이는 법에 대해 설명하자 펜과 핸드폰을 들고 기록하는 주부들의 손놀림도 빠르게 움직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누구예요? 맛있는 거 있으면 누가 먼저 먹어야 해요? 내가 먼저 먹고 행복해져야 남을 행복해지게 할 수 있지, 내가 불행한데 남을 행복하게 할 수 있어요, 없어요? 없어요. 여러분은 자기 스스로를 아끼는 게 제일 중요해요.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만들어요. 먼저 먹고, 행복해졌어, 또 음식이 남았네? 그럼 누구 줘? 자식 줘요? 아뇨,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 줘야 돼요.”

남을 위해 살라는 교훈도,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는 엄격함도 없는 스님의 친근한 강연에 사람들은 연신 웃고 박수치고 메모하며 즐거워했다. 이야기는 ‘열등감’으로 이어졌고 스님이 자신의 열등감을 터놓고 얘기하자 다 같이 환호와 박수로 격려를 보냈다.

“나의 어려운 환경을 나를 성장시키는 발판으로 삼아 나는 훨씬 더 커질 것입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나는 지금 내가 참 좋습니다.”

스님의 간결한 메시지는 청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충분했다. 대중은 스님을 따라 외치며 양손으로 자신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만하면 됐어. 이만하면 상태 좋아!’라는 1천여 명의 기분 좋은 목소리가 강연장을 메웠다.

‘행복’을 주제로 한 이야기도 나왔다.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도 언급됐다. “우리는 행복의 조건을 남이 해주게 만들어요. ‘우리 애가 공부를 잘하면 행복할 거야’ ‘남편이 술을 안 마시면 행복할 거야’. 이렇게 남이 해주는 것으로 행복을 잡으면 행복의 열쇠를 남에게 바친 거예요. 남이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불행한 사람이 되는 거죠.”

귀를 파고드는 생생한 이야기에 힘찬 박수가 쏟아졌다. 이어 처방전도 나왔다. “따라해 보세요. 저 사람들은 자기 삶 살도록 내버려두고 나의 행복을 찾겠습니다.”

스님은 부부관계 문제로 넘어갔다. ‘스님한테 부부문제를 상담하자 간접경험이 쌓였다’고 농을 치자 객석에서 환호성과 웃음소리가 들렸다. 스님은 대중에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기다리기도 했다. 아내와 남편에게 각각 조언할 때마다 객석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분위기가 즐거운 열기로 달아오르자, 스님은 공연장의 모든 불을 꺼달라고 주문했다. 이내 강당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음악이 무대를 조용히 감싸며 마음 치유 명상의 시작을 알렸다.

“눈을 감고 편안하게 숨을 쉬세요. 편안한 숨이 몸 안으로 들어옵니다. 한 번 가슴 깊이 숨을 쉬세요. 어깨가 들석 거릴 정도로 깊고 편안 숨을 들이마셔 주세요. 편안한 숨이 우리 몸안으로 들어옵니다.”

스님의 말씀에 사람들의 호흡도 일정해졌다. 스님의 지시에 따라 오른손으로 심장 부위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스님을 따라 외치는 목소리가 온 강당을 메웠다.

“몸아 참 고맙다. 내 것이라고 당연히 여기면서 막 쓰고 살았는데 네가 있어서 이 생에 와서 많은 것들을 배웠구나.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

“마음아 참 고맙다. 네가 아프다고 그래도 내가 바쁘다고 무시하고 살았는데 네가 있어서 이 생에 와서 많은 것들을 배웠구나. 나 때문에 많이 아팠지.”

상처받은 나를 보듬는 이야기가 이어지자 눈물을 닦는 손길이 곳곳에서 어슴푸레 감지됐다. 흐느끼거나 훌쩍이는 소리도 나지막이 들려왔다. 스님은 ‘여러분 앞에 계신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기를 염원해 달라’는 숙제를 내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받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혜민 스님이 17일 서울 도봉구청 대강당에 1천 명이 운집한 가운데 '혜민스님과 함께하는 마음 치유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청각장애인을 고려, 수화통역사도 함께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콘서트 참석자 임재연 씨는 “혜민 스님의 말씀을 카카오스토리로 받아보고 있던 중 오게 됐는데 평소 느낀 것과 같은 따뜻한 위로가 느껴져 좋았다”고 말했다. 정훈희 씨는 “예술의전당 콘서트에 이어 두 번째 참석”이라면서 “일상에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게 되고 마음의 위안이 됐다”고 만족했다. 박주연 씨는 “20살이라 잘 와 닿지 않았던 내용도 있었지만, 즐겁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혜명화 씨(법명)는 “편안하고 좋은 말씀을 들어 행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고, 스님 말씀대로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혜민 스님 콘서트 현장은 확실히 달랐다.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복까지도 비는 자리였다. 젊은이, 어르신 할 것 없이 함께 소통했고 강연은 흡입력 있고 경쾌했다. 대중들은 진지한 주제에도 웃음이 끊이지 않은 강연 내내 환호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17일 도봉구청에서 대강당 객석을 가득 매운 청중들이 혜민 스님의 마음 치유 콘서트를 경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