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부석사 자인당에 봉안된 보물 제220호(석조여래좌상 2구)와 보물 제1636호 석조여래좌상에 대한 기존의 도상분석에 대해 이설이 제기됐다. 보물 제220호 석불 중 오른쪽 석불좌상의 존명은 비로자나불이 아닌 노사나불이라는 것이다.

기존 자인당내 석불 3구에 대한 존명은 중앙의 석불(보물 제1636호)는 석가모니불, 좌측과 우측의 석불 2구(보물 제 220호)는 비로자나불이었다. 그러나 이 불상들의 존명(尊名)에 대한 해석이 부석사박물관 김태형 학예사에 의해 새롭게 제기된 것이다.

지난 12월 13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동악미술사학회 학술발표회에서 ‘영주 부석사 자인당 석불 도상 고찰-광배와 대좌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한 김태형 학예사는 “보물 제220호의 명칭은 ‘북지리 방동(골) 출토 석조여래좌상’이라 부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전제한 뒤 “이들 불상은 발견 당시 손 부분이 훼손되어 정확한 수인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보물 제220호 석조여래좌상의 명칭에 대해 2구 모두 비로자나불이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기존 학설에 이의를 제기했다.

부석사 동쪽 방골에서 자인당으로 이운된 보물 제220호. 이들 석불 중 맨 아래의 석불은 보물 제200호와 함께 있었던 파불. 보물 제200호는 본래 삼신불로 봉안되었으며, 이는 국내 최고 이른 시기의 삼신불 봉안사례라고 김태형 학예사는 주장한다.

김 학예사는 이어 “오가와의 자료 사진 중에 가운데 불상의 몸체에 원주형(圓柱形)의 석재가 보이는데 이는 지난 4월 발표자(본인)가 현장에서 수습한 원주형석재와 일치한다”며 “이 원주형 석재는 길이 33.5㎝ 두께 11.5㎝로 약간의 타원형이며 불상의 팔 부분으로 추정되지만 현재 자인당 석불과 비교했을 때 그 두께는 비슷하지만 길이가 너무 길어 坐像의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설명했다.

김 학예사는 “다만 보물 제220호 석불의 명칭과 관련하여 이들 석불의 광배 도상이 서로 다른 것은 본문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그 근거로 제시한 60권본과 80권본『화엄경』의 노사나품과 비로자나불품에서 밝힌 세계해의 표현”으로 보았고 “석불의 수인은 잔존했던 팔뚝의 모양과 팔의 각도를 바탕으로 검지 혹은 엄지를 쥔 지권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 수덕사 자인당내 오른쪽 불상은 노사나불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김 학예사는 이날 현재 통일신라시대 편년 기준작으로 거론되고 있는 일부 석불의 제작연대 추정에 문제가 있음도 제기, 눈길을 끌었다. 그는 “따라서 보물 제220호와 보물 제1636호 석불의 제작시기에 대한 추정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며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학예사는 또 “특히 자인당 석불의 원 봉안처에 봉안된 三佛을 현재 부석사 경내에서 모두 확인되고 있으며, 이들 삼불은 국내 삼신불(三身佛) 도상의 가장 이른 선례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보물 제220호의 본래의 배치는 조선시대 불교회화에 나타나는 삼신불도와는 차이를 보인다는, 즉 조선시대의 삼신불도에서는 향우측에서부터 노사나불, 비로자나불, 석가여래로 이어지지만 보물 제220호의 불상의 배치는 향우측에서 추정 석가여래, 추정 비로자나불, 추정 노사나불로 구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학예사는 특히 “노사나불로 추정되는 자인당 동쪽불상의 광배에서 약사여래, 추정 비로자나불, 추청 석가여래로 구성된 도상도 확인되어 이 도상을  삼세불도상으로 추정했다”고 덧붙였다..

김 학예사는 이와 함께 보물 제1636호 석조여래좌상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도상으로 중대석의 지장보살반가상을 꼽은 뒤 이에 대한 독특한 해석을 내놓았다. 그에 따르면, 이와 유사한 지장보살반가상 등의 도상이 원주지역에서도 확인되어 부석사를 중심으로 한 석불도상의 이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특히 이 석불의 중대석에 새겨진 육보살(六菩薩)이 포함된 지장보살도상은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이른 시기의 도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학예사는 “자인당 석불의 연구과정에서 중대석 등에 나타난 도상이 다른 지역의 석불 중대석에서도 확인되어 석불 양식의 이동과 변천에 대한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며 “향후 이들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