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존중과 자비사상을 주창하는 불교. 그러나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점철된 근대 한국사 앞에서 당위적이고 추상적인 ‘생명평화’라는 말은 공염불에 불과했다. 비단 한국불교 뿐만 아니라 이웃나라인 중국, 일본의 불교도 마찬가지의 일이었다.
11월 19일 오후 3시, 한중일 3국 불교 지도자 350여 명이 전쟁의 상흔이자 분단의 상징인 휴전선이 바라다 보이는 파주 도라산전망대에서 평화로운 한반도와 조화로운 세계를 기원하는 세계평화기원법회를 봉행했다.
세계평화기원법회는 한국불교단장 자승 스님(조계종 총무원장)과 중국불교단장 쉐청 스님, 일본불교단장 다케카쿠초 스님의 헌화로 시작했다.
한국, 중국, 일본은 각 나라별 전통 방식의 예불을 봉행했다.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부대중이지만, 한자를 공통분모로 한 예불의식이기에 귀를 기울이며 비슷한 음절을 따라하며 마음을 모았다.
이어 평화로운 한반도와 조화로운 세계를 향한 한중일 3국 불자들의 발원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자승 스님이 대표 낭독한 발원문을 통해 “전쟁은 훼불이며, 반불교적이고, 잔인한 폭력이라는 인식을 같이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세계평화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공동선언문에는 ▲어떤 형태의 분쟁에도 반대하며 평화로운 세계 건설 ▲평화를 위한 협력사업 전개를 통한 평화통일과 동북아 안정, 세계평화 촉진 ▲불국정토를 이루기 위한 연대와 협력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앞서 조계종 군종교구장 정우 스님은 “분단된 지 69년의 세월이 되어가고 있지만 아직 남과 북은 헤어진 가족들조차 편히 만나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삼국의 고승대덕 스님들의 공덕으로 화해의 온기가 싹텄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중일불교대표단은 임진각 범종각에서 평화의 종을 타종했다. 한반도기를 들고 임진각과 통일대교 사이를 행진하기도 했다. 또 도라산전망대에서 망원경을 통해 북한 개성시 외곽과 개성공단, 기정동마을, 판문점을 보며 남북분단의 현실을 맨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세계평화기원법회는 제17차 한중일불교우호교류대회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한중일 불교 대표단이 임진각 평화의 종을 타종하고 있다.
중국불교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행진을 기다리고 있다.
3국 불교 대표단은 평화로운 한반도와 조화로운 세계를 발원하며 통일대교 일대를 행진했다.
한국과 일본 불교 지도자들이 도라산전망대에서 북한 개성을 바라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