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불상(千佛像)은 불교가 시작된 초기부터 인도와 서역 그리고 중국에서도 유행한 불교의 한 양식이다. 천불은 조각 뿐만이 아니라 회화 등에도 그 예가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도 문헌상의 기록과 전해지는 작품을 통해 천불이 삼국시대부터 조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통일신라시대 전탑 천불상은 불상과 모양 또는 탑을 병렬로 새긴 전돌을 쌓아 만든 탑 형태로 전불을 표현했다. 이는 천불을 많이 조성한 중국이나 서역 석굴사원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세계 유일한 예로 현재 청도 불령사 전탑(오른쪽 사진)만이 완전한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나타난 천불상의 특징이 무엇인지를 조명한 논문이 발표됐다. 지난 11월 15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중대신라 불교문화 연구의 새로운 시각’을 주제로 열린 2014 한국고대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진호 선생(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은 ‘통일신라시대 전탑 천불상 연구’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통일신라시대 전탑에 나타난 천불상의 특징을 규명했다.

이진호 씨는 “통일신라시대 전탑 천불상의 조성은 삼국통일 과정이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이루어졌으며, 초기 밀교, 화엄경, 유가유식 등 대승불교를 대표하는 사상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장엄의 성격이 강한 중국이나 서역의 천불상과 비교하여 예배적인 성격이 강하며, 대부분 7세기 후반에서 8세기 중반에 집중적으로 경주지역을 중심으로 조성되었다는 특징을 보인다”고 밝혔다.

이진호 씨는 또 “경주 지역을 비롯하여 울산과 청도지역에서 천불상이 조성된 것은 울산이 당시 중요항구로서 경주와 밀접하게 교류했으며, 청도는 주요 교통로로서 주민들이 왕경 내의 공사에 동원되기도 했던 점이 천불탑이 건립될 수 있었던 근거”라고 주장했다. 이진호 씨는 이어 “비교적 많은 수량이 발견된 불상과 탑 형식은 7세기 후반부터 건립된 전탑의 도상으로 가장 전형적인 형식이며, 안동 지역의 전탑과 비교하여 뒤지지 않을 만큼 활발하게 조성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주목했다. 이 씨는 특히 “통일신라시대 전탑 천불상은 중국이나 서역의 석둘사원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세계유일한 예로 통일신라미술의 독창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이날 한국고대학회 추계학술대회에는 ‘신라 중대 성전사원과 밀교’(윤선태 동국대), ‘신라 중대 사지 조사의 성과와 과제’(양정석 수원대), ‘중대 신라 사원건축의 평면과 공간활동 분석’(한욱 국립문화재연구소), ‘경주 사천왕사사출토 수막새 연구’(문지원 불국사박물관), ‘중대 신라불상과 화강암 조각전통의 완성’(주수완 고려대), ‘중대 신라 불사리장엄의 신경향과 다양성’(최응천 동국대) 등의 논문이 발표됐다. 

  
*청도 불령사 전탑 (淸道 佛靈寺 塼塔) 
소재지: 매전면 용산리 산98 매전면 용산리 산98 

좁다란 골짜기의 절벽 위 널찍한 터에 자리하고 있는 전탑(塼塔)으로, 흙으로 구워 만든 벽돌로 쌓아 올렸다. 땅 위로 5단의 바닥돌을 놓고 1층의 기단(基壇)을 마련한 뒤 5층의 탑신(塔身)을 올려놓았는데, 오랫동안 무너진 채 방치되었다가 1968년에 다시 세워 놓은 것이어서 원래의 형태인지는 알 수 없다.
이 탑의 특징은 무늬가 있는 벽돌을 사용한 점으로, 불상과 3층 석탑 무늬가 있는 벽돌로 쌓아 올려 탑 전체를 장식하고 있다. 즉 길쭉한 벽돌의 옆면마다 연꽃받침 위에 앉아있는 3구의 불상과 2기의 석탑이 서로 교차하여 돋을새김 되어 있는데, 이러한 까닭에 이 탑을 ‘천불탑(千佛塔)’이라 부르기도 한다.
통일신라 때의 조각양식을 보이고 있어 이 시기의 작품으로 추측되며, 전탑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지 않고 더욱이 무늬가 있는 벽돌을 사용한 예는 극히 드물어 문화재로서 지니는 가치는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