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물들이는 멋진 아침
원허 스님, 담앤북스
244쪽, 14,000원
부산 혜원정사 주지 원허 스님이 도심 사찰에 산 지 어느새 20년째다. 산 속에서 화두 참구하며 선승이 될 것을 꿈꿨던 그에게 도심 사찰 생활은 고단하고 불편한 자리였다. 그가 언제나 떠날 준비를 하면서 매일 아침 창문을 열며 새겼던 글귀가 있다. ‘오늘 하루하루를 이 삶의 전부로 느끼며 살아야 한다.’는 <벽암록>의 말씀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스님은 많은 분들이 아침을 여는 첫 순간에 부처님 말씀을 접하고 맑고 청정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곧이어 SNS에 밴드를 개설했다. 이름은 ‘원허 스님의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로 정했다. 그동안 스님이 밴드에 올린 글을 정리하고 보완하니 한 권의 책이 됐다.
스님이 전하는 부처님 말씀은 대부분 짧고 쉬운 글이다. <법구경>, <잡아함경>, <숫타니파타> 등 경전의 바다에서 길어 올린 구절은 시구처럼 간결하다. 누구나 아침 출근길에 가볍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강렬하다. 세상을 바르게 보는 지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법을 깨닫게 해준다.
“나무 밑 작은 그늘에서 쉬었다면
고마운 줄 알아서 그 가지와 잎사귀,
꽃과 열매를 꺾지 마라. <잡보장경>
산길에 예쁘게 피어난 꽃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어떤 분은 혼자만 보기 위해 집으로 가져가는데 그러면 그 꽃은 모두가 나누는 꽃에서 한 사람만을 위한 꽃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것이 욕심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욕심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면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알아차림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134~135쪽 ‘꽃과 열매를 꺾지 마라’ 중에서)
원허 스님은 쌍계총림 율학승가대학원장을 지낼 정도로 ‘지계가 철저’하기로 이름난 율사다. 출가 이후 지금까지 육식을 금하며 음주를 하지 않았다. 오래전 해인사 학인 시절 ‘소고기라면’을 먹고 3천배를 올린 적이 있는가 하면(103쪽), 아직까지 본인 방의 청소를 남에게 맡기지 않고 부탁하지도 않는다.(67쪽)
“계의 정신이 살아 있어야 어지러운 세상에서 불교의 바른 가르침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동안 수행자로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시간은 또 진정한 행복과 자유는 밖이 아닌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교훈을 가슴으로 느낀 시간들이었습니다.”(4쪽)
스님은 현재 혜원정사 주지, 사회복지법인 혜원 대표이사, (재)고산장학회 상임이사, 포교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전법도량’의 회장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