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부르는 이 누구나 건너리
인광 대사 지음, 각산 정원규 옮김
불광출판사
296쪽, 15,000원

- 나의 공부는 얇고 업력은 두터운데 어떻게 왕생할 수 있나요?

“이것은 중생의 심성이 부처와 다르지 않음을 알지 못하는 말씀입니다. 오역십악(五逆十惡)의 죄인은 장차 지옥에 떨어지겠지만, 선지식을 만나 열 번 염불하거나 혹은 염불이 몇 번에 그치더라도 그 염불에 의해 목숨을 마친 뒤 왕생하게 됩니다. (중략)어찌 스스로 자포자기하여 이러한 무상의 이익을 잃어야겠습니까?(179쪽)

- 불법을 배우는 사람이 염불하면서 교리에 밝지 못한 것은 잘못된 것인가요?

“염불을 수지하는 것은 마치 약을 복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교리를 이해하는 것은 마치 미리 병의 근원, 약성, 맥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중략)병이 고쳐진다면 병의 근원, 약성, 맥의 원리를 모른다고 괴로워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253쪽)

청말 민국 초기 중국 정토종의 13대 조사 인광 대사의 법문은 단순 명쾌하다. 결코 어렵지 않다. 81개의 질문에 대한 답이 모두 이런 식이다. 대세지보살의 화신이라 불리던 대사는 혼돈에 빠져 있던 근세 중국인들에게 절절한 목소리로 희망의 빛을 던졌다. 누구나 실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염불 수행법을 널리 펼치며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희망을 지켜냈다.
 
대사는 사람들에게 평화와 위안을 주기 위해 인과의 도리와 윤회의 가르침, 정토 염불법문을 널리 펼쳐나갔다. 그의 가르침은 수태와 출생, 가정교육, 치병, 임종 등 일상적 삶의 모든 모습을 포괄했다. 탈속(脫俗)의 고매한 경지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따르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인과의 도리에 대해 널리 주창했지만, 그 깊이는 남달랐다. 오역십악의 중죄인이어서 장차 아비지옥에 떨어질 사람이 왕생할 수 있는 가를 물었다. 대사는 선지식의 가르침을 따라 열 번 혹은 몇 마디의 염불을 하면 목숨을 마칠 때 부처님의 접인(接引: 부처님이 중생을 정토로 이끄는 것)을 받아서 서방에 왕생할 수 있다는 <관무량수경>의 가르침을 거듭 되풀이했다. 간절한 믿음과 발원이 있으면 누구라도 고통에서 벗어나 극락정토에 이를 수 있다는 희망의 말씀이었다.

 오랫동안 염불수행을 해온 각산 정원규 거사가 인광 대사의 <인광대사가언록(印光大師嘉言錄)>과 <인광대사문초(印光大師文鈔)에 실린 수많은 법문 중에서 긴요한 내용을 가려 뽑아 우리말로 옮겼다.
 
정 거사는 인광 대사가 염불법문을 제창한 주된 요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 사람들의 근기가 참선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으며, 설령 참선을 하여 깨달음을 얻을 지라도 번뇌를 끊어 생사를 벗어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염불하여 아미타불의 원력의 힘으로 극락세계에 왕생해야 비로소 생사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염불법문은 부처님께서 말법시대의 중생을 위하여 특별히 하신 법문으로서 자력(自力)으로 닦는 일반법문과는 다르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