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회와 설법>이라는 잡지가 있었다. 조계종포교원이 법문자료 보급을 위해 1995년 창간한 월간 유가지였다. 발행 초기 포교 현장의 스님과 법사들에게 매우 유용한 자료로 호평을 받았다.

주간 또는 월간 단위로 법회를 준비하는 담당자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자료는 없었다. 하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2006년부터 조계종출판사로 발행처를 떠넘겼다.

2010년 다시 체제가 바뀌어 그해 5월부터 전자책 형태로 발행돼 국내외에서 포교 일선을 담당하는 스님, 포교사, 군법사 등에게 무료로 발송됐다. 안타깝게도 이마저 오래가지 못하고 그해 말 폐간되고 말았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 잡지에 담긴 최고의 콘텐츠는 설법 문안이다. 포교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들이 머리에서 손끝으로 토해낸 그 자료는 지금 다시 읽어도 명법문이다.

 
조계종포교원이 지난 자료를 들추고 골라 월별 설법집을 엮어냈다. 이름 하여 <일 년 열두 달 마음여행>(조계종출판사).

 
포교 현장에서의 설법 주제와 내용이야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 게 정상이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특정일에 관한 법문의 경우 여기 실린 내용은 모범답안 수준이다. 이를테면 △지혜와 자비로 시작하는 새해(1월) △우리 곁에 오신 부처님, 그리고 불교(5월) △사랑의 구름다리: 칠월 칠석과 우란분절(8월) △우리 명절 추석맞이와 인연 만들기(9월) △한 해를 보내며(12월) 등이 그렇다.

책에는 계절과 시기에 맞게 작성된 48개의 설법 문안이 실려 있다. 가장 큰 장점은 모든 설법의 근거를 경전에서 들춰냈다는 점. 거기에다 다양한 에피소드가 씨줄 날줄로 엮여 있어 탄탄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조용한 곳에서 혼자 매주 한편씩 차근차근 읽어보는 것도 괜찮다. 평소 존경하는 큰스님이 사자후 하시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