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택 스님이 개정증보판 '성철스님의 백일법문' 출간과 관련해 10일 자신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1967년 성철 스님은 해인총림 방장이 됐다. 그 해 동안거를 맞아 스님은 1백일 간 사자후를 토해 냈다. 상당법문과는 별도로 대중들을 위해 매일 두 시간 정도 불교를 총체적으로 강설했다. 당시 해인사 큰절의 큰 방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소문이 나자 인근 사찰의 스님들까지 몰려와 해인사에는 스님들이 잠잘 방이 모자랄 정도였다.

법문 당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백일법문'은 ‘성철 스님의 중도대선언(中道大宣言)’이었다. 중도란 선과 악, 삶과 죽음 등과 같이 대립하는 양극단을 떠나되 양쪽을 다 아우르는 것을 말한다. 스님은 팔만사천법문으로 펼쳐지는 방대한 불교교설 가운데 근본이 되는 내용만을 골라 경론(經論)과 조사어록(祖師語錄) 등을 인용해 간명하게 설명했다. 수백 명의 스님들이 동참한 대규모 법회가 이어지면서 그 내용은 고스란히 녹음됐고, 25년이 지난 1992년 단행본 <백일법문> 상·하권(사진)으로 태어났다.

 
이렇게 해서 <백일법문> 상하권은 22년 간 20여만 권이 팔려나갔다. 단순한 법문집이나 에세이류를 제외하고, 불교 사상과 교리를 전하는 딱딱한(?) 책 중에서는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

테이프 14개 분량 추가...법문 순서 따라 원음 최대한 복원

 
상권은 불교의 본질, 중도사상, 근본불교, 인도 대승경론의 중도, 중관·유식을 정리해 묶었다. 중도사상 이후는 절(節)과 항(項)에서 제목은 같으나 순서가 전보다 많이 바뀌었다.

중권에 있는 천태종·화엄종·법상종의 중도사상은 이전보다 자세하고 폭이 넓어졌다. 하권에는 중국 선사들이 밝힌 중도의 뜻과 어록이 실려 있으며, 특히 대주혜해 선사의 <돈오입도요문론>의 법문이 많이 실려 있다.

개정증보판 발간과 관련해 원택 스님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감회를 밝혔다.

“감히 다시 금자탑을 쌓는 마음으로 개정증보판 <백일법문>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큰스님께서 개정증보판 <백일법문>에서 밝히신 사상을 이어받은 훌륭한 후생(後生)들이 속출해 더 높고 찬란한 금자탑을 쌓아주시고, 더불어 <본지풍광> · <선문정로> 연구에도 더욱 관심을 갖고 깊이 있게 연찬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12월부터 ‘백일법문’ 특별강좌

스님은 이어 “소납이 출가(1972년)하기 5년 전인 1967년 동안거 백일동안 큰스님께서 사자후를 하셨고, 산문에 들어선 지 40여 년이 지나 어느덧 고희를 맞는 해에 개정증보판 <백일법문>을 세상에 내어놓게 되니 감회가 특별하다.”면서, “앞으로 개정증보판 <백일법문>(상·중·하)이 더욱 많은 분들에게 진리를 알려주는 ‘마르지 않는 법문’이 되고, 무명을 밝혀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꺼지지 않는 횃불’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원택 스님은 이번 개정 증보판 출간에 즈음해 선종사상이 정리된 <백일법문> 하권 2500권을 동안거 결제를 진행하는 전국 선원에 법보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 스님)과 조계종 불교인재원(이사장 엄상호)은 오는 12월11일부터 내년 3월 5일까지 동안거 기간에 ‘백일법문 특별강좌’를 진행한다. (1661-1108), 384~396쪽, 각권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