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비구니회(회장 명우 스님)와 열린비구니모임(공동대표 임대·정현·혜운 스님, 이하 열린모임)의 대표가 한 자리에 모였다. 그러나 이 자리는 원만한 합의점을 찾기보다는 서로의 이견을 확인하는 정도에 그쳤다.

전국비구니회와 열린모임은 10월 23일 오후 2시 서울 수서동 전국비구니회관에서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은 열린모임 측이 전국비구니회장 명우 스님에게 전국비구니회 운영위원장 계환 스님에 대한 면담을 요청하고, 명우 스님이 수용하면서 성사됐다.

전국비구니회 측에서는 회장 명우 스님과 운영위원장 계환 스님, 수석부위원장 혜전 스님, 기획국장 지홍 스님이 참석했고, 열린비구니모임 측에서는 공동대표 임대·정현 스님과 공동대표 혜전 스님의 위임을 받은 재범 스님이 참석했다.

비구니 종회의원 선출을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진 상황에서 두 단체의 만남은 그 자체로도 주목을 끌었다. 대화 과정에서는 고성이 오가는 등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대화 내용은 ‘요구’하고 ‘거부’하는 것으로 단순했다.

열린모임은 명우 스님에게 전국비구니회의 파행적 운영에 대해 논의하는 임시총회 소집을 요청했고, 명우 스님은 이 자리에서 열린모임 측이 제기한 ‘파행 운영’ 의혹에 대해 해명한 후 임시총회를 열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열린비구니모임 "본질적 부분 대화하자"

전국비구니회 "연락도 없이 12명이 회장스님 찾아봬나"

명우 스님은 대화의 첫머리에서 “열린모임에서 나를 만나러 와서 계환 스님을 단독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고 하기에, 그 때 열린모임에서 온 열두 분을 앉혀놓고 계환 스님에게 전화를 했다”며 “열린모임이 신문지상에 제기한 다섯 가지 문제에 답해줄 사람들이 다 달라서 대답할 사람들을 오라고 했다. 그 때 있었던 일에 대해 명백하게 말할 것”이라고 만남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열린모임 공동대표 임대 스님이 “회장 스님을 찾아뵐 때 계환 스님 단독 면담을 요청한 것은 계환 스님과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대화형식으로 풀어보자는 의도”라고 부연했다.

이어 자진사퇴 촉구를 받은 당사자인 운영위원장 계환 스님은 “그동안 비구니회의 운영에 아무도 관심이 없었는데 열린모임 스님들이 지적도 하고 관심을 주는 것은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일을 발판으로 삼아 열린모임의 의견을 받아들여 그동안 미비한 회칙이 있으면 보완하고 고쳤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계환 스님은 “그저께 열린모임 스님들 12명이 연락도 없이 회장 스님을 찾아봬 놀라신 것 같다”며 “문제제기 당시 즉각 입장을 내려고 했으나 회장 스님이 본인이 직접 말하겠다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열린비구니모임 "381명 동참…임시총회서 공론화 하자"

전국비구니회 "운영위원장, 종회의원 후보 선출 적법…임시총회 안 한다"

열린모임 측 재범 스님이 본론을 꺼내들었다. 재범 스님은 “임시총회 소집을 촉구하고 싶어서 왔다. 파행적으로 구성된 운영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한다. 임시총회에서 운영위원 구성과 16대 비구니 종회의원 후보 추천과정을 투명하게 밝히고 문제가 있다면 전면 무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재범 스님은 “어제 날짜로 381명이 열린모임 의견에 동참해줬고, 우리는 회원들의 의견을 집행부에 전달하고 싶어서 면담을 요청했다”며 “임시총회에 모여서 서로가 공론화를 해보자”고 말했다.

명우 스님이 답변에 나섰다. 명우 스님은 “내가 회장을 살면서 운영위원장을 전반 후반으로 나눴다. 후반 운영위원장을 할 때 정엽 스님이 이번에는 일연 스님으로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계환 스님이 운영위원장을 하면 어떻겠냐고 다섯 분이나 추천이 나와 나도 입장이 곤란하고 난처했다. 운영위원장 뽑을 때 일엽 스님이랑 앉아서 일연 스님으로 하자고 네 사람이 박수를 치고 끝이 났다. 절에 와서 생각해보니 이건 아니다 싶어서 임명도 안 되고 운영위원회 인준도 안 된 상태니 일연 스님한테 전화를 해 운영위원장은 딴 사람을 시켜야겠다, 수석부위원장을 하면 어떻겠느냐 했지만 그러면 수석부위원장도 안 살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명우 스님은 “종법에 없는 규정으로 했다고 하는데 운영위원장은 쭉 회장이 지명해서 운영위원과 부서장들의 인준을 받았다. 이번에도 내가 운영위원 60명 중에 57명이 모여 인준을 받고 부장들도 각 인준을 받았는데 그것이 어떻다 저떻다 하느냐”고 말했다.

명우스님 "회견 앞두고 새벽에 찾아와 총무원장한테 전화하라고 하나"

임대스님 "한 가지 상황 놓고도 시각 달라…문제 조율할 방법론 찾자는 것"

비구니 종회의원 후보 선출과 열린모임의 이의제기 과정에 있었던 일도 언급됐다. 명우 스님은 “이번 선거 후보자 16명 하나하나를 점검해서 선출하고 운영위원회에 보고하고 총무원에 서류를 넣었다”며 “그런데 13일 열린모임이 기자회담을 하는 날 새벽 6시에 와서 하는 말이 ‘총무원장한테 전화해서 (비구니 종회의원 선출을)미뤄달라고 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정당하게 선거인단에서 뽑았고 내 나름대로 비구니회장 이름으로 도장을 찍어 보냈는데 어떻게 연기를 시키느냐. 그걸 내가 듣겠느냐’고 그러자 여기 와 있는 정현 스님도 웃으면서 긍정하고 갔는데. 나중에 (면담을 요구하는)서류가 비구니회관도 아니고 성심사 절로 왔다”고 말했다.

발언권은 열린모임 임대 스님에게 돌아갔다. 임대 스님은 “그동안 임시총회를 열어 달라고 한 것이 분분했나, 처음이었나”를 물으며 “일이 있을 때마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열어 달라고 한 것은 사안이 (중대한) 사안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운영위원장 일로 일연 스님한테 전화를 했을 때 단박에 전화 한 통에 수석부위원장도 안 살겠다 거부의사를 보였나, 다시 다른 반응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명우 스님이 “그 전화에서 대답했다”고 답하자 “한 가지 상황을 놓고도 각각 다르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대 스님은 “비구니로서 알아야 할 권리도 있고, 소외가 더 확대되지 않게끔 하기 위해 이런 것들을 말해달라 여쭈었고, 운영위원장을 통해 실질적인 얘기 들어봐야겠다 해서 면담을 요청했다. 넘을 선이 있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구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며 “계환 스님 자체를 탓하자는 게 아니라 총회를 통해 바꾸자는 것이다. 총회는 문제를 확대시키지 않고 조율해보자는 방법론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재차 설득했다.

계환스님 "차기 비구니회장 선거 포석이 아닌가 생각"

재범스님 "중대 사안 발생은 회칙의 제도적 미비점 때문"

발언권을 넘겨받은 계환 스님은 열린모임의 행보가 차기 비구니회장 선거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계환 스님은 “소임을 9개월을 살았다. 처음 사니까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고 잘못도 있을 수 있다. 소임이 앞으로 2년 3년 남은 것이 아니라 이제 내년 11월이면 끝난다. 조금 더 기다려줄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는 상황에서 나는 이게 차기 회장선거의 포석인가, 그 입장에서 문제가 발생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열린모임이 사무실까지 얻으셨다고 들었다. 나에 대한 온갖 카더라 소문도 듣고 있다”며 “아무리 훌륭한 비구 스님도 비구니 회장은 못 산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재범 스님은 즉각 부인했다. 재범 스님은 “차기 회장 포석이지 않느냐는 우려의 말씀은 하실 수 있으나 서명에 동참한 모든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며 “중대 사안이 발생한 것은 회칙의 제도적 미비점 때문이다. 임시총회를 통하지 않고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면담은 1시간 30분여에 걸쳐 이뤄졌다. 명우 스님은 자리를 마무리하며 “비구니를 위한 마음은 다 같을 것이다. 이렇게 들으니까 서로가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운영위원을 더 확장시켜서 60명이든 70명이든 머리를 맞잡고 하면 이야기가 될 거라는 생각이 지금 든다. 젊은 스님들은 또 나서려는 열의가 있고, 정말 비구니회를 위해서 더 잘 되게 하기 위해서 온 거니까 의논을 하자”고 말했다.

열린비구니모임, 임시총회 소집요구서 접수

전국비구니회, 11월 5일 운영위원회로 대체 예고

면담 직후 열린모임 재범 스님은 전국비구니회 사무국에 임시총회 소집요구서를 접수했다. 면담에 앞서 열린모임 진명 스님은 조계종 법규위원회에 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전국비구니회는 11월 5일 운영위원회를 개최한다는 입장이다.

전국비구니회 회칙 제11조(총회) 1항에는 “임시총회는 운영위원회로 대신 할 수 있다”고 명시됐으며, 2항에는 “회원 20명 이상으로부터 목적을 명시하여 요구가 있을 때는 회장이 15일 이내에 소집하여야 한다”고 명시됐다.

임시총회를 요구하는 열린모임과 운영위원회로 대체하겠다는 전국비구니회의 갈등이 원만히 해소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