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흥전리사지에서 5동 이상의 건물지가 확인됐다. 국통(國統)명 비석편과 꽃무늬 청동제 장식, 귀면와 등의 특이한 유물도 출토돼 대규모 산지가람인 흥전리사지의 사격을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계에서 피재(삼수령)로 가는 중간에 위치한 흥전리사지에는 전형적인 통일신라석탑의 양식을 계승하면서도 보기 드물게 3중 기단을 갖춘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27호 삼층석탑재가 복원되지 못한 채 흩어져 있었다.
이에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정안 스님)는 올해 8월부터 문화재청의 허가와 강원도 삼척시의 협조를 받아 흥전리사지 석탑 복원과 사역(寺域) 확인 등 사지(寺址) 정비를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시굴조사를 시행했다. 이 조사는 2013년부터 1차 5개년 계획으로 시행 중인 ‘전국 중요 폐사지 시발굴조사사업’의 일환이다.
금당(본존불을 안치하는 가람의 중심 건물)과 거북모양 탑 받침. (사진=불교문화재연구소 제공)
흥전리사지는 그동안 석탑재와 주변 석재 등으로 사역을 추정했으나 이번 조사를 통해 동편에서 5동 이상의 건물지가 새로 확인되어 동원(東院)과 서원(西院)으로 이루어졌음이 드러났다.
동원은 건물지와 건물지사이를 배수로로 이용하는 등 밀집된 평면배치를 보인다. 중심사역인 서원에서는 좌우에 건물지가 연이어 붙은 금당(기단 29.5m×10m)과 큰 돌을 5단 이상 채워 넣은 깊이 1.7m 정도의 방형탑지(4.5m)가 확인되어 일탑식의 공간배치임이 확인됐다.
좌우건물지에는 잘 다듬어진 장대석 기단이 사용됐으며, 건물지에서 확인되는 기와등 무늬로 미루어볼 때 사지는 선문계 기와를 사용한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되어 어골문과 격자문 기와가 나타나는 고려시대에 폐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유물로는 ‘국통’명 비석편과 꽃무늬가 선으로 새겨진 청동제 장식, 당초문·연화문 등이 새겨진 다량의 암·수막새, 일반건물에서는 보기 힘든 귀면와(鬼面瓦)와 곱새기와 등의 특수기와를 비롯해 철제 초두와 철호 등이 출토됐다.
국통명 비편. 국통(國統)은 승단의 최고 통솔자를 말한다.
곱새기와
철제 초두(鐎斗, 다리가 세 개 달린 긴 자루의 작은 솥)와 철호(鐵壺, 쇠항아리).
꽃무늬가 선각된 청동제 장식
조사에서 확인된 건물지들과 탑지, 비편을 비롯한 출토유물을 통해 대규모 산지가람인 흥전리사지의 사격을 추정해 볼 수 있어 앞으로의 발굴조사와 정비를 기대하게 한다.
또 이번 조사에서는 지난 2003년 도면을 통해 높이 356㎝로 추정한 석탑의 정확한 위치와 그 구조가 밝혀졌다. 조사단에서 진행 중인 석탑재의 정밀 3D스캔을 통한 가상복원이 가능해져 석탑복원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석탑복원을 시작으로 사지가 정비된다면 최근에 개장한 하이원 추추파크를 비롯해 평창 동계올림픽과의 연계 프로그램 개발 등의 문화콘텐츠를 제공하는 삼척지역 불교문화의 명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불교문화재연구소는 기대했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10월 7일 오후 1시 30분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흥전리 현장에서 삼척 흥전리사지 유적 시굴조사 현장보고회를 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