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저서 <흔적 없이 나는 새>를 설명하는 수불 스님.

“흔적 없이 나는 새”라고 했다. 책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무슨 시집인 줄 알았다.

“하루 종일 허공에 새가 날았어도 흔적이 없는 것처럼, 하루 종일 법을 설했어도 설한 바가 없다.” 유마거사의 ‘불이법문’을 설명하는 황벽 선사의 글에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은 이같이 해설을 붙였다.

<흔적 없이 나는 새>(김영사)는 선어록인 <전심법요(傳心法要)>와 <완릉록(婉陸錄)>을 평이하게 새로 풀어 쓴 책이다.

 
황벽선사의 가르침을 담은 이 두 책의 원 저자는 당나라 말기 최고 지성인 배휴 거사다. 대개의 선어록이 짧은 대화나 간단한 법어를 수록한 데 비해 이 책들은 길고 체계적인 대화와 상세한 법어를 싣고 있다. 육조혜능 이후 남악회양-마조도일-백장회해-황벽희운에 이르기까지 정립된 조사선의 가르침을 자세하고 분명하게 전하고 있어 임제종을 대표하는 선어록으로 후대에 조사선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수불 스님은 2010년 서울 안국선원에서 재가신도들에게 <전심법요>를 풀어 해설했다. <흔적 없이 나는 새>는 이 때의 강의 내용을 엮은 것이다.

 
수불 스님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깨닫지 못하고 공부 과정에 있는 일반 독자들에게 불경을 강설하는 것은 상대의 미혹과 의심만 더하는 일”이라면서, “하지만 조사어록은 수행자로 하여금 이치를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근본진리에 대해 알고 싶도록 하며, 깨달음에 대해 발심하도록 하여 실제를 깨닫고자 하는 인연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심법요>가 동양은 물론 서양에서도 드문 수작으로 평가 받는 이유를 묻자 스님의 답은 명쾌했다.

“선사들은 대개 분별망상으로 인한 제자들의 질문을 바로 무질러버립니다. 하지만 황벽 선사는 재가 지식인인 배휴가 남긴 이 기록의 미래적 가치를 내다보았는지는 몰라도, 질문이 아무리 어리석더라도 일일이 꼼꼼하게 응해주었습니다. 바로 그 점입니다.”

스님은 또 “상대적인 지식은 ‘알’수 있지만, 절대에 대한 지혜는 직접 ‘깨달아야만’한다.”면서, “제자가 근본 진실에 대해 풀리지 않는 의문을 간절하게 물을 때, 스승은 절대의 자리를 바로 지적해준다. 이때 인연 있는 사람이라면 말끝에서 절대와 만나 깨달음을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심법요>와 <완릉록>은 보리달마의 ‘일심법(一心法)’과 육조혜능의 ‘돈교법문(頓敎法門)’을 투철하게 설파했다고 평가될 만큼 선문의 귀한 자료다. 하지만 재가자들을 위해 풀어 쓴 경우는 많지 않다. 21년 전 일지 스님의 번역본에 이어 작년에 무심선원 김태완 원장이 펴낸 <황벽어록>이 있고, 이번에 수불 스님이 엮어 낸 책이 세 번째다.

그래서인지 한국간화선연구소장 미산 스님의 추천사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안국선원의 많은 공부인들이 이 책의 선해를 통해서 환희심을 내었고, 돈오선법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 소중한 선해를 책으로 펴내게 된 것을 진심으로 찬탄하며, 이 책을 통해서 많은 공부인들이 일대사인연을 마치고 전법도생의 길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604쪽 2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