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를 논하는 것이 죄악인양 치부되는 일이 번다한 불교계에서 시시비비를 논하려 하는 것 자체가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시비비가 없는 집단은 마치 고인물이 썩어가는 것처럼 생명력을 잃게 마련이기에 무모하고 어리석은 줄 알면서도 또 한 번 시시비비를 논하고자 한다. 묵빈대처라 무시하면 그만일지도 모르지만,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어서 이 글을 쓴다.

최근 <불교신문>에 기고한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 도법 스님의 기획연재 ‘붓다, 스스로 묻고 답하다’의 한 편을 읽었다. 평소 그 분의 글을 잘 읽지 않는 터라 모르고 넘겼는데, 종단의 한 중진스님으로부터 ‘이 기자가 한 번 읽어보았으면 좋겠다’는 요청 전화를 받았던 것이다.

그 글은 이 기획연재의 11번 째 글, ‘실체 알 수 없는 깨달음 앞에서 무력하게 무릎을 꿇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글[불교신문2963호/2013년11월20일자]이었다.

글을 읽어가면서 참 많은 문제를 가진 글이라는 것을, 지혜가 턱없이 부족한 기자의 입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수행의 가치를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것부터, 선방에서 참구하는 수좌들을 모독할 만한 매우 위험한 표현들이 즐비했다. 오늘날 선방수좌들의 수행 모습이 다 옳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깨달음에 도달했다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분들의 수행을 가벼이 평가하거나 잘못된 것이라고 치부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간혹 있는’ 이른바 ‘깨달음에 도달한 사람도 솔직히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표현, ‘실체를 알 수 없는 깨달음’이라는 표현은 논란의 소지가 많은 표현들이 아닐 수 없고, 이런 글에 대해서 침묵하는 선문의 수좌들도 이해가 되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도법 스님이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미와 우려를 짐작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적 경험인 붓다의 일생으로 미루어 볼 때 먼 훗날을 기약하고 깨달음을 추구하도록 하는 한국불교인들의 수행은 무언가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음이 분명하다”는 단정은 위험하다고 본다. 이는 해(解)와 증(證)에 관한 이해부족이거나 삼보에 대한 신심 부족에서 연유한 것이 아닌가 여겨지는 것이다.

깨달음을 향한 치열한 정진을 “어쩌면 기독교인들이 실체를 알 수 없는 신 앞에 무력하게 무릎 꿇듯이”에 비교한 것이나, “한국불교의 비극이 여기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는 표현은 깨달음을 향해 치열하게 정진하는 수행 프로세스에 대한 전면적 부정에 다름 아니다.

또한 어느 수행자가 “깨달음을 신비화하고 먼 훗날 도달해야 할 신비한 목적지로 설정”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또한 자의적 해석이 아닌가 여겨진다. 아마 도법 스님 스스로 그렇게 설정하고 살아오신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붓다가 만 생명에게 희망의 등불로 제시한 깨달음이 오늘날 한국불교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보통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일까?”는 질문도 매우 유치해 보인다. 붓다의 가르침 가운데에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는 것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도법 스님의 주장대로라면 어째서 붓다께서 깨달음을 얻은 후 설법하는 것을 주저했을까에 대한 답을 명료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불교야 그렇게 잘못 되었다고 강조하고 계시니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고 치더라도, 저 남방의 테라와다의 수행자들은 왜 그렇게 열심히 수행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도법 스님의 말씀대로라면, 그 분들도 도법스님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다시 말해 도법 스님의 주장은 한국불교의 수행풍토만이 아닌 전 세계 불교를 향한 근거 없는 비판에 해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진= 범천의 권청)

특히 붓다를 향한 도법 스님의 표현에서 나타나는 불경함을 불제자의 한 사람으로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도법 스님은 “깨달음을 찾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반드시 명료하게 정리해야 할 대단히 중요한 일이므로 첫 제안자이며 길 안내자인 붓다에게 묻는다”면서 “석가 그대에게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석가 그대는 언제 깨달았는가”, “석가 그대는 깨달음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가”라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자는 이 질문을 읽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런 질문이 성립되는지 아닌지를 따질 수도 있겠지만, 교주를 향한 도법 스님의 지극히 불경한 표현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는 것이다. 불제자라면, 불교를 신봉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교주 석가모니를 향해 ‘하대’의 표현인 ‘그대’라는 말을 감히 사용할 수 있는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혹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괜한 말꼬리를 잡는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표현이야 어떻게 하든 의미하는 바가 중요하다고 강변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하지 말아야 할, 해서는 안 될 표현이 있는 것이다.

‘그대’는 ‘아랫사람을 향해 정중하게 높여 부르는 호칭’이다. 교주 석가모니 부처님께 사용해선 결코 안 될 불경하기 짝이 없는 표현인 것이다. 도법 스님이 석가모니에게 사용한 표현처럼 만일 도법 스님을 향해 “스님은 스님의 아버지를, 또는 스님의 은사를 향해서도 ‘그대’라고 부르는가?”라고 되묻는다면 어떻게 답하실 것인가.

도법 스님의 글을 읽으면서 수행의 가치에 대해 무엇인가 빗나간 견해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또한 수행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는 인과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교주에 대한 존경심이나 신심이 없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이런 글이 종단에서 발행하는 신문에 버젓이 실릴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도법 스님께 ‘도법 스타일’로 묻는 것으로 글을 맺는다.

도법, 그대는 왜 출가했는가?
도법, 그대는 출가해서 무엇을 얻었는가?
도법, 그대는 이 땅에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