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아쇼카 선언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말썽을 빚고 있는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아쇼카 선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분위기 확산에 점차 이성을 잃고 있는 것 같다.

아쇼카 선언에 대해 강한 비판의 글을 언론에 기고하고, 페이스북에 다소 격한 내용의 글을 올린 마성 스님(팔리문헌연구소 소장)에 대해 화쟁위원회가 명예훼손 등의 명목으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전해와, 조만간 아쇼카 선언을 둘러싼 논쟁이 법정 소송으로 번지게 될 전망이다. 화쟁위원회가 소송을 벌이는 그야말로 '소가 웃을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마성 스님은 2월 19일 오후 <미디어붓다>와의 통화에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인용 보도한 기사에서 페이스 북에 올린 글 전문을 삭제하거나, 메인화면에서 보이지 않도록 조처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해왔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겠다는 화쟁위원회에 대응하기 위해 부득이 최소한의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변호사의 자문에 따른 요청이었다.

아쇼카 선언은 ‘불교인 선언’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매우 공적인 것이기에 이에 대한 비판에 대해 ‘명예훼손에 의한 고소를 하겠다’는 화쟁위원회의 행보는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 아닐 수 없다. 현 종정스님과 다음 종정 스님도 내용과 발표 시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고, 불교계 전반에서 폭넓게 반대 여론이 형성되고 있음에도 화쟁위원회가 법적 조처를 운운하며 용기 있게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마성 스님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은 그야말로 비불교적이고 그들이 그토록 외치는 ‘평화’에 반하는 속 좁은 행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지난 2010년 6월 8일 출범후 첫 회의를 갖는 화쟁위원회. <자료사진>

비록 법 전문가는 아니지만, 마성 스님의 화쟁위원회에 대한 비판은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다. 비판이 사적 이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적인 목적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불교의 교법이 화쟁위원회에 소속된 몇몇 사람들의 견해에 의해 공개적으로 위해를 당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반대 표명이므로 마성 스님의 비판은 공적 성격에 해당되고, 또한 이 같은 비판으로 인해 마성 스님 개인이 얻을 사적 이익은 없다. 이처럼 공익적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비판은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 과문하지만 관련법의 정신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마성 스님의 비판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느냐, 되지 않느냐에 있지 않다. 왜, 무슨 이유로 종정스님과 원로 스님들, 그리고 많은 불자들이 걱정하고 우려하는 일을, 무엇인가에 쫓기는 사람들처럼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리며 추진하려 하느냐에 문제의 초점이 있다.

필자는, 아쇼카 선언의 초안이 발표되었을 때, 일찍이 선언의 내용에 심대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며 비판을 했던 한 사람으로서, 화쟁위원회가 이성을 찾고 마성 스님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 움직임을 멈출 것을 엄중히 촉구하고자 한다.

그것은 ‘화쟁’이라는 소중한 불교용어를 기구의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에서 결코 행해서는 안 될 일이며, 결과적으로 화쟁이라는 용어를 오염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쇼카 선언의 발표를 두 차례나 타의에 의해 미루게 된 화쟁위원회의 구성원들은, 소송에 나설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고 자중해야 하고, 나아가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마땅하다. 기이 마련된 아쇼카 선언은 초안이든, 수정안이든 폐기해야 하고, 선언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면, 전혀 새로운 사람들에 의해 중의를 모아 선언문을 새롭게 마련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아쇼카 선언에서 문제가 된 열린 진리관의 문제나, 전법에 대한 문제, 명칭에 대한 문제 등에 대한 비판과 지적은 그동안 충분히 제기된 만큼 재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화쟁위원회가 알량한 자존심이라도 지키기 위해 소송을 추진한다고 해도 그들이 승소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고, 설사 승소를 한다 하더라도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화쟁위원회는 이제 이성을 찾고 스스로를 면밀하게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화쟁위원회가 ‘분쟁위원회’가 됐다는 비난과 조롱을 받지 않으려면, 화쟁이라는 소중한 불교용어를 ‘중재’ 또는 ‘분쟁’의 뜻으로 변질시키는 죄악을 저지르지 않으려면, 자중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