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 행복이 아닐까. 따뜻함이나 편안함, 그리고 푸근함의 등 행복이 갖고 있는 이미지들은 절로 미소를 짓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행복의 힘은 거칠거나 드세지 않아도 사람과 세상을 움직이고 감동시킨다.

말에서든, 글에서든 행복은 열렬한 환영을 받는다. 종교계를 포함하여 정치, 경제, 교육, 여행, 레저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행복이란 단어는 자주 사용된다.

스님들도 행복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달라이라마, 틱낫한 등 저명한 외국의 스님은 물론이고, 국내의 여러 스님들도 행복을 이야기한다. 행복이란 단어를 저서의 제목에 넣은 스님들도 부지기수다. 행복을 주제로 한 스님들의 책들 중에는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는 책들도 많다.

‘행복한 출근길’(법륜),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법정), ‘마음속으로 걸어가 행복하라’(틱낫한), ‘달라이라마 행복론’(달라이라마), ‘가장 행복한 공부’(청화), ‘행복한 미소’(성전) 등 행복을 제목에 포함시킨 히트작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행복이란 말이 사실은 불교와 썩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은 듯하다. 행복이란 단어는 메이지(明治) 시대 이후부터 사용됐다. 당시 일본의 선각자들은 서구의 해피니스(Happiness)를 번역할 때 다른 여러 용어들처럼 불교에서 적합한 용어를 찾고자 했다. 그러나 적절한 용어를 찾아내지 못했고 결국 행운과 복을 가져다주는 일본의 토속적 신의 의미를 빌어 조합을 할 수밖에 없었다. 즉 ‘행(幸)’과 ‘복(福)’이라는 두 단어를 합성했던 것이다.

불교의 여러 용어 중 행복과 가장 가까운 의미의 단어를 찾는다면 ‘안락(安樂)’ 정도가 될 것이다. 실제로 많은 불자들이 안락의 의미로 행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안락의 보다 대중적이고 친근한 언어를 행복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불교에서의 안락은 아집과 집착을 버릴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서구의 해피니스를 번역한 행복의 엄격한 의미는 아집의 개념을 포함한다. 아집을 포함하는 단어인 행복을, 아집을 여읠 때나 올 수 있는 안락의 의미로 사용하는 난센스가 부지불식간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행복이란 말을 사용하는 것은, 불교의 대중화에 좋은 방편적 표현이지만, 단지 그 의미는 정확하게 알고 사용해야 한다. 알고 사용하는 것과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막연하게 사용하는 것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