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대한불교진흥원(이하 진흥원)을 향한 조계종의 공세가 시작됐다. ‘조계종 중앙종회 진흥원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이미 진흥원에 10개항에 이르는 질의서를 보냈고, 내년 1월에는 진흥원 관련 공청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이 공세를 주도하는 특위가 내건 명칭이 ‘진흥원 제자리 찾기’다. 여기에는 진흥원이 제자리를 벗어났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그러니까 진흥원이 잘못 가고 있으니 특위가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내건 명칭부터 상대를 폄훼하는 폭력성을 담고 있으니 특위의 행보가 어떨지 짐작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특위가 생각하는 진흥원의 온전한 모습은 어떤 것일까. 아마도 스님이 이사로 참여하고, 종단의 실세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 만큼의 지원을 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문제는 특위가 진흥원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는 점이다. 진흥원의 정관을 살펴보면 조계종의 중앙종회가 진흥원에 간여할 수 있는 어떤 근거도 찾을 수가 없다. 외려 진흥원 설립 취지문에는 종파불교의 폐습을 불식하고 통불교이념을 주창하는 내용이 명문화되어 있다.
특위의 공세 취지가 순수해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작금 특위가 보여준 행보는 진흥원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보탬을 주고 걱정해주는 것과는 10만8천리나 떨어져 있다. 외려 불교기관 가운데 조계종 스님들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마지막 기관에 대한 장악시도로 여겨지는 이유다.
특위가 진흥원에 대해 공세의 고삐를 죄는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진흥원을 흔들어서 조계종 스님을 진흥원의 이사로 진입시켜 법인 운영에 참여하겠다는 것, 다른 하나는 불교방송과의 관계에서 진흥원의 사장추천 권한을 폐기하고 지원금은 더 늘리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듯하다. 이를 위해 과거 조계종 스님 중에 잠깐 진흥원 이사를 맡았던 서옹, 의현 스님을 거론하고, 30년 전에 발생했던 10․27법난 당시의 일을 들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계종 중앙종회의 이런 시도는 실패로 돌아갈 것이 뻔하다. 우선 공세를 펼칠 자격이 없고, 공세의 빌미로 내세우는 것들도 사실에 근거하지 않거나, 도덕적 또는 법률적으로 타당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려스러운 것은 그 방식이 불교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압박을 가해 소기의 목적을 이루겠다는 것이야말로 어떤 폭력도 거부했던 부처님의 정신에 위배된다.
요즘 세상을 제자식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시대라고 한다. 하물며 참견할 어떤 법률적 근거도 없는 상대에게 바라거나 원하는 것이 있다면, 격식을 갖춰 정중하게 요청을 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아울러 그 요청이 갖는 의미와 가치, 타당성 등을 설명하거나 설득하는 것이 정상적일 것이다.
특위와 이곳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당사자들은 스스로의 움직임이 과연 사실에 근거하고 있는가, 상식적이고 도덕적인가, 법률적 근거를 갖고 있는가, 불교적인가를 먼저 곰곰이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목소리 크고 힘이 있다고 해서 원하는 것을 다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특위는 또 “진흥원 이사진에 스님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에 그나마 현재의 재산을 지킬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절집에 회자되는 연유를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또 종단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불교법인에 대한 공세가 불교발전에 얼마나 큰 해악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제2, 제3의 장경호 거사가 나올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