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에 돈이 말랐다는 이야기가 회자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절집에 돈이 말랐다는 막연한 표현보다는 유명사찰이나 도심 대형사찰에 돈이 몰리고 작은 절이나 포교당은 절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재정난이 심각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싶다.

호남이나 충청지역의 사찰들이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는 말은 이제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지 오래고 최근에는 수도권의 작은 절들도 어려움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종교에서 돈 이야기를 하는 것, 특히나 무소유를 표방하는 절집에서 돈을 거론하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지만, 절집의 보시문화에 어떤 변화가 반드시 있어야 하겠다는 지적은 해야 할 것 같다. 절집에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정말로 보시가 이루어져야 할 곳은 외면 받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스님이나 법사들도 마찬가지다. 좋은 뜻과 원력을 가진 스님들이나 불자들은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재정적 어려움에 전전긍긍하는지…. 반면 고래등 같은 집이 즐비한 문화재관람료 사찰이나, 유명기도처, 도심의 몇몇 유명사찰 등에는 돈과 사람이 몰린다. 그러다보니 큰절, 수익이 되는 절 쟁탈전이 생겨나는 원인을 제공하는 결과도 낳게 된다.

사실 이런 비정상적 현상은 불자 개개인이 보시관행을 조금만 신중하게 한다면 어렵지 않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이다. 보시를 할 때, 정말로 공덕이 되는 곳을 엄선해 보시를 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고급외제승용차를 몰고 다니고, 비싼 승복을 입고 다니며, 정재를 물 쓰듯 하는 스님들이 거주하는 절에 보시를 하면 공덕은 없을 것이다. 공덕은커녕 외려 나쁜 인과를 짓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반면 좋은 일을 하는 스님이나 법사가 주석하는 절이나 단체에 보시를 하면 그 공덕은 한 없이 커질 것이다. 작은 정성이 이런 스님들의 훌륭한 공덕행을 통해 큰 복으로 회향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극히 당연한 원리를 모르는 불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자신의 보시관행을 고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자신의 보시금이 크게 보아서 불교교단을 살리는데 사용되지 않고, 되레 망치는 원인을 제공한다는 점을 깨닫는다면, 보시관행을 고치는데 머뭇거림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며칠 전 한 재가법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미디어붓다>를 통해서도 보도한 바 있지만, 법당이 낡고 비좁아 군포교에 큰 어려움을 겪는 한 부대에서 모연을 해 법당을 짓고 있는데, 공사비가 없어 곤경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해대대 대대장과 함께 실질적으로 법당을 이끌고 있는 이 재가법사는 법당 증축불사의 원력을 세우고, 마침내 지난 9월 10일 역사적인 기공식을 봉행했다.

제3군수지원사령부 11보급대대 법당 호국 관음사의 박호석 지도법사가 전화를 한 주인공이다. 호국관음사의 기존법당은 17평 남짓한 규모로 비좁아서 절은커녕 법회를 제대로 하기 힘든 곳이다. 이런 딱한 소식을 접한 박호석 전 농협전문대 교수가 법사를 자청해 현재 정기적으로 법회를 보고 있지만 시설이 비좁고 낡아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박 호석 법사는 불심 깊은 문정주 대대장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가 관음사 중창불사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법당 증축에 나서기로 결심을 굳혔다. 신축 중인 법당은 법당 50평, 요사 20평 등 총 70평 규모로 1억 원의 공사비가 소요된다. 기존 법당에서는 불과 20명 안팎의 장병밖에 수용할 수 없어 50명씩 모이는 불자장병들이 불편함을 더는 볼 수 없었기에 일단 일을 시작한 것이다.

박호석 법사는 연말 이임을 앞둔 문정주 11보급대대 대대장 재임기간 내에 낙성을 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며 모연을 하고 있다. 장병 불자들이 모여 틈틈이 작업을 해서 전국 2천여 사찰에 도움을 호소하는 편지와 함께 모연문을 보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단다. 박호석 지도법사는 “독실한 불교신자 문정주 대대장이 재임 중인 올해 안에 무슨 일이 있어도 불사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불사금 모연이 걱정”이라며 “젊은이 포교에 불자여러분들의 도움을 호소한다”고 간곡히 당부했다.

이 법당 뿐만이 아니다. 군포교의 가장 중요한 시설인 논산훈련소 법당도 개신교나 천주교, 심지어 원불교 교당에 비해 가장 열악한 실정에 놓여 있기는 마찬가지다. 수계법회 때면 장병을 수용하지 못해 마당에 앉아 법회를 봉행하는 딱한 실정이다. 그러나 절을 지을 돈이 없어 교구장 자광 스님은 한숨을 몰아쉬는 게 일상이 됐다.

전국 어느 사찰을 가보아도 기와불사를 하지 않는 절이 드물 정도로 한국불교계는 늘 불사 중에 있다. 저마다 불사의 당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불교에 절이 부족해보이지는 않는다. 지방의 절에 가보면 복수의 스님들이 상주하는 절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도 절을 짓고 또 짓는다.

정작 절이 필요하고, 보다 큰 법당이 절실한 곳은 돈이 없어 절을 짓지 못하고, 전각을 더 지을 필요가 없어 보이는 절들은 기와불사를 하며 불자들의 동참을 권한다. 군법당을 늘리려고 하니 제발 도와달라는 호소에 무반응인 불자들도, 큰절이나 유명사찰에 들러서는 어렵지 않게 지갑을 연다. 이런 절에서 집주소와 바라는 내용, 이름을 적은 기왓장들이 빼곡이 쌓여 있는 장면은 일상이 된지 오래다.

이제 불자들도 보시관행에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기왕이면 불교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층 포교에 보시를 해야 한다. 그것이 교단도 건강하게 하고, 청년포교도 활성화시키는 길이며 더 큰 공덕을 짓는 일이기도 하다. 박호석 법사와 군종교구장 자광 스님의 한숨을 덜어주는 보시행에 동참하시기를 간곡히 바란다.

11보급대대의 주소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 사서함 111-21호이며, 불사관련 문의는 박호석 법사(011-5055-2070), 부대장 문정주(010-5085-8245)이다. 동참 계좌번호; 농협 351-0068-0683-83(예금주; 육군 제7789부대 8350부대 관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