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의 공개대담 요청에 대해 영담 스님이 원칙적으로는 환영하지만 예의와 격식부터 갖추라고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영담 스님은 7월 26일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의 공개대담 요청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종교인도지원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발송된 입장문을 통해 영담 스님은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의 대담 제안을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면서도 “하지만 불교연대의 제안이 진정성과 순수성이 결여되고 내용과 형식면에서 기본적인 예의와 격식에서 벗어난 것에는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영담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의 거취 문제는 엄연히 종단 내부의 문제인데 과연 불교연대가 이를 두고 왈가왈부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13개 단체의 연대조직인 불교연대에는 조계종과 무관한 단체(스님 등)가 참여하고, 이교도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불교연대가 상식과 예의에 어긋난 공개대담을 요청하면서 이미 사퇴의사를 밝히신 수경스님의 명의를 사용한 것도 수경스님에 대한 결례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영담 스님은 “법이 규정한 형식과 절차, 납득할 만한 객관적인 사유, 불가의 예절 등을 결한 요구나 제안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공개대담의 발언내용에 대해 본인은 물론 불교연대도 무한책임을 안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대담 참여자는 반드시 단체의 대표이어야 한다”며 “불교연대가 피켓시위 과정 등의 내용이 불가의 예를 스스로 저버린 행위에 대해, 본인은 공개대담을 통해 입장을 밝히고 나아가 반대측의 사례도 밝히겠다”고 말해 조건부 공개대담에는 응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영담 스님은 이어 “본인은 조계종 총무부장으로 민주평통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고, 이 사실은 민주평통의 입장과 언론보도를 통해 충분히 설명했다. 이번 대담도 조계종 총무부장이 아닌 민주평통 분과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민주평통 종교인도지원위원장 직과 종단 총무부장 직이 연관성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영담 스님이 입장문을 통해 ‘예의에 어긋났다’고 수차례 언급한 것은 총무원 청사앞에서 벌어진 불교연대의 피켓시위 당시 피켓에 쓰여져 있던 문구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불교연대의 피켓에는 4대강 반대 등의 문구와 함께 ‘은사스님 리콜 요망’ ‘은사가 무슨 죄냐’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고, 영담 스님이 이에 대해 상당히 불쾌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담 스님의 입장문에는 ‘예의와 격식을 갖추면 대담을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지만, 교계 일각에서는 “영담스님이 형식적으로는 수용입장을 보이면서도 불교연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나열함으로써 사실상 거부를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불교연대의 한 관계자는 “종헌종법의 절차에 맞고, 대담에 참가해야 할 납득할 만한 사유를 제시하고, 또한 불교의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 제의 등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 영담 스님이 무엇을 요구하고자 하는 것인지 입장문을 통해 정확하게 읽을 수가 없다”며 “사실상 거부의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영담 스님에 제의한 공개대담을 비롯한 여러 문제들을 불교연대 내부에서 심도깊게 논의하고 있다”며 “지금 입장문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지금 단체 대표들이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