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기르던 가족 같은 개가 죽었다. 이 개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데, 사십구재를 지내도 될까, 안될까.

이에 대해 효림 스님은 “매우 좋은 생각”이라고 대답한다. “개는 사람에게 고마운 존재이고, 그를 위해 사람으로 태어나 불도를 수행하라고 축원을 해주는 일은 매우 좋은 일”이라는 것이다.

이 내용은 최근 효림 스님이 발간한 『사십구재』에 나오는 이야기다. 불교계의 민주투사, 범승가종단개혁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의장 등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 ‘그 효림 스님’이 사십구재를 발간했다.

불교계의 대표 투사가 가장 불교스러운(?) 책을 냈다는 사실이 좀 의아스럽다고 하자, 스님은 고 박종철 열사의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배우 장진영 씨의 사십구재로 인해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사십구재가 국민적 문화의식으로 처음 알려진 것은 고 박종철 열사의 사십구재가 시발점이었습니다. 이후 사십구재는 더 이상 불자뿐만 아니라 전 국민들이 죽은 자를 통해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중요한 수행의식이 됐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효림 스님이 그동안 주석했던 절 중에는 조선시대부터 왕실원당으로 지정된 기도도량이 유독 많다. 파주 보광사도 그렇고, 현재 주지를 맡고 있는 성남 봉국사도 왕실 기도도량으로 유명한 절이다.

“제가 보광사 주지로 있을 때 보광사에 49재가 많이 들어왔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그 의미도 모르고, 어떻게 지내야 하는 지도 모르는 겁니다. 49재는 불자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불자 아닌 타종교인들, 그리고 스스로 불자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불교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행사에요. 그때 제게 든 생각이 포교를 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49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을 위해 49재의 올바른 의미, 불교의식의 제대로 된 의미를 전해줘야겠다 싶어서 그동안 한두 편씩 글을 썼는데, 이를 모아서 90년대 초반에 작은 소책자를 냈어요. 그 후에 입소문이 한동안 났었는데, 최근 조계종출판사에서 출판을 하자는 제의가 와서 낸 책이 『사십구재』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떠난 이를 위해 수행의 마음을 내다”이다.

효림 스님은 “사십구재의 원래 목적은 죽은 이로 하여금 괴로움의 세계에서 정토의 세계로 건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는 영가를 통해 자신을 정화하고 스스로 깨끗한 마음을 얻기 위한 것이 본래의 49재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효림 스님은 이어 “49재는 자기 의식의 카타르시스를 얻음으로써 영가 또한 깨끗하게 치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에만 두 건의 사십구재가 신문지상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후 딱 49일째 되는 날 봉화산 정토원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불교식 사십구재가 열렸고, 지난 달에는 배우 장진영의 사십구재가 광주의 한 추모공원에서 기독교식으로 열렸다. 이처럼 사십구재는 기독교나 불교라는 종교의 벽을 넘어 사자를 천도하는 국민적인 문화의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사십구재는 불교적 생사관을 반영한 불교의식이며, 일반대중과 불교를 잇는 가장 오래된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자들조차도 49제인지 49재인지 혼동할 정도로, 사십구재에 대한 바른 인식은 미흡한 실정이다. ‘제(祭)’는 제사를 의미하며, 재(齋)는 불교의식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십구재는 사십구제가 아닌 사십구재이다. 사십구재를 어떤 종교의례로 치르든 간에, 그것이 본래 담고 있는 의례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효림 스님의 책 『사십구재』에는 사십구재의 역사와 의미, 올바른 설행법을 담고 있다. “죽은 이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반추하고, 자신의 영혼을 정화시킴으로써, 죽은 이를 더 높고 더 깨끗한 곳으로 인도하는 의식”이 바로 효림 스님이 말하는 사십구재의 본래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