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댐 건설로 수몰위기에 처한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금강마을) 일대에서 출토된 방대한 양의 불교관련 유물들의 가치에 불교계 및 불교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요구된다. 이 유물들은 양이나 학술적 가치에서도 획기적 자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불교관련 출토 유물들은 보물급 문화재가 수두룩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영주댐 건설로 수몰예정지인 금강사터에서 출토된 불구들. 보물급 추정 귀중한 유물들이 쏟아져 나와 불교계의 비상한 관심이 요구된다. 가운데(중앙) 불구가 명문이 새겨진 광명대이다. 사진=한국문물연구원 제공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경상과 연화좌대, 인물상 등 다양한 용도의 불구가 다수 출토됐다. 맨 오른쪽이 반구형 '경자'.



고려시대 절터인 금강사터 모습.
이번 문화재 출토로 고려시대 절터로 확인된 '금강사지' 등의 유적지 보존이 확정될 경우 그동안 자연환경과 생태계 파괴 등의 비판을 받아온 영주댐 건설과 댐 담수 계획에 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에서 보듯 담수계획을 강행할 개연성도 있어 불교계 차원의 대응이 필요해질 수도 있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한국문물연구원이 5월 13일 밝힌 발굴조사 내용에 따르면,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생산 및 생활 유구·유물, 불교 관련 유구·유물들이 대거 확인됐으며, 유물도 금속류, 자기류, 기와류 등을 망라하고 있다.
특히 고려시대 사찰인 금강사와 그 터를 확인된 것만으로도 매우 큰 의미가 있으며 불교 관련 출토 유물의 상당수는 보물급 이상이라는 게 발굴단의 분석이다.
금강사 터 우물에서 발견된 높이 33.2㎝의 ‘광명대’(촛불과 등불을 받치는 기구)에는 제작 시기, 동기 등을 밝혀주는 38자의 명문이 새겨져 있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상 첫 출토품인 광명대는 중국 송나라 사신 서긍이 고려의 문물과 풍속을 쓴 〈고려도경〉에도 언급된 유물이기도 하다.
한국문물연구원 정의도 원장은 “명문을 통해 아들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왕생극락을 위해 구리로 광명대를 만들어 금강사 불전에 바쳤다는 내용과 봉헌자, 제작 시기(1186년) 등 많은 정보가 확인된다”며 “발굴로 확인한 고려 광명대는 이번이 처음으로 당시 장례 의례와 불교문화를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밝혔다.
얇은 동판에 버드나무 가지를 쥔 관음보살인 양류관음을 선으로 새긴 ‘경상’(구리거울)도 출토품으로는 처음 확인된 귀중한 유물이다. 불교의례에 사용된 ‘경자’(작은 종)도 출토됐으며, 흙으로 만든 탑으로 추정되는 토제품 등도 발견됐다. 토제탑의 경우 국내에서 출토된 예가 거의 없는 희귀한 유물로 불교 탑의 양식 및 재질(소재) 연구에도 매우 귀중한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을이름인 ‘금광리’도 ‘금강사’가 소재해 붙여졌을 ‘금강리’가 폐사와 함께 세월이 지나면서 잘못 불리면서 바뀐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추가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 많아 유적 보존방향에 대한 전반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문물연구원 정의도 원장은 “전문가들의 자문 결과 출토된 유물 상당수가 고려시대 문화사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라며 “보물급 이상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발굴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문화재위원 등이 참석하는 전문가 검토 회의를 거쳐 유적의 보존 여부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보물급 유물이 확인됨에 따라 생태계 파괴라는 비판을 받는 영주댐 건설과 댐 담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문화재청은 ‘영주댐 건설과 관련해 부실한 문화재 조사와 하마께 유물 출토 사실을 숨기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발굴조사가 끝나는 대로 전문가 검토회의를 거쳐 유적 보존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문화재청은 “영주다목적댐 수몰 예정지에 대한 매장문화재 조사는 「문화재보호법」과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2010.2.4. 제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 2009년 영주다목적댐 수몰 예정지에 대한 문화재 지표조사를 시행하였으며, 문화재청은 지표조사 결과 확인된 7개소의 유물산포지(遺物散布地,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에 대해 시굴․발굴조사 등의 문화재 보존대책을 한국수자원공사에 통보하였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수자원공사가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에 발굴조사를 의뢰하여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이어 “전체 7개소의 유물산포지 중 6개소에 대하여는 지도위원회, 학술자문회의, 전문가검토회의 등 관계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발굴조사가 완료되었고, 금광리 유물산포지Ⅱ(금강사지가 포함된 유물산포지)는 현재 발굴조사가 진행 중이며, 발굴조사가 완료된 후에 학술자문회의, 전문가검토회의 등을 거쳐 보존방안을 검토하여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댐 건설 초기부터 허술한 문화재 조사로 문화재청이 댐 건설을 위한 들러리를 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며 “문화재청은 이제라도 발굴조사 내용 등 전반을 국민들에게 전면 공개하면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소장은 또 “지난 4~5년 동안 각종 매체를 통해 특히 금광마을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을 해왔다”며 “문화재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토목공사(댐)를 다 해놓고 이제 와서 주요 문화재가 출토되니까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토유물 소개
출토유물 중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기와류로 특히 1~4호 축대 앞쪽에 두껍게 형성된 구릉상부 퇴적층(매몰층) 내부에서는 축대 상단에 조성되었던 건물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량의 완형 평기와(암키와: 장 37∼42cm, 폭 26∼28cm, 후 1.3∼2.6cm. 수키와 장 36∼41cm, 폭 14∼18cm, 후 1.6∼2.3cm)가 출토되었다. 배면에 어골복합문, 집선문, 선문,등이 타날되어 있고, ‘卍 ’․‘直手’명 명문기와도 다수 확인된다. 상기 퇴적층에서는 청동불상좌대, 공양상, 청동경, 청자류, 도기류 등이 출토되었으며, 축대 2호의 동편일부에 덧대어 2차로 조성한 석렬 앞에서는 진단구로 안치한 경상(鏡像)과 경자(磬子)가 발견 되었다. 또 조사지역 서편에 위치한 우물 내부에서는 광명대, 향완, 금동완, 철솥, 나무주걱 등이 확인되었다. 주요유물에 대한 설명은 아래와 같다.
1)경자(磬子)
반구형의 경자는 상단의 중앙에 자루나 고리를 고정하기 위한 지름 0.4㎝ 크기의 원형 구멍이 1개 있다. 단조로 얇게 두드려 제작한 것으로 기면의 두께는 0.1~0.2㎜로 매우 얇다. 하단의 접지면 폭은 0.7㎝이고, 안쪽으로 접어 올려 접합한 것으로 보이는 높이 약 1㎝까지의 단면 삼각형의 공간은 비어있다. ▶ 기고 6.8㎝ 저경 13.7㎝ 두께 0.1∼0.2㎜
2)선각불상경(線刻佛像鏡, 경상鏡像)

얇은 동판에 양류관음(楊柳觀音)을 새긴 선각불상경은 경면(鏡面)의 상단 중앙부에 직경 0.3㎝의 작은 구멍이 하나 뚫려 있는 것으로 보아 어딘가에 고정하거나 걸어두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양류관음을 살펴보면 구름 위의 연화대좌에 앉은상으로 정중앙에 단독으로 배치되어 있다. 구슬로 장식된 화려한 보관에 화불이 표현되었고, 원형의 얼굴에 눈 ․ 코 ․ 입과 백호를 새겨 넣었다. 수인은 아미타구품인 가운데 중품하생인을 취하고 있으며, 오른쪽 손가락 사이에 버드나무가지를 끼워 들고 있다. 등 뒤로 양방향으로 나부끼는 천의가 표현되었고, 양어깨를 덮은 대의는 들어 올린 양팔의 손목 아래로 유려하게 흘려 내려져 있다. 'U'자형으로 드러난 가슴에는 구슬과 화형장식으로 꾸며진 경식을 착용한 모습이다. 대좌는 앙련과 복련이 위아래로 맞붙은 형태로 앙련의 중앙에 3∼4엽의 화문이 장식되어 있다.
선각불상경은 양면에 조상되는 경우도 있으나, 금광리 출토 경은 한쪽 면에만 관음상이 단독으로 새겨져 있으며, 관음상의 두광 양 옆에는 후대에 추가로 뚫은 것으로 보이는 직경 0.4∼0.7㎝의 구멍이 2개 확인된다. ▶ 직경 16.0㎝ 두께 0.1㎝
3)합장인물상

건물지 2호 건물지 기단부의 미석면에서 출토된 민머리의 인물상으로 둥근 얼굴에 선각으로 눈과 입을 간략하게 새겼으며, 소매 자락에 손을 감춘 채 맞대고 얼굴 높이까지 들어 올려 합장한 자세이다. 뒷면은 납작하고 두부와 하반신 일부가 움푹 파인 것으로 보아 어딘가에 부착하여 장식했던 것으로 보이며, 얼굴과 복부 일부에서 미세하게 금박이 확인된다. ▶ 길이 2.5㎝ 폭 0.7~1.0㎝
4)불상좌대

앙련과 팔각의 중대, 복련의 상·중·하대로 구성된 3단 형식이다. 상대 위에는 불입상의 양쪽 발과 양 발뒤꿈치 중간부분에 광배를 받치기 위한 용도로 보이는 직경 0.5㎝의 타원형 홈이 남아있으며, 발목 위쪽의 불상은 결실된 상태이다. 발과 대좌를 연결하는 별도의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불신과 대좌는 통으로 주조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상대는 단엽의 앙련이 엇갈리게 배치된 형태이고, 종집선문이 촘촘하게 새겨진 단 아래로 8각의 중대가 있다. 중대의 운주 사이의 각 면에는 원문을 빼곡하게 채워 장식하였다. 중대와 하단을 연결하는 단에도 종집선문을 새겼고, 하단의 복련 역시 단엽으로 각 잎의 중앙에 8엽의 화문을 1개씩 배치하였다. 하단 아래로 팔각의 다리가 있고 내부에는 안상이 투조되었다. ▶총고 4.0㎝ 대좌고 3.5㎝ 저경 5.5㎝
5)광명대
상부가 편평한 원반형 등잔받침(燈盤)위에 등촉을 올려놓도록 구성된 광명대(光明臺)로 복발형 대좌와 간주(竿柱), 그리고 등잔받침의 3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원반형으로 이루어진 편평한 등잔 받침은 테두리를 밖으로 약간 벌어지게 하였고, 상면 중앙에는 볼록한 간주 연결부가 돌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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