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지난 3월 이후 봉은사 직영전환 문제와 관련해 총무원 집행부와 빚었던 갈등과 대립에 대해 참회했다. 그리고 봉은사 문제의 해결에 대해서도 조계종화쟁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오는 11월 13일 주지 임기가 만료되는 명진 스님은 임기를 21일 남겨놓은 10월 24일 오전 11시에 열린 일요법회에서 이같은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사실상 화쟁위원회와 총무원장 자승스님에게 봉은사와 자신의 문제에 대한 처리를 위임한 것이다. 이에 따라 7개월간 이어졌던 봉은사 문제는 수습 국면에 들어섰다.

명진 스님은 또 기독교계의 불교계에 대한 공격에 봉은사가 앞장서 대처해야 한다는 점, 이를 위해 총무원과 함께 공동으로 대처에 나서겠다는 점, 봉은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찰재정 공개 및 투명화 종무행정을 모든 사찰에 확대하는 희망의 불빛을 밝히고 싶다는 내용을 언급, 주지 재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명진 스님은 자신의 이같은 결정의 배경으로 장로정권 출범이후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는 일부 광신적 기독교계의 불교폄훼 및 불교말살 공언에 불교계가 한 마음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일요법회 시작 전, 봉은사를 찾아 주님의 나라 건설을 기도한 일부 개신교 광신교도들의 기도 장면과 부산지역의 사찰이 무너지라는 기도로 큰 물의를 빚었던 지난 2007년 부산 기독교계에서 열린 ‘어게인 1907’ 행사 동영상, 최근 4대강 공사 중 훼손된 마애불 사진 등이 담긴 10분 분량의 동영상을 상영했다.

‘중대발표’를 하겠다고 예고한 이날 법회에서 명진스님은 “지난 금요일 도법스님을 비롯한 화쟁위원회 스님들과 함께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만났다”며 “이 자리에서 제가 먼저 그간 갈등을 빚으면서 때로는 수행자답지 못한 격한 언어나 말로써 총무원장스님과 전국의 불자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다”고 전했다 명진 스님은 이어 “다시 한 번 이 자리에서도 진심으로 참회한다. 총무원장 스님도 제 사과의 말을 듣고 소통 없이 성급하게 직영 지정을 결정하게 돼 신도여러분께 마음의 상처를 준 점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앞으로 봉은사 사부대중과 잘 상의해 원만한 방법으로 풀어가겠다고 약속했다”고 명진 스님은 “최근 청년 기독교인들이 봉은사까지 들어와서 법당이 무너지라고 기도를 했다. 일부 광신도들이 한국사회를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 온누리교나 사랑의교회 담임목사 또는 주임목사들에게 언제 어디서든 만나 불교와 기독교의 갈등 문제에 대해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명진 스님은 법회 말미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메시지도 전했다. 명진 스님은 “제가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을 반대했던 것은 개인의 종교적 신념이 국민들에게 갈등의 씨앗을 뿌릴 것이라는 것을 예견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은 불교신자와 기독교신자, 종교를 갖지 않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다. 대통령이라면 갈등을 줄이고 국론을 통합해 한국의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그간 법회석상에서 했던 말 중에 섭섭했던 점이 있다면 ‘수행이 덜 된 중이라서 그러는구나’하고 넓은 아량으로 받아들여 달라”며 “G20 정상회의에서 코엑스를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이곳 봉은사도 방문해 주면 좋겠다. 내 방에서 좋은 차 한 잔 대접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법회가 끝난 후 향후 주지 임기과 재임 가능성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명진 스님은 “화쟁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하겠다. 징계여부도 종단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종단의 배를 가르겠다’는 이전의 결기는 이날 찾아볼 수 없었다. 직영사찰 지정 문제에 대해서도 명진 스님은 “새로이 구성되는 16대 종회에서 직영사찰 지정 안건이 통과되면 그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