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도 그렇고 불교도 그렇고, 현대사에 대한 정리가 미진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가까운 역사이다 보니, 역사정리에 대한 이해관계의 끈이 남아 있고, 역사의 현장에 간여했던 사람이나 그 직계가족이 생존해 있는 경우가 많아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역사는 정확한 사실을 기록할 때 그 의미를 갖는다. 역사가 왜곡되거나 치우치게 기록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그 후손들의 것이 된다. 역사에 대한 정의가 바르게 세워지지 않는 한 그것이 단체이든, 민족이든, 국가든 그들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릇된 역사를 공부한 이들에게 밝은 미래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는 바른 시각과 객관적 기준에 의해 기록되고 정리되어야 한다.

조계 태고종 간에 빚어졌던 현대불교사가 그렇다. 두 종단 간에 이뤄졌던 현대사는 갈등과 반목과 물리적 충돌의 역사였다. 서로가 정통교단의 맥을 이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아직도 두 종단 사이에 분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찰이 남아 있다. 불행한 역사의 잔흔이 말끔하게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춘생 교수(동방불교대학)가 펴낸 『현대불교사의 이해와 실천사상』(해조음)은 조계-태고 두 종단간의 아픔의 역사를 온전한 시각에서 다룬 어쩌면 첫 번째 역저다. 이 책은 현대불교교단사가 던져주고 있는 사안의 민감성에 비추어 저자의 독자적인 생각이나 의견으로 치부되거나 곡해될 소지를 없애기 위해 가능한 참고문헌의 원문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연표의 정리, 관련 자료의 객관적 정리를 거쳐 나온 불교현대사에 다름 아니다. 권말부록으로 제시한 ‘조지훈-이청담 불교분규 지상논쟁’, 한국불교의 법맥을 일목요연하게 참고할 수 있도록 정리한 ‘태고보우국사 법맥도’와 ‘조선불교 법계보’는 현대불교사 연구의 참으로 소중한 자료들이다.

누구든 조계-태고 양 종단이 한 뿌리에 나온 종단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춘생 교수는 “조선불교는 세칭 비구와 대처승의 지난한 분규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의 조계종과 태고종으로 양분되었지만, 동일한 종조를 모시고 종지와 종통을 지향해온 한국불교 정통 단일교단의 분립은 한국불교현대사의 곡절을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승만의 정화유시로 촉발된 분규의 과정을 조계종은 ‘정화’로 주장하고 있는반면 태고종은 ‘법난’으로 규정하는 상반된 시각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8·15직후의 교단현황과 이승만의 정화유시로 촉발된 교단정화운동, 즉 불교분규는 왜 발생하여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살피고 교단의 양립을 의미하는 태고종의 창립까지 현대불교교단사의 전개과정을 객관적 편년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아울러 교단정화가 남긴 교훈과 그에 따른 회고와 반성, 그리고 교단의 정통성을 놓고 조계종과 여전히 대립국면에 있는 태고종의 창립이 던져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검토하고 있다.

저자가 몸담고 있는 동방불교대학이 태고종 종립이라는 점에서 이 책이 객관적 시각을 가질 수 있느냐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하춘생 교수가 교계 기자로서, 또 불교기자협회 회장으로서 지난 20여년 간 보여준 삶의 모습을 살펴본다면 그런 견해는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불교도 역사를 바로 보고 바르게 인식해야 할 때가 왔다. 정화의 이념이 크게 희석되었고, 따라서 두 종단이 첨예하게 대립할 현실적 준거가 붕괴되고 있는 시점에서 하춘생 교수의 불교현대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상재(上梓)는 어쩌면 한국불교가 한번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역사 정리의 과제에 대한 시절인연의 징조라고 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