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빈곤문제를 진단하는 토론회가 조계종 노동위원회(위원장 종호 스님) 주최로 6월 11일 템플스테이 정보관 3층 문수실에서 관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송파 세 모녀 죽음 이후 100일, 빈곤문제를 진단한다’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당초 송파 세 모녀 죽음 이후 100일을 맞아 기획되었으나, 6.4 지방선거로 인해 일주일가량 미뤄졌다.



조계종 노동위원회가 마련한 빈곤문제에 관한 토론회에서 발제와 토론을 하고 있는 참석자들.




조계종 노동위원장 종호스님이 인사말을 통해 빈곤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행사를 주관한 노동위원장 종호 스님은 토론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세월호 참사로 인해 세 모녀의 죽음 이후 제기되었던 빈곤 문제까지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있어 안타까웠다”며 “송파 세 모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우리 사회의 빈곤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와 있음을 보여준 매우 좋은 예이며, 따지고 보면 세월호 참사도 선장이 비정규직이라는 점에서 나타난 것처럼 불안정한 직업에 시달리는 열악한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종호 스님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가고 있는가? 자본은 정당하게 작동하고 있는가? 이를 극복할 불교적 대안은 있는가? 등의 물음에 대한 해답이 이번 토론회를 통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의 주제발표는 ‘복지3법과 세모녀법은 세모녀를 구할 수 있을까?-세모녀 죽음 100일, 평가와 요구’라는 제목으로 김윤영 기초악법개악저지 빈곤문제해결을 위한 민생보위/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이 맡았다.

김윤영 국장은 발제에서 “송파 세 모녀 죽음 이후 대통령은 복지3법(기초연금법, 기초생활보장법, 장애인연금법)의 조속한 통과를 지시하고 ‘복지사각지대 일제조사’를 실시하고, 야당인 민주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을 출법시키며 1호 법안으로 ‘세모녀법’을 제정했으나 여전히 현행법은 세모녀를 사각지대에 남겨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세모녀의 실질소득은 3인 가구 최저생계비 133만원보다 적었지만 정부가 바라보기에는 근로능력자로 추정소득 부과대상자가 될 것”이라고 법의 허점을 꼬집었다. 김 국장은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최저생계비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규모가 너무 넓다”며 “홍보나 일시적인 민간지원 연계의 땜질이 아니라 안정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정책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또 “박근혜 정부의 복지3법은 복지의 기초를 무너뜨릴 악법”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사회학)는 토론문을 통해 ‘빈곤문제의 불교적 해결책’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유 교수는 ‘빈곤문제를 보는 불교의 기본 시각’은 “즉각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우선적 과제”라고 경전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유 교수는 빈곤의 원인은 행위주체인 인간의 무지와 그로부터 발생하는 갈망이나 집착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개입의 실패로부터 연유한다고 지적하고, 빈곤의 해결을 위해 국가는 경제정책을 통해 물질적 자원이나 비물질적 자원의 분배에 있어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간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토론자로 장진범 빈곤사회연대 정책위원이 ‘주거빈곤과 복지 사각지대-반지하 주거자를 중심으로’를, 정동은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애등급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관계자가 ‘고 송국현님의 죽음과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의 필요성’을,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가 ‘빈곤사각지대를 대상으로 한 명의도용, 요양병원 등 범죄양상-복지가 버린 빈곤, 범죄가 접수하다’을 각각 발표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의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조계종 노동위원회가 노동문제와 직결된 문제인 빈곤문제에 관심을 갖는 등 우리 사회 소외층에 대한 지속적 관심을 가져주고 있는데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