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춘희 할머니가 6월 8일 오전 5시경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향년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배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7명 중 생존자는 54명(국내 49명, 해외 5명)으로 줄었다. 배 할머니가 떠난 나눔의집에는 김외한, 정복수, 김정분, 강일출, 김군자, 김순옥, 박옥선, 이옥선, 유희남 할머니 등 9명의 할머니들이 머문다.

1923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난 배 할머니는 19세 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정신대에 자원, 1942년 중국 만주로 끌려갔으며 광복 후 고국에 돌아왔으나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아마추어 가수 생활을 하는 등 홀로 생활해왔다.

할머니는 1993년 정부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한 뒤 1997년 나눔의집에 입소했으며, 이후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 참석해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해왔다.

노환으로 투병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배 할머니는 중앙승가대학교에 장학기금 3천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당시 배 할머니는“내 꿈이 스님이 되는 것이었다. 못다 이룬 내 꿈을 대신하여 스님들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많지 않은 돈이지만 드리고 싶다”며 ‘위안부’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생활안정지원금을 모은 돈을 전달했다.

배 할머니의 빈소는 분당 차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10일 오전 7시 30분 나눔의집장으로 엄수되고 오전 9시부터는 나눔의집에서 노제가 봉행된다. 배 할머니의 유해는 해인사에 안치될 예정이다.



일본군 '위안부' 배춘희 할머니(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8일 오전 별세했다. 사진은 2012년 9월 중앙승가대학교에 장학금을 전달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