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선학원(이사장 법진 스님)이 조계종 법인법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는 한편 현재 중앙선원을 중창, 2016년까지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사진)은 1월 22일 오후 4시 30분 안국동 중앙선원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사업계획과 조계종 법인법과 관련한 재단의 입장을 설명했다. 조계종은 지난해 6월 모든 법인을 종단에 등록하도록 하는 법인법을 제정, 공포했고 오는 6월 30일까지 법인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규제 및 징계 절차를 밟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같은 조계종의 발표 이후 선학원은 이사회 결의에 따라 선학원 설립정신 고취 및 유지를 계승하기로 했으며, ‘대한불교조계종의 종지종통을 봉대한다’ 등의 정관을 삭제하고 독자적인 수계도량과 기초선원을 지정하는 등 사실상 조계종과 결별 수순을 밟아왔다.

법진 스님은 이와 관련해 “현재 수계도량과 기초선원을 지정하는 것은 선학원 독자행보에 맞춰서 나가는 것보다는 7월 1일 이후 규제에 대비해서 당장 수계나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자구책”이라며 “조계종이 수계 교육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선학원 소속 570개 사찰에 행자가 들어올 때 난감한 부분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비할 수밖에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법진 스님은 이어 “조계종에서 문제가 없다면 선학원 수계도량과 기초선원을 지정, 시행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법진 스님은 법인법 문제는 상호 신뢰의 문제라고 말했다. 스님은 “종단과 재단간 합의를 벌써 세 차례나 했지만 그 합의가 번번히 깨져왔고, 이번에도 2002년도 합의사항에도 불구하고 새로 법인법을 만들다보니까 합의가 깨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관계이며, 큰 틀에서 대화의 창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정혜사, 간월암과 관련한 분쟁에 대해서는 “정혜사, 간월암을 법인법과 묶어서 보면 난감한 문제”라며 “수덕사에서 만공스님은 종조이고 선학원에서는 조사의 한 분이다. 같은 할아버지를 두고 있다고 본다. 후손들끼리의 분쟁은 볼썽사납다”고 말했다.

한편 선학원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신축공사 기공식을 갖는다. 현재 중앙선원 부지에 신축되는 기념관은 연건평 1991.74제곱미터, 지하 4층 지상 2층 규모로 법당, 전시관, 대회의실, 수장고, 기관지 <불교저널>, 한국불교선리연구원 시설, 식당 등의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와 함께 조선 말기부터 1970년대까지의 한국불교사를 담은 100주년 기념 선학원사 편찬과 올 하반기 정화60년 관련 학술세미나, 만해스님 열반 70주기 추모다례 및 기념학술회의 사업을 진행한다.

1922년 선풍진작과 자립자애의 ‘선우공제회’ 창립정신에 기초해 재단 산하 분원 실정에 맞는 승가노후복지 운영프로그램 및 지원 제도 마련이 계획됐으며, 한국불교선리연구원 학술사업은 계속사업으로, 합창단 찬불가 경연대회 및 창작찬불가 공모전은 신규사업으로 실시된다.

법진 스님은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흙탕물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게 재단의 발전과 한국불교에 일익을 담당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