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 해 동안 영화계에 잔잔한 돌풍을 일으키며 백흥암 비구니 스님들의 모습을 소개한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서>가 이번에는 같은 제목의 책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이창재 감독은 104분이라는 시간제약 때문에 영화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한 소소한 에피소드와 차마 공개하지 못했던 비구니 스님들의 깊은 속마음과 인터뷰, 그리고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10개월 동안 네 번을 쫓겨난 구구절절한 뒷이야기를 영상이 아닌 활자로 풀어놓았다.
책은 ‘수행 공간’이라는 특성상 외부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백흥암의 숨은 이야기부터 한 여인이 출가를 결심하고 스님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때론 말간 웃음과 함께, 때론 가슴 먹먹한 울음과 함께 펼쳐 보인다.
저자가 된 이창재 감독은 “내 차가운 이성이 스님들을 만날 때면 여지없이 녹아내려 스님들과의 인터뷰 과정에는 내가 흘린 눈물이 더 많았다. 그 분들의 치열한 생의 자세와 내면 깊이 흐르는 보살심은 누구의 마음이라도 녹여낼 만한 뜨거운 마그마 같은 것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나는 ‘살아있는 사람들’을 만났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가 지켜본 ‘살아있는 사람들’을 이제는 독자들에게도 전하려고 한다.
CGV ‘무비꼴라주 시네마톡’에서 이창재 감독과 호흡을 맞춘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의 저자 정목 스님은 “지금도 눈 감으면 영상으로 흐르던 따사로운 햇살이 가슴에 충만하다. 못 다한 이야기들이 책으로 엮어져 참으로 반갑고 고마울 뿐”이라며 추천의 글에 갈음했다.
살면서 지금과는 다른 길을 꿈꾸는 사람들, 삶에 의문을 갖고 사는 사람들. 쫓기듯 사는 삶에 지쳐 지금 자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어디쯤 와 있는지조차 모르겠다면, 자신의 삶을 온전히 감싸 안은 스님들처럼 인생의 ‘길 위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소박한 행복과 마음의 여유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279쪽, 14000원.
다큐멘터리 <길위에서>는?
인터넷 검색으로 ‘평생 수행할 곳’으로 절을 선택한 신세대 행자부터 40여 년 수행에도 아직 깨치지 못한 분함에 눈물 흘리는 노승까지, 5만 관객의 심금을 울리며 2013년 독립다큐멘터리 최고의 관객 스코어인 5만 명을 기록했다. ‘청소년을 위한 좋은 영상물’ 다큐멘터리 영화부문에 선정됐으며, 전주국제영화제 본선에 진출했고, 서울독립영화제 초청작 선정 CINDI 영화제 버터플라이상을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