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인간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면 인간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하지만 오늘 아침 가장 먼저 들린 소식이 조계종 승려 음주 사건이다. 대한민국 불교는 세상을 잘 못 보고 있다. 왜 이렇게 편하실까.”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사진)가 종교계를 향해 ‘돌직구’를 던졌다. 가장 낮은 곳에서 핍박받는 사람의 곁에 있어야 할 종교가 세속권력과 결탁해 불의와 범죄를 행하거나 은폐하는 것은 종교 내부의 정의가 무너져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음주, 도박, 성추문이 난자한 현재 불교계가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표 전 교수는 12월 3일 오후 7시 참여불교재가연대 리더스포럼 강단에서 ‘사회정의와 종교인의 역할, 한국사회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종교와 세속권력의 결탁…귀족이 되고자 하는 종교
표 전 교수는 현재 종교와 세속권력 모두 정의를 잃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종교가 성공적으로 개혁해 자체 정의를 수립하고 권력의 지배를 이겨낸 상태라면 세속권력에 대한 준엄한 꾸짖음을 행할 수 있다. 반대로 세속권력에 민주주의가 정착하고 정의가 지켜지고 법치, 원칙대로 돌아간다면 세속권력이 종교에 개혁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어느 쪽도 상대방을 꾸짖을 정당성이나 자신감이 없다. 오히려 잘못을 감추기 위해 서로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 전 교수는 “가장 아래에 있는 사람의 곁에 있는 것이 현대종교의 사명인데, 그들이 다시 보통사람의 머리꼭대기에 있고자 한다. 귀족이 되려 한다”며 “종교마저 그렇게 무너져버리면 마음 아픈 민초와 중생들은 도대체 어디에 기대야 하냐”고 반문했다.
또한 “도를 득하신 분들께서 돈과 색과 힘을 탐하는데 어찌 한낱 중생들이 죽음 이후를 생각할 엄두를 내겠는가. 살아있는 이 순간 일단 배부르고 잘 살고, 다른 사람이야 비참하든 맞아 죽든 내 알 바 아니라고 살 수밖에 없다”며 “스님마저 세속 권력과 결탁하고 있는데. 종교인도 아니고 종교지도자도 아니면서 죽고 나서 벌 받을 게 두려워 나쁜 일을 하지 말자는 사람은 미친 사람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대정신과 국제적 기준이 없는 다수결은 ‘파시즘’
표 전 교수는 사상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는 쌍둥이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자유는 민주주의에서 오는 것이고, 민주주의에는 시대정신과 국제적 기준, 두 가지 요소가 반드시 결합돼야 한다는 것이 표 전 교수의 지론이다.
그는 “민주주의가 ‘다수결’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다수결에는 21세기 대한민국이 잊지 말아야 할 시대정신과 세계 어디에서나 인정할 수 있는 국제적 기준이 결합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가 바로 파시즘”이라고 설명했다. 스탈린과 히틀러는 다수를 얻는 데는 탁월한 재주를 가졌지만, 시대정신과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도 그들을 민주적이라고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표 전 교수는 “독재와 민주주의를 가르는 기준은 다수결이냐가 아니라 다수결을 획득하는 과정이 적법하고 공정했느냐, 다수결의 정책이 시대정신과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느냐”라며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을 비판했다.
집전하는 미사에서는 무슨 말이든 할 자유 있어
표 전 교수는 박창신 신부의 설교에서 촉발된 종북 논쟁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박창신 신부의 연평도 포격 이야기로 촉발된 우리 사회의 소동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사상과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는지를 극명히 보게 됐다”고 말했다.
“‘용납할 수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격적인 발언 이후 군산성당에 대한 항의 폭력 집회, 명동성당에 대한 폭발물 설치 협박 전화가 왔다”며 “신부는 자신이 집전하는 미사에서 하느님 뜻에 반하지 않는다면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제는 다시 종교로 돌아왔다. “법이 흔들리고 정의가 무너지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는 현실에서 모른 체하는 것이 종교의 역할일까. 강자가 약자를 핍박 압박하고 짓밟고 있는 상황에서 강자의 손을 잡고 편이 되어주고 불법과 비리와 부정, 범죄를 방관하고 도와주는 것이 현대 종교의 역할인가”라고 묻는 표 전 교수의 말은 종교 본연의 소명의식을 잊지 말라는 호소에 다름 아니다.
표 전 교수의 직구는 명확하다. 종교가 세상 사람들의 아픔과 불행 고통에 외면한다면 종교로써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잃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는, 그것이다.
범죄심리학자이자 집필, 강연, 방송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참여불교 재가연대 12월 리더스포럼에서 '사회정의와 종교'에 대해 강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