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테라와다가 지난 2009년 공식 종교단체를 선포한 지 5년이 지났다. 한국테라와다가 보다 성숙할 시간이 무르익은 것이다. 한국테라와다는 이를 위해 한국테라와다 제2차 학술세미나를 한국불교의 심장 조계종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었다.

한국테라와다 대표를 맡고 있는 아짠 빤나와로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성숙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라는 전제와 함께 “재가 대중들이 출가대중에게 바라는 것은 청정하고 깨끗하게 수행해가는 승가인 것 같다. 상가가 어떻게 보배로 존재할 수 있는가를 우리 한국테라와다가 한국의 재가불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재가자를 향해 “항상 기본이 되는 자애심, 자비심을 갖고 살아갈 것”을 주문했다. 아짠 빤나와로 스님은 이어 한국테라와다가 겪고 있는 고충의 일단도 드러냈다.

“(한국테라와다가 한국에서 인정받을 시기가) 언제가 될 지 모른다. 속된 말로 제사 안지내고, 기도 안 하고 무엇이 되겠는가, 하는 이야기도 있다. (스님은 제사와 기도가 없으면 재정에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는 한국불교의 현실을 지적한 듯했다) 그러나 우리가 가는 길이 맞기에 우리는 그 길로 갈 것이다. 어렵더라도 그 길을 갈 때 한국의 테라와다도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뿌리가 우리 대가 아니라 다음 대에 이루어질 지라도 그 길을 가자”

아짠 빤나와로 스님의 인사말을 끝으로 세미나가 시작됐다. 이자랑 교수가 ‘재가불자 신행의 역할과 방향- 빨리문헌을 중심으로’를 발표해, 초기불교에서 제시하는 재가불자의 바람직한 신행생활 방법을 제시했고, 이어 마성 스님이 ‘초기불교 승가의 조직과 운영체계’를 설명했다. 이어 김재성 교수가 ‘초기불교와 테라와다 불교의 자애수행과 위빳사나 수행의 관계’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세미나의 내용보다도 한국테라와다를 향한 마성 스님(사진)의 일갈이었다. 마성 스님은 발제 후 진행된 토론에서 한국테라와다를 향해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나는 경계인이다. 상좌부에도, 대승부에도 들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두 곳을 너무 잘 안다. 그러나 여기서는 말할 수 없다. 차마 말할 수가 없다. 경계인이기 때문이다”라며 자신의 입장을 설명한 마성 스님은 “한국테라와다 불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며 고언을 시작했다.

“한국테라와다가 2009년도에 설립되어 5년이 되었는데, 무엇이 크게 달라졌는가. 얼마나 발전했다고 생각하는가. 테라와다 불교는 모여서 살아야 한다. 최소한 4명 이상 모여서 살아야 한다. 현재 (한국테라와다 스님들이) 독살이 하고 있는데, 그래가지고서는 앞으로 20년, 30년 가도 별 위력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여 살면 이룰 수 있다. 한국테라와다는 아무 눈치도 보지 말고 청정하게 살면 된다. 큰 발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흩어져서 살아서는 아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한 마디로 지금처럼 독살이를 하지 말고, 한 군데 수행처를 정해 테라와다 수행을 하는 스님들이 집단적으로 상가를 형성해 살라는 것이다.



지난 11월 2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한국테라와다 제2차 세미나 장면. 이날 세미나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대중들이 빼곡이 들어차, 한국 불자들의 테라와다 불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마성 스님은 상좌부 불교의 계율에 대한 융통성이 없는 태도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재가자의 직업과 관련해서 테라와다 불교는 굉장한 문제점을 낳고 있다. 예컨대 스리랑카의 승단이 서부지방의 어부들에게 살생하지 말라고 계속해서 요구하자, 그 지역 사람들이 집단 개종하는 경우가 있었다. 상좌부 불교에서 불살생을 집요하게 강조함으로써, 문제가 야기된 것이다. 바닷가 어부들의 생업이 고기잡이인데, 그것을 하지말라면 도대체 무엇을 먹고 살라는 것이냐. 그래서 부파불교에서도 나중에는 융통성 있게 5계를 선택해서 받도록 하는 문헌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상좌부에서 계율을 너무 지나치게 원칙만 강조하면 문제가 일어난다.”

마성 스님은 테라와다가 현재의 상가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옳으냐, 주어진 환경에 따라 변화를 줘야 하느냐는 조준호 박사의 질문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명쾌하게 정리해 눈길을 끌었다. 스님은 “테라와다는 본래의 모습을 지켜야 하고, 대승교단은 변화를해야 한다. 대승불교에서 승가의 개념은 시대상황에서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상좌부는 다르다. 고유한 전통을 존속해야 한다. 대승과는 다르다. 그것이 테라와다가 갈 길”이라고 잘라 말했다.

마성 스님은 또 한국불교 일각에서의 테라와다를 소승으로 폄하하는 경향에 대해서도 “상좌부를 소승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들은 미친 사람”이라고 일갈했다. 마성 스님은 “상좌부는 재가대중들과 끊임없이 소통한다. 탁발을 통해서, 법회를 통해서 시장이나, 가정, 사회와 끝없이 소통하는 상좌부가 어째서 소승인가, 오히려 저자거리로 나오지 않고 깊은 산중의 사찰에 살며 그나마 곳곳에 출입금지 붙여놓고 대승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더 소승 아닌가?”라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