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 스님의 명함에는 동그라미 얼굴의 파안대소하는 까까머리 동자스님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마가 스님이 자신을 그린 것이다. 이산혜연 선사의 발원문 내용처럼 ‘내 모습을 보는 이는 모두가 열반언덕에 이르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스님은 자신의 자화상을 그렸다. 활짝 웃어 누구에게나 긍정적 마인드를 갖도록 하겠다는 서원이 담긴 이 그림을 완성하는데 스님은 꼬박 3년이 걸렸다고 했다. 동그라미 그림이 그렇게 잘 안 되더라는 것이다. 어느날 문득 차를 마시다가 찻잔을 놓고 동그라미를 그리는 지혜를 발견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헛웃음이 나는 이야기 같지만, 곰삭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콜롬부스의 달걀이야기와 다르지 않은 까닭이다.
이 그림은 목사가 되려던 청년, 아버지를 그토록 미워했던, 그래서 늘 부정적이고 찌푸린 인상이었던, 나아가 스님이 된 후에도 이런 업생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마가 스님의 긍정적 마인드로의 삶의 대전환을 상징한다.
“내가 먼저 웃을 때 회사도, 사회도 바뀝니다. 내가 먼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저도 이 그림을 보고 배웠습니다.”
긍정적인 삶을 살아오면서 스님의 삶은 활짝 폈다. 모든 것이 바뀌었고, 고통보다는 행복이 충만해졌다. 스님은 이런 소중한 체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눠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프로그램도 만들고, 진행하고 강연을 하면서 꽤 많은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스님은 이런 소중한 체험과 내면의 이야기를 만 중생들에게 전하기로 했고, 그런 서원이 하나 둘씩 쌓여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5년여. 드디어 한 권의 소중한 책이 탄생했다. <알고보면 괜찮은>(불광출판사)이라는 제목과 ‘나답게,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을 들고 대중 앞으로 또 한 걸음 성큼 걸어나온 마가 스님의 미소가 싱그럽다.

<알고 보면 괜찮은>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마가스님.
“그동안 살아왔던 삶들이 힘들고 무겁고 부정적이었습니다. 그것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가슴 깊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고마움으로 바뀌기 시작하니까 모든 것이 고마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런 경험과 고민을 일반인들 모두에게 기쁨으로 돌려드리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책을 낸 것 또한 지극한 자비심의 발현임을 스님은 이렇게 소박한 언어로 표현했다. 스님은 이 책에서 그동안 금기시 되었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 공개했다. 그리고 당신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담아냈다. 그래야 공감과 감동이 있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아버지에 대한 지독한 증오는, 선가의 전미개오(轉迷開悟)처럼 지독한 자비로 거듭났다. 아버지에 대한 용서하기를 책의 첫 머리에 배치한 이유도 이런 상징에 다름 아니다.
마가 스님은 청화스님 회상에서 공부하던 중 “자네는 출가 전에 어떻게 살았나?”라는 큰스님의 물음을 듣고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그날 뒤로 “아버지 감사합니다. 부처님 고맙습니다”라는 마음이 절로 일어났고, 차츰 삶이 바뀌기 시작했다. 지옥에서 극락으로! 이런 고마움을 스님은 혼자 누릴 수는 없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받아온 시주은혜에 보답을 하고자 중생들의 근기에 맞는 프로그램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중생 개개인의 체질이나 성질, 살아온 이력들에 맞게 여러 가지의 맞춤 수행법을 만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 프로그램을 체험한 후 삶이 바뀌는 것을 확인하면서 스님의 프로그램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늘 즐거운 표정, 흥미로운 말, 그러나 언중유골처럼 반드시 압정으로 꾹 눌림을 당한 듯한 깨침이 있는 이야기들은 마가 스님의 전매특허가 되었다.
“제가 최근에 어떤 섬에 다녀왔어요. 그 섬을 가는데는 돈도 들지 않고요. 시간도 들지 않는답니다. 어떤 섬인가 하면, ‘그래도’라는 섬이에요. ‘그래도’ 나는 살아 있지 않는가, ‘그래도’ 이만하면 다행이지 않는가라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요즘 열심히 강의도 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마가 스님은 당신이 부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을 때는 쓰레기 같은 쓸모없는 사람이었는데,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고마움으로 바꾸면서 나도 쓸데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 책의 제목을 정할 때, 페이스북에 올려서 제목 공모를 했다. ‘알고 보면 괜찮은’이라는 책의 제목은 이렇게 온오프라인의 여론을 종합해서 정해진 것이다.

“누구든, 종교와 관계없이 절에 가야 합니다. 그 절은요, ‘우여곡절’입니다. 우리는 그 우여곡절로 인해 얻어진 것들을 가슴속 깊숙이 잠겨놓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것들을 눈물을 통해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의 프로그램에는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요. 눈물을 통해 맺힌 것을 풀어낸 다음에는 서원 세우기 프로그램을 통해 각자 서원을 세우게 합니다. 내가 이렇게 하겠다는 다짐, 약속이지요. 알다시피 대부분 불자들은 바라고만 있습니다. 그러나 바람이 아닌 서원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신구의(身口意)가 나의 미래가 됩니다.”
아버지가 다시 아버지로 돌아오시고 나서, 어머니가 아버지를 다시 받아들이면서 쓰기 시작한 글들의 모음집 <알고 보면 괜찮은>은 마가라는 한 스님의 체험기이자, 생각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지남이 되는 진솔하고 감동적인 글들이다. 아버지로 인해서 상처 입은 가족들이 스님을 통해 풀려가는 과정들을 읽어가면서, 파괴되었던 가정이 다시 화목한 가정으로 치유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왜 한 집안에 스님이 나면 그 집안 9대가 복을 받는다고 했는지를 알게 된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내 안에 있는 한, 아무리 노력해도 금전적 이익도 없어요. 또 어머니에 대한 원한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인간관계가 원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부부관계가 원만해야 자식이 잘 됩니다. 이것은 제 체험이자 수많은 내담을 통해 얻은 결론입니다. 설사 이혼을 했더라도 상대가 잘 되기를 바라며 기도할 때 자식이 잘 되더라는 공통적인 예입니다. 그리고 보면 우리 속담에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말, 참 대단한 말이예요.”
“가족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풀리지 않는다. 가족관계가 모든 것의 근원”이라고 거듭 밝힌 스님은 “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을 구정물 같은 세상이라면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연꽃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꽃은 그러나 구정물을 탓하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세상이 그런 줄 아니까, 사람이란 것이 그런 줄 아니까, 또 우리 종단이 그런 줄 아니까 탓하지 않고, 지금 여기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런 자세를 가지면 세상의 주인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스님은 요즘 유행하는 힐링도 자신을 킬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킬링이란 불교적으로 무아이고, 무아가 되지 않으면 명상을 해도 치유란 없다는 것이다.
명상도 욕심으로 하면 탐심이 된다고 지적한 마가 스님은 명상이란 한 마디로 ‘지금 여기’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생각을 떠난, 망상을 떠난 지금 여기, 바로 이것이 명상이라는 것이다. 이 명상을 통해서 지혜가 발현된다는 것이다.
“불교계에서 명상을 지도하는 분들 가운데 자신의 방법이 최고의 명상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를 가끔 보는데, 그것은 맞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다 적용되는 최고의 명상법은 있을 수 없지요. 그 사람의 성격이나 살아온 경험 등 체질별로 맞는 명상법이 제각각 있습니다. 이것을 체계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마가 스님은 부처님 당시에도 부처님의 한 제자가 푸줏간 주인에게 수식관을, 대장간 주인에게 백골관을 시켰다가 실패하고 부처님께 도움을 청하자, 부처님께서 푸줏간 주인에겐 수식관을, 대장간 주인에게는 해골관을 시키라고 해서 큰 효과를 본 일이 있었다는 경전의 기록을 소개했다. 이런 원칙은 위빠사나에서도, 염불선에서도, 또 화두선에서 공안을 고르는 것에서도 공히 적용된다고 마가 스님은 강조했다.
“힐링을 목적으로 명상을 하면 안됩니다 욕심을 내려놨을 때 부산물로 결과가 올 뿐이지요. 깨달음과 힐링의 차이는, 제 생각에는 깨달음을 가기 전에 치유의 과정을 거치는 것 같습니다. 치유는 중간단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깨닫지 않은 사람은 마음의 노예가 되어 사는 사람이고, 깨달은 사람은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내 마음을 알아채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사가 되려고 했던 청년 마가 스님. 당시에는 교회를 다녔기 때문에 목사님이 위대해보였고, 그 말씀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서 목사가 될 생각을 했었다. 목회자가 되기 위해서 목사님 사택에 가서 살았지만, 아버지가 그 길을 한사코 반대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결정이었는데, 스무 살이나 먹은 아들의 결정을 아버지는 끝내 무시했다. 그래서 죽어버리자고 결심을 하게 되었고, 죽기 위해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 숲속으로 들어가서 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했다. 그러나 공교롭게 3일 만에 깨어났다. 월정사 스님들에게 발견되어 살아난 것이다. 마가 스님은 그런 인연으로 월정사에서 살게 되는 그야말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청년 마가는 다른 사람과 달리 행자생활을 3년이나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청담스님의 <마음>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고, 마음에 감화가 일어나 85년도에 도선사를 찾아 청담의 제자 현성 스님을 은사로 수계를 하게 되었다. 그 당시만해도 청년 마가의 입에서는 늘 ‘그럴 수 없어, 이럴 수는 없어’와 같은 부정적인 단어가 맴돌았다. 그러던 것이 요즈음엔 ‘그럴수도’로 바뀌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럴수도 있지’라고 받아들이니 마음이 편해졌다. 이번에 자신이 지지하던 총무원장 후보가 낙선이 되었을 때에도, 한 10분 정도는 멘붕이었지만, 바로 ‘그럴수도’라고 생각했다며 너털웃음을 토해냈다. 마가 스님은 이제부터 스님을 승보로 만드는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다고 자신의 꿈을 밝혔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위해 촛불하나 켜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다른 이들에게도 그런 삶을 살아가도록 권하고 싶다는 것이다. 화해와 용서의 촛불을 켜줌으로써 세상이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신념이다.
마가 스님은 마음치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열심히 하다보니까 몸이라는 중요한 요소가 있더라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몸이 망가지면 마음도 망가지고, 또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섭생이 중요하므로 마음과 몸과 음식 이 세 가지가 다 조화를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가 스님은 이번에 펴낸 책 <알고 보면 괜찮은>에 대해 “우리 내면에 자리한 곤곤한 슬픔의 뿌리를 찾아가, ‘지금 이 순간의 나’로 사는 것, ‘자비로워지는 것’이야말로 궁극의 치유임을 말하는 책”이라고 설명했다. 256쪽, 13,000원